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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건 안 통해 … 안방극장, 발랄한 귀신이 대세

TV에서 무서운 귀신, 섬뜩한 구미호를 보던 때는 지나갔다. 드라마 ‘아랑 사또전’은 천방지축 처녀귀신 아랑(신민아·왼쪽)과 사또 은오(이준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사진 MBC]

한여름 밤, 등골을 오싹하게 하며 더위를 날려주던 납량특집극이 사라졌다. 2010년 KBS에서 방영한 ‘구미호: 여우누이뎐’ 이후 눈에 띄는 TV 공포물이 없다. 납량특집극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전설의 고향’(KBS)도 2009년을 끝으로 방송되지 않고 있다.

 대신 발랄한 귀신, 유쾌한 구미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밀양의 아랑 전설을 모티브로 한 ‘아랑 사또전’(MBC)은 아랑(신민아)을 발랄하고 귀여운 처녀귀신으로 재탄생시켰다. 시청률은 13%대로 순항 중이다.

 판타지 시트콤 ‘천 번째 남자’(MBC)도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구미호 구미진(강예원)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지난달 방영돼 호평받은 KBS 단막극 ‘걱정마세요, 귀신입니다’도 사랑스러운 귀신(박신혜)이 주인공이다.

순수한 구미호 이야기 ‘천 번째 남자’. [사진 MBC]
 ◆높아진 시청자 눈높이=처녀귀신·구미호 등 전통적 공포물의 주인공들이 코믹하게 돌아선 건 더 이상 시청자들이 TV 공포물에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을 담은 영화·미국 드라마·케이블 장르물 등이 워낙 많아졌다. 수위를 조절해야 하는 지상파 TV 공포물을 시청자는 심심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령’ ‘골든 타임’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르물이 부쩍 늘어 뻔한 전개가 예상되는 납량극을 굳이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천 번째 남자’의 연출을 맡은 강철우 감독도 “귀신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오는 기존의 공포 드라마는 이제 표현의 한계, 투자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공포 대신 웃음= 그러다 보니 최근 방영된 납량특집극은 시청률이 기대보다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전설의 고향’은 시청률이 한자릿수에 머물렀고, ‘구미호:여우누이뎐’도 10%대에서 고전했다.

 제작 여건도 어려워졌다. 낮은 시청률에 비해 특수분장·특수효과 등 들어가는 품은 많아 비경제적 장르로 인식됐다. 게다가 요즘 드라마 제작의 필수요소로 꼽히는 PPL(간접광고) 협찬을 받는 일도 녹록하지 않다. 공희정 평론가는 “공포물은 사극이거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PPL도 꺼려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만 CP는 “‘아랑 사또전’의 경우 사극이라 PPL은 힘들지만 제작협찬사가 10개 정도로 다른 인기 드라마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했다.

  한류시장에서 멜로물의 강세가 도드라져, 공포물 제작을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아랑 사또전’은 제작발표회를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중계할 정도로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귀신이 공포물 대신 코믹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다.

 ◆뻔한 소재 비틀기=문제는 뻔한 소재를 얼마나 재미있게 비트느냐다. 예로 ‘아랑 사또전’은 아랑을 기억상실증에 걸린 발랄한 처녀귀신으로 설정해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아랑은 사또 앞에 나타나 애교 섞인 목소리로 “사내 앞에서는 나긋나긋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 청을 들어준다나”라며 투정도 부린다. 귀신을 쫓는 존재인 ‘추귀’, 일시적으로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나게 해주는 약 ‘보이그라’ 등의 설정도 웃음을 자아낸다.

 강철우 감독은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복수하는 구미호에 대해서는 모두 다 알고 있다. 진부할 거란 편견을 깨기 위해 구미진을 ‘보통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리려고 했다”고 말한다.

 또 CG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꼬리가 9개 달리며 구미호로 변신하는 뻔한 장면 대신, 검은 여우가 뛰어와 미진의 몸 속에 들어가면 구미호로 변신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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