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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일본 전략 다시 짜라

싸움에서 승리하는 방법에 관한 모색은 역사상 오래 이어졌다. 먹고살아 가야 할 생존자원을 두고 벌인 태고적 쟁탈에서부터 인류의 싸움은 벌어졌을 법하고, 그 오랜 싸움의 흐름에서 어떻게 하면 상대를 꺾을 수 있을까도 자연스레 궁리됐을 것이다.

유광종 칼럼

싸움에 관한 철학적 모색은 여럿 존재한다. 그중 으뜸이라고 하면 『손자병법』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 안에 담긴 전쟁의 지혜는 책이 나온 지 2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지침이 ‘나를 알고 상대를 알아야 한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다.

내 상황에 못지않게 상대의 모든 것을 알아야 싸움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얘기다. 남과 나의 상황을 견주면서 힘의 강약(强弱)을 살피고 상대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고민하라는 메시지다. 아울러 상대의 어떤 부분을 피해야 할지도 알아야 한다.

요즘 벌어지는 한국과 일본의 뜨거운 신경전을 보면서 우리는 일본과 어떻게 다투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도 일종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싸움을 잘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살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그리고 일왕(日王)에 대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일본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동과 발언에 대해 일본이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역시 속 좁은 섬나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미루고, 통화스와프까지 중단하는 걸 검토하는 모습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일본 정치권의 협량(狹量)이 돋보이는 장면이지만, 그래도 저들이 자국 여론에서 비판에 직면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까지는 조용하던 일본이 그 뒤로 이어진 “일왕이 방한하려면 과거사를 사죄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폭발했다.

일왕은 일본의 형식상 국가원수다. 하지만 신격화한 일왕의 존재를 함부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의 여론이 비등점을 향해 치달았다. 진보 성향의 일본 언론까지 한국의 대통령에게 ‘실례’를 거듭하면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치하다” “수준이 낮다” “질렸다” 등의 모욕적인 표현마저 등장한다.
일왕에게 먼저 방한을 요청한 쪽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2008년 4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이 대통령은 직접 그를 거론했다. 일본이 먼저 자국 왕의 방한을 언급한 것도 아닌데, 한국의 대통령이 방한을 요청해 놓고 이제 ‘과거사 사죄’의 전제조건을 다는 방식에 대해 일본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의 그런 여론에 결코 동감하지는 않지만 일본을 향해 펼친 우리의 전선(戰線)이 무분별하게 확대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왕 방한 요청에 관한 앞뒤 순서를 보면 적어도 그렇다. 모양새가 곧 명분이다. 명분에서 밀리면 괜히 스스로 궁색해지게 마련이다. 독도 방문 이후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모양새에서도 다소 밀린다.

일본의 국왕이 자국 국민에게는 지존(至尊)의 대상이라는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다면 일왕에 대한 거론은 독도로 펼친 전선(戰線)과는 다른 차원에서 다뤄야 맞는 일이다. 그런 이야기를 부적절한 시점에 꺼내 일본의 여론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게 결코 현명한 방식은 아니다.

싸움의 기술이 전술(戰術)이다. 싸움의 전체 얼개를 잡아 지혜롭게 싸우는 방법이 전략(戰略)이다. 전술만 갖추고 있으면 큰 싸움에서는 진다. 더 큰 차원의 모색이 따라야지만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싸움의 전략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 상대의 어디를 피해가야 할지에 관한 ‘지피(知彼)’의 모색에서 이번 다툼은 확전 방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싸움의 상대를 제대로 지켜보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툼을 벌일 것인지에 관한 전략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이번 일본과의 다툼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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