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미얀마에서 ‘글로벌 코리아’ 실현하자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지난주를 미얀마(정부의 공식 국명은 미얀마지만 서구인들은 버마로 부르기를 좋아한다)에서 보냈다. 테인 세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민주화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와 현 상황에 대한 민주 야당과 소수민족 대표들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 나라 주요 인사들을 접촉할 때마다 일본·중국·인도와 함께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인구 5500만 명의 미얀마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교차로라는 전략적인 위치에 있다. 이 나라는 100개가 넘는 소수민족이 있는데 이 가운데 12개 정도는 정부와 충돌하고 있다. 고대부터 라이벌 국가였던 중국·인도·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도 하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등이 휘는 새우 신세’가 되고 있다. 게다가 경제는 그야말로 파탄지경이다. 1950년대만 해도 ‘아시아의 곡창’으로 불렸을 정도로 쌀 생산이 많았고 경제적으로 한국보다 훨씬 앞섰지만 이젠 옛말이다. 일부에선 경제난을 서방의 경제제재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총체적인 관리 실패와 국가자원의 비경제적인 전용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은 북부 밀림 속에 새 수도 네피도를 대규모로 건설하면서 약 50억 달러의 재원을 퍼부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국민 보건의료와 교육에 가장 적은 돈을 지출한 군사정권이 얼마나 엉뚱한 곳에 자원 활용의 우선순위를 뒀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진지하게 민주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는 민주화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보궐선거에서 당선해 의원으로서 국회에 입성하는 것을 환영했다. 그는 개혁 반대세력을 내각에서 몰아냈으며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했던 언론 검열을 중지했다. 정치범들도 석방했는데 다음 주 정도에 추가 석방이 예상된다. 그가 9월 말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있을 유엔총회에서 국제무대 데뷔 연설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혁주의자들은 앞날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과 역풍도 동시에 맞고 있다. 새 헌법이 세인 대통령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군부와 최고위원회에 25%의 의석을 주도록 규정한 것은 물론 이들이 언제라도 다시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제를 장악하고 있는 군부 출신들은 기업 투명성과 회계 책임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제재가 점진적으로 풀리는 상황에서도 민주 야당 지지자들과 국제단체들이 투명성과 회계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북한은 현지인과의 대화에서 단골로 등장한 화제였다. 탄 슈에 장군이 주도했던 지난 정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규제를 위반하고 북한과 무기 거래를 활발하게 진행했다. 네피도에서 들은 소리는 현 정권이 비록 평양과의 외교관계는 지속하겠지만 이러한 불법활동이나 군사 관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진실로 들렸지만 평양과의 오래된 군사 관계를 끊는 데 얼마나 성공할지는 불분명하다.

 미얀마 정부와 경제 입안자들은 한국을 민주화의 대표적 사례로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장 즉각적으로 떠올리고 역사적 모델로 삼으려는 나라는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군사정권에서 민주정부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미얀마인들은 한국이 더 이른 시기에 민정 전환을 마치고 고속성장을 이뤄 국제사회에서 존경 받고 영향력이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미얀마는 어떤 의미에선 아세안 회원국들에 대해 일종의 질투심이 있다. 따라서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아시아의 발전 모델의 하나로 군사정권은 물론 민주화운동을 해온 야당에도 아주 매력적인 나라로 통한다. 정부, 민주 야당, 시민사회 등 우리가 접촉한 모든 분야에서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능력 부족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수많은 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국회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모른다.

 한국은 국가통치와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 분야에서 미얀마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국·호주·유럽도 이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한국이 가장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리하자면, 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중간 규모의 강국으로 활동할 기회를 얻고 있다.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관계는 일본·미국·중국·유럽과의 관계와 달리 복잡하지 않다. 게다가 민주화 경험이란 아주 강한 매력이다. 한국과 동남아 관계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과 정부의 지도자들은 미얀마의 역사적인 체제전환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