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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자주외교 상징 ‘화성돈 공사관’ 102년 만에 되찾다

대한제국 초대 황제 고종(1852~1919)이 자주외교의 기치를 내세우며 세운 공사관, 그러나 5달러라는 헐값에 일본에 강제 매각된 비운의 건물. 한국 근현대사의 슬픔이 새겨진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02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청장 김찬)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은 21일 미국 워싱턴 로간서클 역사지구에 있는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의 현 소유주인 미국인 티모시 L 젠킨스와 매입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입 금액은 350만 달러(약 39억5000만원)다.

 1877년 건립된 이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빅토리아 양식이다.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고종은 청나라·러시아·일본의 압박에 맞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1891년 11월 당시로는 거금인 2만5000달러의 내탕금(왕실자금)을 들여 이 건물을 구입했다. 당시 ‘대조선주차 미국화성돈 공사관(大朝鮮駐箚 美國華盛頓 公使館·화성돈은 워싱턴의 한자표기)’으로 불렸던 이 건물은 1905년까지 지금의 주미 한국 대사관 같은 용도로 사용됐다.

1903년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내부. 한쪽 벽에 태극기가 휘장처럼 걸려 있고, 천장은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있다(위쪽 사진). 당시 찍은 공사관의 외관(가운데)과 나무에 가려진 현재 건물의 모습. [사진 문화재청]

 그러나 1905년 11월 을사늑약 이후 관리권이 일제에 넘어가고 한·일 강제병합(경술국치)을 2개월 앞둔 1910년 6월에는 일제의 강압에 의해 단돈 5달러에 소유권마저 일본에 빼앗긴다. 일본은 매입 직후 풀턴이라는 미국인에게 이 건물을 10달러에 되팔았다. 이후 건물은 주인이 바뀌며 떠돌다 77년 현 소유자인 미국인 변호사에게 팔렸다.

 공사관의 존재가 국내에 알려진 것은 2005년 본지 박보균 대기자가 저서 『살아 숨쉬는 미국역사』에서 이 건물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면서부터다. 재미동포 사회는 그 이전인 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건물을 되찾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쳤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정부도 뒤늦게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의 역사적 가치를 주목하고 2009년 공사관 구입 비용으로 30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지만 소유주와의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해 난항을 겪어 왔다.

 문화재청은 올 2월 매입 주체를 문화유산국민신탁으로 확정하고 본격적으로 건물주와 매입협상에 나섰다.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의 최병구 한국문화원장은 “2008년 매입을 추진할 당시만 해도 집 주인이 600만 달러를 달라고 했다. 자기 아파트까지 함께 사달라는 요구를 했었다”며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매입을 주관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집 주인을 지속적으로 설득했고 그 결과 350만 달러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워싱턴을 방문해 협상 현장에 배석했던 새누리당 조윤선 전 의원은 “흩어졌던 교섭 창구를 일원화하고 끈기 있게 협상에 임한 결과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이번 매입은 단순히 건물을 구입한 게 아니라 빼앗겼던 우리의 자긍심을 되찾았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문화재청은 연내에 이 건물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전문가 검토와 재미동포 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한국 전통문화 전시 및 홍보 공간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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