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책과 지식] 이야기가 있는 음식, 맛은 추억 그 자체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박찬일 지음, 푸른숲
340쪽, 1만2000원


강남에서 이름 날린 이탈리아 유학파 요리사의 에세이다. 요리를 위한 레시피가 아니라, 맛에 얽힌 맛깔난 이야기 보따리다. 콜레스테롤 따위는 걱정하지 않았던 시절의 소박한 밥상에서부터 초콜릿 소스를 뿌린 시칠리아의 토끼고기 요리, 움베르토 에코의 연어 보관 소동 등 음식에 얽힌 일화가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어느 맛이든, 그 맛은 삶의 어느 순간과 엮여있다. 좋아하던 짜장면을 반도 못 먹고 남긴 ‘사건’은 군대 가던 날 일어났다. 남긴 반 그릇은 신병교육대에서 배가 고플 때마다 자꾸만 떠올랐다. 얼음을 석유가게에서 사 먹었던 시절, 수박화채의 맛은 얼음의 날카로운 예각이 냈다. 노상에 놓고 톱으로 서걱서걱 잘라 파는 얼음을 새끼줄로 묶어 날랐다. 긴 바늘과 망치를 동원해 잘게 쪼갠 얼음은, 화채의 보조가 아니라 주인공이었다.

 마늘은 유학시절 허기를 채워준 맛이다. 이탈리아에선 마늘을 향만 우려낸 뒤 쓰레기통에 내버린다. 올리브유에 고소하게 지진 향기로운 마늘. 그 마늘을 챙겨먹기 위해 요리 시연 시간이 늘 기다려졌다.

 문예창작과 출신,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저자의 글 솜씨는 독자의 오감을 깨운다. ‘양푼에 써어썩’ 비벼 먹었던 열무비빔밥의 기억은 이렇게 풀었다. “입이 미어져라 우겨 넣으면 열무 이파리가 입가로 튀어나와 볼에 양념을 묻혔다. 먹어도 먹어도 한정 없이 비빔밥이 들어갔다. 새콤 매콤한 열무비빔밥, 어머니가 해주는 그 비빔밥! 비싸다고 손톱만큼 넣은 깨소금이 우연히 잇새에서 튀어나와 고소하게 여운을 주는 것처럼, 그 맛이 지금 생생하게 되살아나 입안에 막 번진다.”(40쪽)

 내 추억 속 비빔밥도, 또 짜장면과 찐 문어, 돈가스와 고등어구이도 사정없이 튀어나온다. 겹쳐 보이는 얼굴도 여럿. 내 몸 어느 세포에 아직도 남아있었던 그 맛이,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이쯤 되면 책 제목이 맘에 안 든다. 추억의 절반이 맛이라고? 맛은, 추억 그 자체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