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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찍어야 행복한 영화판 아웃사이더

‘도둑들’이 과연 역대 흥행 몇 위에 오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요즘, 김기덕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1000만 영화 담론’과는 정반대에 서서 한국 영화를 생각해 보자는 제안일 수도 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1000만 영화’ 중 유일하게 ‘왕의 남자’를 인정한다”며 그 ‘진정한 기준’으로 “어느 단계부터 관객이 호응해서 서서히 확장”되는 방식을 말했다. 여기엔 ‘괴물’ 개봉 때 ‘100분 토론’까지 출연해 그 독과점적 폐해를 지적하던, 불평이나 하소연처럼 들려도 할 수 없다며 더 이상 한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던 그의 모습이 살짝 겹쳐진다. 지난해 여름 ‘김기덕 필름’에서 제작한 ‘풍산개’ 개봉 때, ‘유료 시사회’라는 편법을 지적하며 ‘룰’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던 모습도 떠오른다. 스크린쿼터 논쟁마저 사라져버린 지금, 어쩌면 그는 폭력적 배급 구조의 폐해와 한국 영화시장의 문화적 다양성을 역설하는 거의 유일한 영화인일지도 모른다.

김기덕 감독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시스템’이다. 그는 철저히 시스템 바깥에서 성장했고 사고했으며 행동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공장에서 일했고, 영화학교 경험은커녕 충무로 연출부 생활을 하거나 단편 습작을 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영화감독이 되었고 부랑자, 깡패, 창녀, 혼혈아 등의 소외된 인간들이 그의 캐릭터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그의 영화에 대한 평가의 패러다임이었다. 특히 그의 초기작들은 페미니스트들의 독설 잔칫장이었다. “백해무익한 감독”이라는 극악한 평가마저 있었다. 관객들은 그의 영화가 낯설었다. 봐 오던 한국 영화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영화가 외국에선, 즉 한국이라는 시스템을 벗어난 상황에선 페미니즘 영화라고 평가받는 아이러니가 생겨났고 김기덕 영화를 깊이 이해하는 외국 관객들이 늘어났다. 결국 그의 영화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선지자처럼 외국을 떠돌았고, 그 평가를 등에 업고 마치 역수입되듯 국내 시장으로 진입했다.

놀라운 건 그의 다산성이었다. 이것은 그가 생존하기 위해 구축한 자신만의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 영화가 블록버스터의 환상을 좇고 있던 때, 그는 제작비 10억원 이하로 빠르게 영화를 만들었고 해외에서 제작비를 끌어왔다. 조재현이 말한 것처럼 그는 “남들이 다 한계라고 여기는 지점에서 돌파”했고,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그의 스타일은 힘을 더해갔다. 그렇게 12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은, 2008년 ‘비몽’ 이후 은둔했다. 그 저돌적인 감독도 결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한계에 봉착한 듯 보였다.

3년 만에 돌아와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감독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 영화 ‘아리랑’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계획된 것이 없지만 나는 지금 무엇인가를 찍어야만 행복할 것 같다.” 이후 ‘아멘’이 이어졌고, 올해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받은 김기덕 감독.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말하는 그에게, 유치하게 수상 여부에 대한 전망 같은 건 묻고 싶지 않다. 하지만 궁금하다. 다시 영화를 찍게 되신 감독님, 행복하십니까? 그의 행복이, 그의 영화를 기다려 온 수많은 관객에게도 전해졌으면 한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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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