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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이어받고 중대 결단, 부친 시절 최고경영진 교체

저는 소통을 중시합니다. 임직원들과 수시로 문자·e-메일을 주고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한테 “회장님이 보낸 것 맞느냐”는 답장을 받을 때도 있어요. 의사소통을 잘하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직급이 아래라도 연장자에게는 경어를 써야겠지요. 그래야 충심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려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인지상정이라고 할까요. 서비스업인 의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또 교수 출신이라서 그런지 저는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들을 대접합니다. 예수는 “너희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했습니다. 바로 인간관계의 황금률이죠.이래저래 소통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소통 자체가 목표는 아닙니다. 소통은 과정일 뿐 정작 추구해야 할 것은 팀워크입니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 간에도 팀워크가 좋아야 합니다. 팀워크가 바로 성과 창출과 균형 성장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입니다.

CEO는 균형의 예술가
기업의 성장은 회사에 좋을뿐더러 사원들도 좋고 고객들에게도 좋은 것이라야 합니다. 단적으로 고객을 상대로 불합리한 판매를 하면서 회사가 성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성장할지 몰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내부고객인 직원들과도 성과급 지급,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 부여 등을 통해 성장의 과실을 나눠야 합니다. 이렇게 모든 이해관계자와 장기간에 걸쳐 균형성장을 하는 회사가 좋은 기업이라고 봅니다. CEO란 기다란 대나무 막대기를 들고서 외줄 타는 사람과 같습니다. 회사 내부와 외부의 이해관계자,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 사이에서 균형 잡힌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경영이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면 CEO는 균형의 예술가라고 할 수 있죠.

CEO의 역량은 리더십과 관리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관리능력은 손익 등의 성과와 리스크를 관리하는 실무 역량을 말합니다. 금융회사는 특히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과거 우리 회사도 투자를 잘못해 1997년 외환위기 직후 망할 뻔했습니다. 그때 임직원들과 죽을 둥 살 둥 회사를 살리느라 리스크 관리에 강해졌죠. 그렇게 실력을 쌓은 덕에 이제 리스크 관리는 우리 회사의 핵심역량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리능력보다 리더십이 CEO의 자질로 더 중요합니다. 리더십의 요체는 구성원들에게 성과 창출의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과 전략을 중심으로 이들을 응집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특히 혁신을 할 때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는 톱다운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분위기를 짧은 기간에 일신해야 하기 때문이죠.
2000년 봄 저는 대표이사를 맡고 나서 선친이 세운 사장 두 분을 교체했습니다. 이분들이 새 시대에 맞는 경영을 하기에 적합지 않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카리스마가 강했던 아버지 말씀은 당시 우리 회사에서 곧 법이었습니다. 사장들을 교체하고 나서 연로하신 부친 방으로 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부친 뜻을 어긴 결정이었는데도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군요. 1년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었습니다. 변화와 혁신은 저로서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나선 길이었죠. 회사의 앞날을 걱정하는 일부 임원과 간부들에게서 “이대로 가다가는 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가 나올 때였습니다.

승진이나 관계사 대표 자리를 바라는 선후배·친인척도 물러나게 했습니다. 임원들에게 “내가 이런저런 사람 봐주려고 아버지 마음 다치게 하면서 경영혁신을 시작한 줄 아느냐”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제시한 비전이 ‘고객선호도 1위 회사’였습니다. 교육과 인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 비전을 확산하고 업무 몰입의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CEO는 성인군자인 양 좋은 이야기를 자주 해야 하지만, 못하는 사람에게는 모질게 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이상적인 리더십은 상황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카멜레온형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본래 내성적 성격인데 CEO를 하면서 점차 외향적으로 바뀌었죠. 한편 경영에 막 참여해 실력이 모자라다고 느끼고 능력 있는 사람들을 우대했습니다. 이들에게 저의 권한을 위임했죠. CEO가 실력도 없으면서 카리스마를 휘둘렀다가는 회사가 망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조직의 의사결정은 전결 규정을 잘 만들어 해당 업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하도록 위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전결 규정도 개개인의 능력과 여건에 맞게 적용해야 합니다. 새로 부임해 맡은 업무가 익숙지 않은 임원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건 위험합니다.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는 멋있어 보이지만 위임을 잘못 했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 있습니다.기업 조직을 산에 비유하면 CEO는 정상에, 현장 직원들은 기슭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 하나 하나에 대해서는 현장 직원들이 잘 알지만 이들이 산 전체를 조망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쪽 숲에 나무가 빽빽하고 어느 숲에 나무가 듬성듬성한지는 정상에서만 보입니다. 가령 다른 업무에 비해 고객 민원에 대한 대응을 소홀히 하고 있구나 하는 판단은 위에서 잘할 수 있습니다.

사내 전문가에게 전결권 많이 줘야
멀리서 우리 산을 향해 먹장구름이 몰려오는 것도 정상에 있는 CEO가 잘 알 수밖에 없죠. 타이타닉호가 침몰하기 전 배가 빙산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도 높은 조망대에 있던 선원입니다. 이렇게 같은 조직 안에서도 위상에 따라 시야가 다르기 때문에 상하 간에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이때 큰 그림을 그리고 장기적 정책을 짜는 건 CEO의 몫이죠.리더는 또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특히 혁신은 윗사람부터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 어떤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규칙을 만들었으면 리더도 따라야죠. 이런 걸 만들어 놓고도 위에서 안 지키면 구성원들이 다시 리더의 얼굴만 쳐다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CEO가 계속 지켜보지 않으면 조직이 안 돌아가게 돼 있어요. 교보생명엔 회장 위에 비전이 있습니다. 비전이야말로 우리 회사의 ‘빅 보스(Big boss)’인 셈이죠. CEO가 변하지 않으면 구성원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리더십은 천재성과는 무관합니다. CEO는 천재가 아니라도 잘할 수 있습니다. CEO로서의 역할만 잘하면 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이해관계자와의 동반성장, 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들 간의 균형성장을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겁니다. CEO가 천재면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요.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면 사원들 실력을 잘 믿지 못하거나 사원들이 거둔 성과에 만족하지 못하기 쉽지요. 그래서 자기가 직접 다 하려다 되레 일을 그르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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