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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아 생명권 보호, 낙태금지만으론 어렵다

그간 논란이 거듭돼 온 낙태 금지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그제 합헌 결정을 했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이란 상반된 두 개의 가치 가운데 생명권이 우선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헌재 결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다.



 이번 결정의 핵심 대상은 의사·조산사 등의 낙태 시술죄(형법 270조), 나아가 임신부의 자기낙태죄(형법 269조)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위헌 쪽에 선 재판관들은 “임신 초기(12주 이내)에는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합헌 쪽 재판관들은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며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격론 끝에 합헌 결론이 나옴에 따라 낙태 처벌은 헌법적 지지 기반을 얻게 됐다.



 그러나 법과 현실의 괴리는 크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낙태가 가장 많은 국가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2010년 낙태자 수가 16만9000명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낙태 처벌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고려 속에 기소 건수는 한 해 10건 안쪽이다.



 태아의 생명권은 낙태 처벌만으로 지킬 수 없다. 위헌 쪽 재판관들이 결정문에서 지적한 대로 국가의 태아 생명 보호 의무는 “출산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구체적으론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한 성(性)·피임 교육, 낙태 상담의 강화, 미혼모 등 ‘싱글맘’에 대한 양육비 지원 등이 체계적·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불법 낙태와 해외 입양, 영아유기 등이 이어지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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