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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근영의 그림 속 얼굴] ‘절규’ 도난사건



권근영
문화스포츠 부문 기자
아무도 그 절규를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2004년 8월 22일 노르웨이 오슬로의 뭉크 미술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일요일 오전의 미술관에 두 명의 복면 괴한이 나타났다. 총기로 미술관 직원을 위협해 뭉크(1863~1944)의 걸작 ‘절규’와 그 옆의 ‘마돈나’를 떼어내 아우디 A6 승용차에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

 황혼의 하늘을 등진 채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절규하는 이 그림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일 거다. 하늘도, 강도, 사람도, 귀청 떨어지는 비명소리처럼 혼미하게 흐르는 듯하다. 그림이 탄생한 세기말의 정조다. 뭉크는 생전에 네 점의 ‘절규’를 남겼다. 그중 석판화 뒤엔 이런 메모를 덧붙였다. “두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해 질 녘이었고 나는 약간의 우울함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멈춰 선 나는 죽을 것만 같은 피로감으로 난간에 기댔다. … 그때 자연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절규를 들었다.”

 ‘절규’는 이전에도 손을 탔다. 1994년 2월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개막일,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걸려 있던 또 다른 ‘절규’가 도난당했다. 경찰력이 올림픽 치안에 집중된 때, 새벽에 창문을 뜯고 침입한 범인은 “느슨한 보안에 감사한다”는 쪽지까지 남겼다. 그러나 이렇게 유명한 ‘장물’을 살 사람이 쉽게 나타날 리 없었다. 결국 석 달 뒤 구매자를 가장한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들어 절도범이 검거돼 ‘절규’는 무사히 돌아왔다. 뭉크 미술관의 ‘절규’는 2년 뒤인 2006년 8월 31일 돌아왔다. 훼손된 그림을 수복하는 데만 2년이 더 걸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7년 세기의 범죄 25건을 꼽은 바 있다. 대량 학살, 유괴와 함께 ‘모나리자’와 ‘절규’ 도난사건도 포함됐다. 미술품 절도는 마약과 무기밀매에 이어 세 번째 큰 범죄시장으로 꼽힌다. 주로 보안이 허술한 사설 미술관이 도둑들의 먹잇감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전 세계 도난 미술품 시장 규모를 연간 60억 달러로 추산하기도 했다. 고가의 유명 작품들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수배 리스트에 올라 있어 공개적 유통이 불가능하다. 주로 암시장에서 감정가의 10% 내외에 팔려나간다. “예술품 도난사건에서 진짜 예술은 훔친 예술품을 되파는 것”이라고 FBI측이 촌평했을 정도다.

 네 점의 ‘절규’ 중 유일하게 개인 소장품으로 남아 있던 것이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992만 달러(약 1360억원)에 팔리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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