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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 6분의 1 … ‘21세기 골드러시’ 셰일가스 관련주도 뜬다



셰일가스가 묻혀 있는 미국 텍사스주의 이글포드 광구에서 엔지니어가 가스 파이프를 연결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겐 100년간 쓸 수 있는 새로운 가스가 있다”고 자랑했다. [블룸버그]


지하 2000m. 진흙과 모래가 엉킨 퇴적층. 그곳에선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셰일가스(Shale gas)’를 캐내려는 싸움이다. 그야말로 보고(寶庫)가 따로 없다. 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에겐 100년간 쓸 수 있는 새로운 가스가 있다”고 자랑했다. 셰일가스가 그만큼 돈이 된다는 얘기다. 셰일가스가 값비싼 기름을 대체하면 ‘에너지 산업’ 골격이 바뀐다. 기업 부침도 따라서 달라진다. 저금리 그늘 아래 고민하던 투자자 입장에선 솔깃한 얘기다. 셰일가스는 과연 활기 잃은 재테크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가스 냄새에 취한 미국 증시

 지난달 중순 미국 텍사스주의 매버릭 분지. 원래는 초원지대로 사슴 사냥이나 하던 황무지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가스 시추공’ 소리가 엽총 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미 아나다코사(社)가 이글포드 광구를 조성해 셰일가스 채취에 나선 것이다. 이날 현장은 물과 모래·화학물질을 혼합한 뒤 고압으로 쏘아 암석에 균열을 일으킨 뒤 가스를 추출하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하루 생산량은 10만 BOE(석유로 환산했을 때 배럴, 1배럴=159L)에 달한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지분투자에 참여해 생산량의 25%를 챙기고 있다.

 석유공사가 아나다코와 손잡은 건 미국이 셰일가스 산업의 ‘맏형’이기 때문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에 묻힌 셰일가스는 35조㎥다. 세계 총 매장량의 19%를 차지한다. 특히 일찌감치 잠재력을 간파한 미국은 앞선 채굴 기술을 개발했다. 바위 균열을 이용한 ‘하이드롤릭 프랙처링(hydraulic fracturing·수압파쇄법)’도 미국에서 나왔다. 게다가 미국은 셰일가스 판매에 핏줄과도 같은 파이프 라인까지 잘 깔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기술·인프라 구축에 힘입어 98년 미국 천연가스 생산에서 1.9%에 그친 셰일가스 비중이 지금은 25%에 달한다”고 말했다.

 공급이 늘면 가격 하락을 재촉한다. 가스와 석유 값은 2001년 이후 유사한 궤적으로 움직였다. 한데 2009년부턴 달라졌다. 기름은 상승, 가스는 하락으로 반전한 것이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셰일가스 생산이 빚어낸 현상인데 이는 다시 주식시장 변화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 S&P 500 지수를 구성하는 132개 업종 중에서 지난해 가장 뛰어난 상승률(45%)을 기록한 것은 ‘가스 유틸리티’였다. 전기 만들 때 원료로 사용하는 가스 값이 내리면서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즉 ‘셰일가스 증가→가격 하락→가스 이용 전력업체 수익 증가→전력업체 주가 상승’이라는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전력생산 업체가 가스 비중을 높이면서 올해도 업종 전반에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바람 난 미국에 자극 받은 건 중국이다. 매장량은 36조㎥로 북미를 능가하는 세계 1등이지만 기술과 설비에선 아직 약골이다. 그러나 중국석유공사는 2010년 에너지기업 셸과 손잡고 30년간 셰일가스를 공동 개발키로 하는 등 미국 추격에 나섰다. 유럽에서 가장 매장량이 많은 폴란드도 올해 잇따른 광구 탐사에 나서는 등 2014년 셰일가스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뜯어 보면 셰일가스 열풍은 세계적인 ‘에너지 소비 지도’의 재편과도 얽혀 있다. 미국은 90년대 이후 환경 문제 등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짓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3월 대지진에 따른 원전 피해 이후 대체에너지를 모색 중이다. 지난 7월 인도에선 전력난 때문에 6억 명이 정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인구가 59년간 쓸 수 있는 풍부한 매장량과 현재 원유의 6분의 1 수준인 가격은 각국 정부와 에너지 기업에 매력 만점일 수밖에 없다.

"가스주 5년 뒤엔 최고 주식 될 것”


 에너지 시장의 큰 그림이 바뀌면 산업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어떤 업종과 기업이 덕을 볼지 전문가 분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력산업에선 가격 및 온실가스 배출에서 유리한 가스가 석탄을 대체하고, 석유화학산업에서도 석유 대신 가스로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국내의 경우 굴착기·가스압축기 등 설비 업체와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특수강 회사에 호재에 될 것으로 봤다. 미국은 2020년까지 셰일가스 산업에 676억 달러를 투자한다.

 미국이 가스 생산을 늘리면 수출할 배도 더 필요하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등의 LNG 선박 수주가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가스탐사·화력발전 사업을 하는 SK, 발전소 건설 및 굴착기 생산 자회사를 가진 두산 등을 주가 상승 여력이 높은 기업으로 꼽았다.

 직접 셰일가스 몫을 챙기는 곳도 있다. 이글포드 광구의 석유공사 말고도 현재 캐나다 북서부의 혼리버 가스전에선 한국가스공사가 지난 5월부터 현지 업체와 공동으로 셰일가스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일부 ‘큰손’도 이런 분위기를 주시하고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은 “최근 가장 관심 가는 테마는 셰일가스”라며 “어떤 기업이 수혜를 입을지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에서 현금 많기로 소문난 이민주 전 C&M(케이블방송업체) 회장은 이미 2009년 미국의 셰일가스 시추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가치투자의 달인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도 5년 뒤 가스주가 최고 주식으로 부상할 것으로 짚고 있다.

셰일가스의 역설

 돈이며 관심이 지나치게 쏠리면 환상과 거품을 빚게 마련이다. 셰일가스 역시 투자로 수익을 내려면 뚫어야 할 난관이 만만찮다. ‘셰일가스 역설’이 대표적이다. 가스 생산이 늘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격 하락은 공급 위축을 야기해 셰일가스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무턱대고 생산량을 늘리면 결국 손해를 보는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는 소리다. 이충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경기침체로 수요가 부진한데 생산은 늘면서 셰일가스 값이 떨어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환경 문제도 얽혀 있다. 권승혁 한국은행 조사국 차장은 “셰일가스 생산 과정에서 수질 오염 문제가 발생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미 동해안의 가스 채취 지역에선 물 색깔이 바뀌는 등의 사례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주 정부는 채취 기업이 경영비밀로 숨기는 시추용 화학물질의 성분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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