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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발칸반도? 분단? … 민주화 희망은 요원

지난 6일 AP통신은 시리아의 리아드 히자브 총리가 반정부 세력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를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히자브 총리는 장관 2명, 고위 장성 3명과 함께 이웃 요르단으로 망명했다. 지난해 3월 사태 발발 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이탈이다. 이를 두고 미 국무부는 “알아사드 정권이 국정 통제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서방 언론도 정권 붕괴가 임박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초 미나프 틀라스 장군 등 알아사드의 측근이 프랑스로 탈출하고 각국 외교관들이 줄지어 망명한 데 이어 총리까지 등을 돌린 것은 이런 분석을 낳게 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게다가 지난달 사망자가 2만1000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을 유지하기란 상식적으론 불가능하다.

18개월째 학살 사태 시리아의 미래

하지만 미국도 제대로 짚지 못한 게 하나 있 다. 등을 돌린 이들이 알아사드 정권에서 권력을 누렸던 건 사실이지만 이들은 알라위파가 아니라 수니파라는 사실이다. 알라위파 출신의 진정한 ‘이너 서클’ 이탈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알라위파는 소수파임에도 같은 종파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1970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시민혁명이 발발하기 전까지 정부·군대·경제계 요직을 독식해 왔다. 따라서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자신들의 존립 기반도 함께 무너지게 된다. 이럴 경우 다수 수니파에 처절한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알라위파는 수니파들에 이단 취급을 당하고 있어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알라위파가 단단한 결속력을 자랑하며 정권을 호위하는 이유다.

국민 2만1000명 대량 희생
실제로 군은 알아사드 편이다. 직업군인의 70%, 장교의 80%가 알라위파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동력과 화력으로 수도 다마스쿠스와 최대 도시 알레포를 오가며 반정부군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고 있는 제4기갑사단과 특수부대 등 최고 정예부대는 전원 알라위파다. 일부 수니파 고위직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알아사드 정권은 군사적·정치적으로 여전히 건재하다. 결국 수니파 고위직의 전향은 정권의 종말이 아니라 종파 내란의 시작을 알리는 서곡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의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시리아의 제2의 발칸반도화다. 옛 유고슬라비아처럼 시리아의 종교·인종이 서로 얽혀 인종청소 같은 빈인륜 범죄를 저지르며 극단적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발칸반도의 유고슬라비아에서 한 나라를 이뤘던 세르비아계 정교도, 크로아티아계 가톨릭교도, 보스니아계 무슬림은 1991~95년 서로 종족·종교가 다르다고 인종 청소까지 저지르며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을 벌였다.

실제로 시리아에서도 종파 분쟁의 성격이 강해지면서 발칸식 대량 학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알라위파가 본거지인 서북부 해안지대에서 수니파 청소를 감행해 근거지를 확보한 뒤 최악의 경우 분리 독립 등 독자적인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외교관 출신 중동 분석가인 이타마르 라비노비치는 “이미 알라위파가 서북부 근거지 근처에서 수니파를 인종청소하면서 알라위파의 근거지 확대를 기도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한다. 2만 명이 넘는 사망자로 보면 시리아의 발칸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분쟁이 장기화하려면 알아사드 정권이든 반정부군이든 모두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알라위파 중심의 알아사드 정권이 같은 시아파인 이란과 오랜 동맹인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수니파 반정부군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터키 등 수니파 국가의 지원을 받는 구도다. 이미 이런 방식이 진행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이 사실상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리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여기에 이슬람 정권의 수립을 목표로 외부에서 들어온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이 가세하고 기독교도에 드루즈교도까지 다양한 종파가 생존을 위해 자체 무장활동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75~90년 15년간 종파·종족끼리 내전을 벌여 20만 명 가까이 사망한 레바논처럼 될 수도 있다. 시리아 전체가 무정부 상태가 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해 이웃국가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둘째 시나리오는 알라위파와 소수 종교가 한 편이 되고 수니파가 다른 한 편이 돼 갈라서는 ‘분단’이다. 그러면 두 개 국가가 들어서게 된다. 알라위파 본거지인 서부 해안지대와 일부 대도시는 알아사드 정권이 차지하고 나머지 지역은 수니파 반정부군이 장악하는 구도다.

시리아는 과거 프랑스 위임통치 시절 다마스쿠스·알레포·드루즈 지역과 알라위 네 지역으로 분할 통치된 전력이 있다. 반정부군 지역에선 바트당과 중산층 등 독재 정권에 충성했던 앙시앵레짐과 누보레짐(신체제)이 권력투쟁을 벌일 수는 있으나 학살은 멈출 수 있다. 하지만 국가 분할에 따른 인구이동과 교환 과정에서 대규모 학살이 재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이 두 시나리오는 알아사드가 권좌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알아사드를 퇴출시키고 시리아 내 민족·종교·종파 대표들이 협상해 민주정부를 세우는 희망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게 셋째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미 알라위파 중심의 정예부대가 국민을 대량 학살한 데다 인터넷에선 반군도 정부군 포로를 공개 총살하며 증오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그 때문에 당분간 보복이 계속될 조짐이다. 따라서 조속한 타협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안을 마련해야 할 국제사회도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한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지적했다. 유엔과 아랍연맹의 시리아 특사를 맡고 있던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사실상 임무를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BBC방송은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국제적 합의 가능성이 희박해져 사퇴했다고 전했다. 알아사드 정권 편이었던 중국이 중립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해결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난민들, 주변국 정치지형 흔들어
시리아 사태는 이제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중동 지역 전체의 국제정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하비에르 솔라나 전 나토 사무총장은 “내전이 격화돼 난민들이 이웃 터키·요르단·레바논으로 유입하면서 이들 나라 내부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시리아 사태가 자국 내 쿠르드족을 고무시켜 이들의 독립 기대가 다시 부상할까봐 긴장한다. 쿠르드족은 터키·시리아·이라크 등에 고루 퍼져 있으면서 독립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시리아 난민들을 안보위협으로 본다.

레바논은 수천 명의 시리아 반정부 수니 난민이 자국의 알라위파나 시아파 주민과 종파 갈등을 일으킬까봐 우려한다. 레바논의 알라위파는 대부분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며 수니파는 시리아 반군을 심정적으로 지원한다. 이미 지난 15일 레바논 시아파 부족이 시리아 반정부군 관계자 30여 명을 납치하는 등 충돌이 벌어졌다.

최근 안정을 찾아가는 이라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라크 누리 알말라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일색의 정부가 수니파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을 통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를 지원하는데, 시리아 사태로 이란에서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으로 보내던 무기지원이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로켓 공격 등으로 이스라엘을 계속 압박해 온 헤즈볼라의 세력이 약화될 수 있다.

시리아 내전이 시아와 수니의 대리전이 되면 중동 내 합종연횡의 판이 새롭게 짜일 수 있다. 수니와 시아라는 종파적인 끈을 통해 재편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수인 시아파의 이란은 외교적으로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종파라는 강력한 무기 앞에 그동안 이란이 써먹은 이슬람주의나 반미주의 카드는 맥을 못 추게 된다. 반면 수니파 중심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시리아라는 돌부리에 걸린 중동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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