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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공자 연봉 ‘좁쌀 6만’은 280명 1년 양식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
리카이저우 지음
박영인 옮김, 에쎄
408쪽, 1만8000원


먹어야 산다. 누구나 그렇다. 이는 노동과, 나아가 돈과 연결된다. 자급자족 사회가 아니라면 당연하다. 역사를 읽으면서 우리는 이 엄연한 현실을 잊는다. 특히 위대한 사상가, 유명한 문인, 용맹한 장군의 행적을 좇으면서 ‘생활’을 빠뜨린다. 그들이라고 심오한 사유만 하거나 시를 짓거나 전쟁만 한 건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사상에 압도되고, 작품에 홀리고, 전과에 눈이 부신 탓이다. 하지만 이건 허울만 보는 격이다. 한 인간으로서 위인을 봐야 그 온전한 모습을 제대로 보았다 할 수 있다.

 중국의 30대 칼럼니스트가 쓴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자에서 장제스(蔣介石)까지 중국의 역사적 인물 14인의 경제생활을 파헤쳐 이들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공자의 살림 형편은 어땠을까. 한 번도 갖지 않았던 의문이다. 노나라 관리였던 숙량흘의 서자이자 차남이었던 공자는 변변한 유산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지은이에 따르면 곤궁하지 않았다. 덕치주의를 설파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하며 때로는 식량이 떨어지는 등 고생했다는 기존 인식과는 좀 다르다.

 기원전 497년 공자는 위나라로 건너가 영공(靈公)의 부탁으로 관학에서 귀족 자제들을 가르쳤다. 이 때 연봉이 ‘좁쌀 6만’이란 기록이 있다. 이 연봉을 현대식으로 계량하니 90톤이다. 280명이 일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공자 가족이 4명이었으니 온 가족이 몇 십 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돈으로 얼마인지 가늠이 어렵지만 막대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도 상당했다. 북위 때 나온 『수경주(水經注)』에 공자의 집에 관한 기록이 실렸다. 방은 3칸이었다지만 대지가 100묘, 현재 단위로 2만여㎡다. 이 정도면 집이 아니라 농장이다. 당시 중국의 주택 개념은 경작지를 포함한 가족농장형이었음을 감안해도 일반가구가 5묘였던 점에 비춰 보면 꽤나 호화주택이었던 셈이다.

 공자의 살림살이만 넉넉했던 게 아니다. 그의 적통을 이은 맹자는 더 풍요로웠다. 맹자가 제나라의 경(卿)으로 잘 나갈 때 연봉이 좁쌀 10만 종이었다. 현대 계량법으로 1만5000톤이다. 공자 연봉의 100배가 넘었다. 뿐만 아니다. 맹자 역시 벼슬살이를 오래하지 않았는데 제나라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때 그를 흠모한 송나라와 설나라 임금이 각각 황금 70일(鎰), 50일을 선물로 보냈다. 이게 또 귀향 여비치곤 어마어마하다. 미터법으로는 36㎏이나 되니 말이다. 지은이는 이 정도면 귀향 여비가 아니라 호화판 세계일주 여행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책은 물론 위인들의 ‘뒷담화’를 하자는 게 아니다.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벼슬을 버리고 은둔의 삶을 산 시인 도연명은 가난에 허덕였으며, 판관 포청천이 청백리의 표본이 된 데는 엄청나게 많은 월급이 한몫 했다는 사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돈 버느라 골몰하는 이는 ‘군자’가 아니고, 인격이 고매한 사람은 경제와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전통적 가치관은 유가(儒家)의 가르침을 오해한 역사적 왜곡이라 주장한다. 유가는 물질을 결코 경시하지 않았으며 단지 이롭지 못한 방법으로 돈 버는 것을 경계했다고 지적한다.

 이쯤 되면 책의 의도에 의구심이 생긴다. 자본주의 세례를 받은 현대 중국의 경제우선주의를 변호하려는 게 아닌가 싶어서다. 원제도 ‘군자는 재물을 사랑한다(君子愛財)’여서 그런 혐의가 더욱 짙다. 그럼에도 책에는 재미와 의미가 함께 담겼다. 기존의 고전해설서나 역사책에선 만날 수 없던 사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족. 책 제목은 조금 엇나갔다. 공자 맹자 등 ‘위인’만 다룬 게 아니라 삼국지의 조조, 중국 탐관오리의 대명사인 명나라 세종 때 재상 엄숭이나 『홍루몽』의 저자 조설근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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