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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빨간티 몰카男, 퇴근시간땐 옷 갈아입고…

17일 오후 7시5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서울 지하철경찰대 소속 경찰관들이 바빠졌다.

이들은 에스컬레이터를 반복해서 오르내리는 한 남성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 남성은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더니 앞 여성의 치마 속으로 스마트폰을 밀어넣었다. 그 순간 경찰이 이 남성의 손을 낚아챘다. 경찰이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을 들이밀자 이 남성은 순순히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같은 시각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서울 지하철경찰대 이승범 수사 3팀장이 플랫폼 기둥 뒤로 급히 몸을 숨겼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역사 중앙 통로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 남성은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이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뒤를 쫓았다. 이 팀장은 “전형적인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자의 행동”이라며 범행 순간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 남성은 이 팀장을 발견하곤 황급히 역사 밖으로 사라졌다.


 여성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엔 몰카 영상이 거래되는 불법 유통망까지 생겨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2008년 560건에서 지난해 1436건으로 늘었다.

 본지 취재진은 지난 17일 오전 7시30분부터 9시30분까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서울 지하철경찰대의 몰카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2호선과 4호선 등을 오가며 실제로 몰카 범죄가 벌어지는지 지켜봤다. 이날 서초역에선 김모(42·무직)씨가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검거됐고, 몰카 의심 사례만 5건이 발견됐다.

 실제 빨간색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은 이날 오전 8시쯤 4호선 미아삼거리역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경찰을 발견하고 사라졌다. 그러나 오후 6시쯤 군청색 티셔츠로 갈아입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다시 나타났다. 이 남성은 역 플랫폼 기둥에 기댄 채 지나가는 여성들을 힐끔대다가 경찰이 다가가자 곧바로 사라졌다.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출퇴근시간대 지하철역은 몰카 범죄가 집중적으로 발생되는 장소”라며 “서울 지하철에서만 하루 평균 3, 4건의 범죄가 적발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에서 몰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되는 지하철역은 어디일까. 본지가 서울지하철경찰대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6~8월과 올해 6~7월 서울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를 분석한 결과 ▶서울역 85건 ▶강남역 41건 ▶고속터미널역 28건 순이었다. 특히 강남역의 경우 지난해엔 6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35건에 달해 새로운 몰카 우범 지대로 떠올랐다.

 지하철경찰대 측은 “서울역 에스컬레이터에 ‘몰카 범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설치했는데 이를 본 일부 ‘몰카족’들이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등으로 범행 장소를 옮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과거 몰카 범죄는 개인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인터넷상에 불법 유통망까지 생겨나는 등 조직적인 범죄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한 유명 웹하드 사이트에 ‘몰카’라고 입력하자 111건의 몰카 영상이 검색됐다. 이 영상은 건당 30~300포인트(30~3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무음 카메라 등 몰카 범죄를 부추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네티즌은 공개적으로 몰카 공동구매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달 T파일 공유 사이트에는 한 네티즌이 “2TB 분량(동영상 3000~4000개)의 여자화장실 몰카 영상을 확보했으니 20~30명이 모집되면 3만원에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몰카 범죄는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불법 유통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강현·송지영 기자
양지호 인턴기자(서울대 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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