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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장성택 방중과 북한 개혁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북한 권력의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장성택의 중국행은 방문단 규모와 의전, 그리고 ‘6·28 방침’이란 북한의 새 경제개혁 조치 윤곽이 드러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일부에서는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김정은의 4·15(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연설과, 국제 감각과 개혁 성향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부상을 예로 들며 북한이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나설 것이란 섣부른 기대를 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북한의 개혁·개방 문제는 양극화된 단선적 수준의 논의가 대종을 이뤘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러시아를 방문해 그들 나라의 경제성장에 긍정적 발언을 하거나, 신년사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면 곧바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해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과거의 사례를 들며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해 왔다. 어느 쪽도 북한이 직면한 개혁·개방의 대내외 환경과 구조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없었다.

 북한의 개혁·개방 논의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체제 내구력의 원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국가 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은 이 고난의 행군시대를 견디어 냈다. 인민의 지지보다는 최소화된 핵심지배연합의 강고한 응집력으로 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최고지도자는 체제 유지를 위해 인민을 배불리 먹이는 일에 앞서 핵심 엘리트 세력의 정치·경제적 특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북한의 핵심 엘리트 집단은 국가 밖에서 경제이익을 추구할 기회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최고지도자가 공공재와 사유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한 권력의 대오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독재자는 인민을 잘살게 해주겠다고 핵심 지지자의 주머니를 털어선 안 된다”는 경구는 북한 현실에 부합한다.

 생전에 김정일은 여러 차례 이른바 ‘우리 식’ 개혁·개방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개혁정책은 체제 버팀목인 지배연합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혁과 개방으로 인한 신흥시장 세력의 발호는 불가피하게 지배연합의 확장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곧 기존 엘리트 집단의 기득권을 위협한다.

 중국의 점진적·단계적 개혁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패자가 최소화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즉 개혁으로 인해 축소된 엘리트 집단의 정치적 특권을 빠른 경제성장의 과실로 보상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시장규모의 제한 등으로 인해 중국처럼 빠른 시간 내에 경제발전을 할 수 없고, 엘리트의 특권 축소에 대한 불만을 달래줄 수도 없다. 더욱이 개혁으로 인한 인민들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엘리트 달래기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북한 체제는 기존질서 지키기 능력은 탁월하지만 개혁에 대한 면역력은 취약하다. 따라서 북한은 경제개혁과 개방을 위해 소련처럼 체제위기를 무릅쓰고 정치적 틀을 재편하기보다는 경제특구 방식의 점(點)분산형 개방정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대표 사례가 나선지구 및 황금평·위화도 지역에 대한 북·중 경협 프로젝트다. 장성택의 주요 방중 목적도 이들 지역의 공동개발과 관리 문제를 중국 측과 논의하는 것이었다.

 북한의 본격적 개혁·개방 여부를 제대로 보려면 토크빌의 역설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즉, 혁명은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상황이 개선될 때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명제를 되새겨보면서 패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의 요체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완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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