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논쟁] 경찰 긴급출입권 도입해야 하나

[그래픽=박용석 기자]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경찰관에게 ‘긴급출입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긴급상황 시 경찰관에게 주택 등에 강제로 들어가 사람과 물건의 상태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영장 없는 긴급수색을 허용할 경우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위기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안전과 자유의 보장에 있다.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 조항은 헌법 조문 중에서 가장 길다. 굳이 헌법에 규정되지 않아도 될 사항까지 나열돼 있다. 그만큼 귄위주의 시절에 인신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 여진으로 경찰 작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다.

 우위안춘(오원춘) 사건에서 촉발된 부녀자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경찰로서는 강제조치를 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는데도 이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사생활침해 논란 속에서 휴대전화 발신자의 위치추적이 가능해졌지만, 어느 정도까지 강제조치를 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화재 신고가 있으면 불이 난 곳을 찾아 소화를 위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 반면 생명·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해(危害)가 있어도 주거에 강제로 진입해 이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후속적인 보호조치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주거의 강제진입은 자칫 형사사법적인 적법절차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압수·수색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같은 긴급상황에서 사법경찰 작용이 아니라 경찰행정 작용의 일환으로서 임시적인 강제조치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경찰이 위험 현장에 도착해도 주거인이 거부하면 강제로 들어가거나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개정해 강제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

 긴급출입권은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경찰이 위험 해소를 위해 타인의 주거에 강제로 출입할 수 있음은 물론 현장과 현장에 있는 사람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긴급출입권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결코 평상시 국민의 평온한 삶에 개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가 상존하는 현대사회에 위기에 상응한 법체계의 정립은 국가의 책무다. 이를테면 대통령이 유신치하에서 국가긴급권을 남용했다고 해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차제에 긴급출입권의 제도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지키는 수호자로서 경찰의 역할을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

 다만 국민의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만 긴급출입권이 생명력을 가질 것이다. 절차적 투명성 확보가 선결과제다. 경찰관 신분증을 제시하고 긴급출입의 목적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주거인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긴급출입권 행사 후에는 즉시 관할 경찰서장에게 보고토록 강제해야 한다. 음주운전 단속상황을 즉각 관할 경찰관서로 타전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투명한 보고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사전에 밟지 못한 적법절차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사법적 통제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긴급출입권 도입의 직접적인 동인에 비추어 본다면 그 발동영역은 우선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해에 한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경찰의 공권력 발동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한 것이기 때문에 그 행위가 적법한 이상 국가가 피해보상을 책임져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보상체계 정립은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범죄피해자구조청구권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성낙인 서울대 헌법학 교수 한국법학교수회장


미국처럼 인권·사생활 보호장치 필요하다

안준성
미국변호사
긴급출입권은 사건 현장에 나간 경찰관이 보다 적극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원에서 일어난 우위안춘(오원춘) 살인사건과 같은 긴급상황 시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피해자 수색을 위한 강제출입이 가능한지가 다소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에는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위급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인명, 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 방지 및 제거, 피해자 구조’라는 긴급출입권의 발동 요건이 지나치게 넓다. 사생활침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재산범죄는 제외해야 한다. 둘째, 적용 대상도 광범위하다. ‘토지, 건물 또는 선박·차량 안에 있는 사람, 물건 또는 상태’는 사실상 모든 것을 의미한다. ‘조사’라는 것 역시 구체적인 정의가 없는 등 범위가 모호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자칫 수색에서 수사로까지 확대해석될 수 있다. 셋째, 사후적 통제수단도 미비하다. 소속 경찰관서장 보고의무를 규정한다고 하지만 이는 사후검증으로서의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 경찰의 오·남용을 막기 위한 사법적 통제수단이 필요하다.

 경찰권 오·남용의 대표적 사례로는 일명 ‘목검문’으로 불리는 검문검색을 들 수 있다. 차량 또는 행인을 제지한 후 무조건 신분증을 요구한다. 신원조회 결과 특이사항이 없으면 그냥 보내는 ‘아니면 말고’ 식이다. 목검문도 긴급출입권처럼 긴급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범죄의 예방과 제지’를 위해 인명·신체에 위해 또는 중대한 재산손해가 우려되는 경우로 제한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경찰권 남용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도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다. 긴급출입권도 목검문과 유사한 인권침해 행태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

 인권의 관점에서 미국의 긴급출입권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상당한 이유(probable cause)’가 있는 경우 911 긴급구조 상황에서 영장 또는 건물주의 동의 없이 집안을 수색할 수 있다. 신원미상 신고의 경우 비명소리, 총소리 등의 보강증거가 필요하다. 둘째, 적용범위는 부상자 수색으로 제한된다. 길게 난 핏자국 등을 추적해 추가 부상자를 찾을 수 있다. 셋째, 방해물 없이 확 트인 ‘플레인뷰(plain view)’에 놓인 범죄 증거물 또는 밀수품 등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서랍을 여는 등 조금이라도 물건을 움직일 때에는 반드시 영장이 있어야 한다. 넷째, 신속한 영장발급을 위해 전화·무선기기 등을 통한 구두 신청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일단 건물 밖으로 나가 휴대전화로 영장 신청을 한다. 영장이 발부되면 영장 사본을 가지고 다시 건물에 들어가 집행한다.

 인권 보장 차원에서 긴급출입권 도입안은 재검토돼야 한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 7조의 ‘위험 방지를 위한 출입’ 규정도 인명·신체의 위해 방지 및 피해자 구조를 허용한다. 건물주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영장주의 원칙에 따라 영장을 발부받으면 된다. 미국에서처럼 형사소송법에 구두 영장신청제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법원의 24시간 운영도 고려해볼 만하다. 범죄 수사와 예방을 위한 경찰권 강화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 경찰권의 최소한도 행사라는 ‘경찰비례의 원칙’을 되새겨봐야 할 때다.

안준성 미국변호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