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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칼싸움

칼싸움 - 이정록(1964~ )


절에 갔다가

아빠랑 화장실에 갔다.

깊고 넓은 똥 바다

꼬추를 조준해서

아빠의 오줌 폭포를 맞혔다.

칼날이 부딪는 것 같았다.

아빠도 재밌는지

내 오줌 줄기를 탁탁 쳤다.

옆 칸이라 안 보이지만

아빠 꼬추도 삐뚤어졌겠다.

아빠 손에도 오줌이 묻었겠다.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아빠도 간만에 좋았겠다. 아이와 이런 실없는 장난을 해본 적이 없다면, 되짚어 볼 일이다. 아이와 그냥 말없이 걸어본 것이 언제인지, 아이와 괜히 서로 툭툭 치며 실없이 웃어본 것이 몇 번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슨 중차대하고 심각한 일이 있어서 늘 얼굴에 흙빛 장막을 두르고 다니는지. 그 권위는 두었다가 무슨 약에 넣어 달여 먹을 것인지. 가만가만 되짚어 볼 일이다, 살면서 가만히 행복하다고 느낀 때가 언제인지. 우리가 멀리 눈앞에 두고 달려가는 그것은 무엇인지. 그러나 한꺼번에 가려고는 하지 말자. 천천히 조금만. 나도 모르게 아주 조금씩. 가을이 오고 있다. 이 가을에 멀리 있는,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절에 가지 말고 우리 곁에 있는, 우리 속에 있는 절에 한번 가자. 가서 그 대웅전에 들어 절 한번 하자.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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