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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황소’ 대원군 석파정 미술관에 다 있네

대원군의 별장이었던 서울 부암동 석파정이 29일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인왕산 기슭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한옥이다. [사진 서울미술관]

이주헌 관장
1983년 서울 명동 성모병원 앞, 스물아홉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쏟아지는 비를 피하려 건물 처마 밑에 들어갔다. 액자집 앞이었다. 쇼윈도에 진열된 황소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제약유통회사(유니온약품) 회장이 된 안병광(56)씨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뼈다귀만 남은 듯한, 참 못생긴 소 그림이었다”라고. 자꾸 보고 있자니 소가 들이받을 것만 같았다. 가게에 들어가 값을 물었다. 1만원이라는데 주머니엔 9000원 밖에 없었다. 밥값과 차비를 제하고 흥정 끝에 7000원에 그림을 감아 쥐고 나가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주인은 “그런데 그거 그림 아니고 사진 프린트에요”라고 말했다.

 이중섭(1916∼56)의 ‘황소’를 인쇄한 사진은 안 회장이 처음 산 미술품이었다. 이후 그는 제약유통회사를 차렸고, 그림도 꾸준히 사 모았다. ‘황소’ 진품 회화를 비롯한 100여 점을 가진 수집가로 성장했다. 2008년 서울 부암동에 있는 대원군의 별장 석파정(石坡亭)을 인수했고, 이 일대를 포함 4만 3000㎡(약 1만 3000평) 부지에 미술관을 지었다.

서울미술관이 29일 개관한다. 관장은 미술을 알기 쉽게 소개해 온 ‘아트 스토리텔러’ 이주헌(51) 씨다. 그는 개관전으로 ‘둥섭, 르네상스로 가세!-이중섭과 르네상스 다방의 화가들’을 기획했다. ‘둥섭’은 ‘중섭’의 서북 방언이다. 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부산 르네상스 다방에서 동인전을 열었던 이중섭·한묵·박고석·이봉상·손응성과 후배 작가 정규 등 근대 거장 6명을 기리는 전시다.

 안 회장이 갖고 있는 ‘황소’를 비롯해 이중섭의 회화와 드로잉 34점, 그간 조명이 덜 된 이봉상의 작품 15점 등 73점의 근대 회화가 나온다. 대부분 개인 소장가들에게서 빌린 것이다.

이 관장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생사를 넘나들던 그 시절에도 화가들은 그림을 그렸고 전시를 했다”며 “평단과 시장에서 소외된 근대 미술의 가치를 복원하며, 우리 미술의 진정한 르네상스가 도래하길 희망한다는 뜻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개관 기획전보다 눈길을 끄는 이 신생 미술관의 명물은 건물 뒤 석파정이다. 자하문 터널 옆 인왕산 바위산 기슭에 펼쳐진 이 한옥이 미술관 개관과 함께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조선 말기 세도가였던 김흥근이 갖고 있던 것을 대원군이 인수, 이름도 석파정으로 바뀌었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6호로 지정됐다. 한옥 7개 동(棟) 중 사랑채·안채·별채·정자 4개 동이 남아 있다. 미술관 입장료를 낸 뒤 옥상 정원을 통해 석파정으로 가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9000원, 초·중·고생 5000원, 개관전은 11월 21일까지다. 02-39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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