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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경제협력 이제 와서 손 놓으면 … 모두가 ‘루저’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축구 대표팀의 사상 첫 메달 도전을 도요타가 응원합니다’.

 런던 올림픽 중이던 지난 6일.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업체 도요타는 서울 등 14개 한국 전시장에 한국 축구팀을 응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현수막은 동메달을 놓고 겨룬 한·일전이 끝난 후 ‘메달 획득을 도요타가 함께 기뻐합니다’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니 한국 기업”이라는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 도요타 관계자들의 마음고생은 심했고 추가 홍보를 접어야 했다. 외교 분쟁이 격화되면서다. 중국에선 20일 성난 시위대가 일본 브랜드 자동차를 부수는 일도 있었다.

 경제 통합을 향해 나아가던 한·중·일 신(新)경제가 암초를 만났다. 과거사 때문이다. 마케팅 차원이라고 해도 일본 기업이 한국팀의 한·일전 승리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 정도로 두터워진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일 경제 협력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외교·정치적 분쟁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북아 3국의 경제 협력은 최근 탄력이 붙는 추세였다. 3국 협력을 조율할 협력사무국은 지난해 9월 서울에 설치됐다. 정상회담 등에서 립서비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뒷받침할 틀이 마련된 것이다. 경제통합을 위한 첫 단추이기도 하다. 한·중·일과 아세안의 통화교환 협정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 규모도 지난 5월 두 배(1200억 달러→2400억 달러)로 늘렸다.


 정부 간 협력보다 기업 간 밀착은 훨씬 앞서 있다. 한국산 스마트폰이 잘 팔리지 않는 일본이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S3’는 지난달 일본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 1위(12.4%)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에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 NTT도코모의 판매망이 합쳐서 이룬 성과다. 한·일 조합이 미·일(애플·소프트뱅크) 조합을 이긴 셈이다.

 무엇보다 3국은 산업의 쌀인 소재·부품 산업에서 하나로 엮여 있다. 한국 기업이 쓰는 소재·부품 4개 중 1개(23%)는 일본산이다. 한국이 수출하는 부품의 30% 이상이 중국으로 들어간다. 기업 성장에 중국은 필수조건이 된 지 오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성우하이텍은 중국과 아시아 지역 진출을 통해 2000년 441억원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이 6250억원대로 불었다. 한·중 경제의 협력이 기업 가치를 15배로 높인 것이다.

 이런 3국 협력이 궤도를 벗어나면 3국 모두 아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속이 타는 건 한국이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이 통합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는 10년 후 5.14%에 이른다. 중국은 1.54%, 일본은 1.21%다.

 그렇다고 중국과 일본이 동북아 경제권을 나몰라라 하기도 어렵다. 3국 인구는 총 15억 명이 넘고, 국내총생산은 12조4000억 달러(2010년 기준)에 이른다. 아세안 국가를 합치면 GDP는 14조 달러를 넘어선다. 미국 중심의 북미 경제권(17조 달러), 유럽연합(EU, 16조 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다만 각국의 전략은 다소 엇갈린다. 일본은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중국은 영향력이 큰 아세안을 중심으로 동북아를 묶는 전략을 선호한다. 전홍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 입장에선 한·중·일 중심의 역내 협력이 가장 이득”이라며 “최근 분쟁의 핵심이 해양 경계 문제인 만큼 3국 해양 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활용하는 협약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 분쟁이 격화될수록 경제 협력의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럽에서도 프랑스와 독일은 전쟁과 영토 분쟁을 겪었다. 핵심은 양국 국경 지대의 석탄·철강 생산 지역이었다. 유럽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만들었고, ECSC는 공동 통화와 공동 시장 단계까지 발전한 유럽연합(EU)의 초석이 됐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협력이 외교 문제로 지체되고 있지만, 거꾸로 경제 협력을 강화하면 외교 문제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중·일 경제통합 동북아 3개국의 시장·통화 통합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 동아시아 협력방안. 유럽연합(EU)·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다른 지역 경제권에 대응하는 아시아권의 협력 모델이다. 장기 국가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단계 통합의 모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제시하고 있다. 회원국 간 정책 협력을 하는 단계인 셈이다. 한·중·일 통합 자유무역협정도 한 축이다. 2단계는 1967년 결성된 유럽공동체(EC) 같은 느슨한 경제공동체가 목표다. 3단계 모델은 단일 시장으로 통합된 EU다. 그러나 유로존 위기로 인해 최근에는 이 같은 통합모델에 대한 반론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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