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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선을 보는 냉소적 시선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우리 모두 인정하기 싫겠지만 대선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매우 냉소적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경선 흥행 몰이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대선정국은 열기로 가득 찬 국민 축제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도무지 흥분도 감동도 느낄 수 없다. 이런 대선정국이 분열된 사회에 어떤 치유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며칠 전 끝난 새누리당의 경선이나 지금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의 경선을 보면 국민들의 냉소적인 시선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을 보자. 경선 열기가 지난 대선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비례공천 뒷돈 의혹과 구태의연한 권력투쟁의 모습에 박근혜 후보의 ‘대혁신’ 외침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여기에 ‘쉬쉬’하며 소통을 가로막는 권위주의의 ‘망령’이 ‘대화합’ 외침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는 어떤가. 예전에는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제1야당의 중요성을 국민들이 절감하고 지원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에서의 반짝 열기가 계속 살아날지 의문이다. 이 상태로는 박근혜 후보에 대한 대안세력으로서는 물론, 안철수 교수의 동반세력으로서의 존재가치마저 위협받을지 모른다.

 이러다 보니 대선정국이 국민들 전체를 상대로 펼치는 정치적 경쟁의 장(場)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 여야 모두 한 치도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선택을 통해 정책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치렀던 1997년, 2002년, 그리고 2007년의 대선은 그와 같은 선택의 기회였다. 우리는 여 혹은 야의 ‘정치적 취향(political taste)’에 따라 사람을 선택함으로써 정책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2012년의 대선은 달라 보인다. 여와 야의 구분에 따른 전통적 맥락의 선거가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정책과 별 관련이 없을 수 있는 ‘사람의 매력’을 두고 ‘정치적 판단(political judgment)’을 내려야 하는 선거가 될지 모를 상황이다.

 이런 특이한 현상은 두 가지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안철수 현상이며, 다른 하나는 여야 후보 간 선택의 무의미성이다. 지금 국민들은 전통적 맥락의 여야 후보 선택에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전통적 맥락과 안철수 현상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지 정치적 판단을 강요받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어떤 정치적 판단을 내려야 할지는 분명하다. 안철수 현상은 극복돼야 하며, 정당정치는 살아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후보, 그리고 안철수 교수 간에 누가 우리 정치제도에 활력을 불어넣고,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며, 보다 잘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부닥치면 정치적 판단은 매우 어려워진다.

 국민들은 지금 안철수 교수의 인간적인 매력에 빠져 있다. 하지만 친구로서의 인간적인 매력이 반드시 정치인의 자산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파리를 잡을 수 없는 사람은 나라를 망칠 수 있다”고 한 헨리 테일러의 유명한 경구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정치적 탁월함은 여타 행동과는 다른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여론은 그의 인간적인 매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치력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안철수 현상에 대한 정치적 판단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런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가 걸려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안철수 교수를 쳐다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패배함으로써 정치적 죗값을 지불하든가, 아니면 환골탈태(換骨奪胎)의 모습으로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당으로 탈바꿈하든가다. 그러지 못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은 물 건너갈 수 있으며, 민주당은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은 물론 안철수 현상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의 장래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여야 간의 싸움이 아니다. 그 때문에 누가 더 나은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안철수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이제 안철수 교수가 대답해야 한다. ‘도덕적’인 우리 모두의 사람으로 남을지, 아니면 ‘정치적’인 우리 모두의 사람이 될지를. 그의 결정에 따라 냉소적인 국민여론은 물론 대선과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바뀔지도 모른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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