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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사정관제의 두 얼굴

기시감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나 보다.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입학사정관 제도를 둘러싼 일련의 불상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09학년도 입시부터 본격 도입된 입학사정관 제도가 올해로 5년째다. 이 제도에 대한 공정성을 둘러싸고 온갖 잡음이 많았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잇따라 터졌다. 성균관대 입시 때 지방의 한 고교생이 지적장애인을 집단 성폭행했던 과거를 숨기고 ‘봉사왕’이라는 고교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로 합격했다. 지난달에는 돈 받고 수험생들의 활동 경력을 가짜로 만들어준 브로커와 학부모들이 수원지검에 적발됐다. 수만 명의 진로를 좌우할 입시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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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한번 기시감을 느낄까 봐 걱정이다. 오락가락하는 대입 제도의 변경 가능성 때문이다. 입학사정관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정당성이나 신뢰의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여당의 대선 경선 후보가 폐지를 이미 공약했을 정도다. 2004년 교육 담당 기자로서 당시 수능등급제 도입 등을 둘러싼 엄청난 제도 변화를 지켜봤다. 경험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정권이 바뀌면 어찌될까’ 걱정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권의 핵심 교육 정책인 입학사정관 제도를 보는 마음이 불편한 이유다.

제도의 허점을 방치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입시제도의 골격이 몇 년마다 뒤바뀌는 것도 큰 문제다. 기왕에 도입한 제도인 만큼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도록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입학사정관제의 모국인 미국을 보자. 이 제도는 1920년대 동부 명문 대학들에 좋은 성적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유대인들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불순해 보이는 의도와 달리 미국의 입학사정관 제도는 자리를 잡았다. 다양한 인종·문화로 이뤄진 미국에서 우수 인재를 뽑는 데 단순한 학업 성적을 보는 것보다 강점이 많아서다. 다만 기억하자. 이 제도가 자리를 잡는 덴 30년이 걸렸다.

일본은 역방향에서 참고할 요소가 있다. 일본에도 우리의 입학사정관제와 비슷한 ‘AO입시’ 제도가 있다. AO는 입학사정관(Admission Officer)의 약자다. 1992년 게이오대의 일부 학과가 도입해 다른 대학으로 확산됐지만 2009년부터 달라졌다. 성적보다 잠재력을 중시한다는 AO입시로 들어온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일반 입학생보다 훨씬 뒤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와세다대가 AO입시 정원을 대폭 줄이고 공인영어성적을 요구하는 등 AO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도입 20년 만에야 방향을 바꾸는 분위기다.

입시 제도는 나라마다 특수성이 강해 어느 한 가지가 최선이거나 최악일 수 없다. 어떤 제도건 순기능을 살리며 제대로 정착하려면 세월이 필요하다. 미·일을 보자면 적어도 2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입시제도의 폐단이 드러난다 해서 단칼에 폐지하는 급격한 한국식 변화는 적절치 않다. 자칫 시행착오의 비용만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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