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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미당·황순원 문학상] 난 지구특파원, 꿈을 전송합니다

조현의 ‘클라투행성통신’은 연작이다. “소설의 영감인 꿈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연작을 택했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자칭 ‘클라투행성 외계문명접촉위원회 지구주재특파원’인 소설가 조현(43). 그를 파악할 지름길이 생겼다. 황순원 문학상 본심에 오른 단편소설 ‘은하수를 건너-클라투행성통신1’이다. “왜 지구주재특파원이냐고 묻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소설로 알려주겠다고 했죠. 이 소설이 그 대답이에요.”

 주인공인 나는 클라투행성 동호회원으로 클라투행성 지구주재특파원을 맡고 있다. 지구의 사건사고나 예술 작품 소식을 클라투에 전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가끔 클라투에서 의뢰한 일도 처리한다. 각종 소식은 꿈을 통해 고향 클라투로 전송한다.

 소설 속 클라투행성은 지구 현대문명이 구가하는 단계를 넘어선 자연친화적이며 목가적인 곳이다. 미학적 성취와 지적 모험이 삶의 중심이 되는 곳으로 그려진다.

 “작품 속 클라투행성은 책벌레의 이상적 유토피아에요. 클라투행성 동호회의 다른 회원에게는 또 다른 유토피아가 있죠. 이상향이란 바라보고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니까요.”

 평범한 지구인인 내가 클라투 특파원이 된 건 꿈 때문이다. 캐나다의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클라투(Klaatu)의 앨범을 들은 날, 꿈에서 고향 행성인을 만난다.

 “클라투는 1951년 미국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나오는 외계인 이름이에요. 영화의 메시지가 문학적 영감, 제 꿈이 계시하는 것과 비슷해서 놀랐어요. 꿈에서 특파원의 임무에 대한 부분이 반복되면서 특파원이라는 정체성을 느끼게 됐죠.”

 외계인임을 고백(?)한 조현에게 꿈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소설가가 된 것도, 클라투 특파원이라는 정체성도 꿈에서 비롯됐다. 신춘문예에 당선됐던 소설도 지하철에서 잠시 꾼 꿈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예지몽을 잘 꿨어요. 신기(神氣)가 있다고 할까. 꿈이 계시처럼 느껴지고, 현실은 꿈의 외피처럼 여겨질 때도 있어요. 착상을 꿈에서 얻는 경우가 많아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자각몽(루시드 드림)도 조씨에겐 익숙하다. 꿈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가(假)수면 상태도 이용한다. “은유는 A와 전혀 관계없는 B를 연결해 충격을 주는 건데, 그런 면에서 꿈은 창의적이에요. 일상적 자아로는 어렵지만 꿈에서는 무관한 A와 B를 연결할 수 있죠.”

 꿈의 영감만큼이나 다독의 체험도 그의 작품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상호텍스트성에 기반해 “사실과 허구가 뒤엉킨 낯선 소설 세계를 보여준다”(예심위원 강유정)는 평을 받았던 그의 장기는 이번 소설에서도 여전하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김채원의 소설 ‘초록빛 모자’(1979). 나는 클라투의 의뢰를 받아 ‘초록빛 모자’ 주인공 김호가 소설에서 쓴 시 ‘은하수를 건너’의 내용을 파악해 전송한다.

 나는 궁금해한다. 소설 속 인물이 쓴 시를 자각몽에서 파악한 것을 실재하는 것으로 믿을 수 있는 지. 하지만 클라투행성은 “상상하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상상이 치밀하고 구체적일수록 존재의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답한다.

 조현은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면 우연은 없다. 다 필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씨가 하고 싶은 말은 소설 속 이 구절에 담겨 있지 않을까.

 ‘왜 지구의 모든 사람들은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에는 온 우주만큼의 무게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자신들이 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순간, 그게 현실로 벌어진 새로운 우주가 막 탄생한다는 것을.’

◆조현=1969년 전남 담양 출생.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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