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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금융당국이 진짜 감추고 싶었던 것

임미진
경제부문 기자
햇살론은 2년 전인 2010년 7월 선보인 서민 전용 대출 상품이다. 은행에서 돈 빌리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에 연 10%대의 싼 금리로 최대 5000만원까지 빌려준다. 2년 전보다 경기가 더 나빠졌다는데 서민 생활은 좀 나아졌을까. 햇살론 1호 대출자들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햇살론 연체율이 최근 가파르게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8월 23일자 1면>

 서민 금융의 대표 햇살론을 추적하면 한계상황에 놓인 서민들의 삶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햇살론 연체율이 요즘 장난이 아니에요. 돈 못 갚거나 안 갚는 이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죠. 그런데도 (실적에 급급한) 정부에선 자꾸 빌려주라고만 하고….” 한 제2금융회사 직원이 건넨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약 7%.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6월 말 기준 0.83%)의 8배가 넘었다.

 햇살론 1호 대출자들을 추적하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렸다. 그들이 취재를 꺼려서가 아니었다. 숫자는 적었지만 대출 지점을 통해 취재를 승낙한 대출자들은 협조적이었다. 밑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삶을 거리낌없이 털어놓았다. “일자리 좀 마련해달라.” “서민금융 지원액 좀 늘려달라.”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을 기자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정작 취재진이 실랑이를 벌인 곳은 금융 당국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취재를 제한했다. 설문조사를 끝낸 금융회사에 “신문사에 자료를 넘기지 말라”고 했다. 취재진은 개인 신상이 드러날 자료는 요청하지 않았다. 전체 햇살론 연체율 자료도 구할 수 없었다. 금융위는 "연체율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어서 아예 집계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2금융회사들은 "금융위가 연체율 자료를 언론에 주는 걸 싫어한다”며 망설였다.

 떼먹거나 안 갚은 대출을 정부가 대신 물어준 금액이나 비율을 아는 데에도 애를 먹어야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문제 생긴 대출금의 85%는 정부가 대신 물어주는데 그런 통계가 뭐가 중요하냐”고 되물었다. “전체 대출의 20%가 사고가 나도 보증재원에서 처리할 수 있으니 문제 없다”고도 했다.

 금융위 말대로 중요한 건 연체율이 아니다. 중요한 건 연체율 뒤에 숨은 사연이다. 일감이 없어 전세 자금을 빼서 생활하는 건설 노동자, 기껏 햇살론을 받아 사채 돌려막기에 쓰는 운전학원 강사, 수천만원의 빚을 당겨놓고 잠적해버린 버스 기사…. 겨우 13명의 연체자 사연을 모았는데도 이렇게 구구절절하다. 밑바닥 서민의 삶이 어디까지 꺼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사연은 뒷전인 채 정부는 실적에만 급급하다. 햇살론 연체율을 감추려는 금융당국이 진짜 감추고 싶었던 게 혹여 이런 서민의 팍팍해진 삶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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