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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 공학 입힌 역발상 디자인 사람과 교감하는 똑똑한 로봇 꿈꾸다

지난해 11월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고풍스러운 암스테르담 시가지 한가운데 자리잡은 도서관 건물 안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온 차세대 로봇 연구자들이 거기 전시된 한 출품작 앞을 떠나지 못했다.

파워 차세대 ① 로봇 디자이너 곽소나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 포스텍 연구팀의 한글 교육용 로봇 ‘한글봇(HangulBot)’. 로봇이라지만 한글봇의 겉모습은 흔한 블록 완구와 다를 바 없다. 자음과 모음 블록을 배열해 글자 모양을 만들면, 블록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해 해당 글자의 발음을 내는 장치다. ‘ㄱ’ 블록 옆에 ‘ㅏ’블록을 가져다 놓으면 스스로 ‘가’라는 소리를 낸다.

한글을 전혀 모르던 외국인들조차 불과 몇 분 만에 글자 조합의 원리를 깨우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몇몇 학자가 “진짜 이런 글자가 있는 게 맞느냐”며 연구팀에 한글을 직접 써보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한글봇 아이디어를 내고 개발을 주도한 사람은 곽소나(34) 이화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당시 포스텍 인문과학부 대우조교수로 연구팀을 이끌었다. 곽 교수는 “외국인 학자들이 한글봇의 디자인보다 한글의 구성 원리에 더 놀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한글의 과학적 원리에다, 블록 조각과 이를 만지는 사람 사이의 ‘교감’을 더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도구를 디자인한 것이다. 한국팀은 이날 막을 내린 세계 소셜로봇학회의 로봇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최다 득표를 했다.

곽 교수는 로봇을 연구하는 디자이너다. 곽 교수는 “로봇의 기술·기능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일상생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게 주된 관심사”라고 말했다.

인간과 교감하는 로봇, 거기엔 로봇공학과 인문학·디자인이 어우러지는 융합의 세계가 필요하다. 곽 교수는 ‘인간-로봇 상호작용’ 또는 ‘사회 로봇(Social Robot)’으로 불리는 새 분야의 개척자 중 한 명이다. 로봇을 움직이는 기술에만 집중하지 않고, 심리학·미학 등 인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융합 연구를 방법론으로 삼는다.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융합 기술자, 융합의 지휘자인 셈이다. 한글봇도 이런 융합 과정을 거쳐 나왔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블록 같은 도구를 만지고 배열하는 후천적 본능을 발휘한다. 곽 교수는 여기에 스스로 형태를 깨닫는 기술을 합쳤다. 한글봇은 글자 모양이 아닐 땐 침묵하고, 글자가 돼야 소리를 내는 제품이다.

곽 교수는 내친김에 한글봇의 상업화를 준비 중이다. 교육용 완구뿐 아니라 한글을 배우려는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에도 도움을 줄 것 같아서다. 최근 중소기업청의 창업자금 지원도 받았다. 곽 교수는 “연구활동을 계속하면서 한글봇같이 융합적 디자인에 기초한 지능형 제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며 “10년쯤 후에는 생활 주변 대부분의 기구나 가구들이 사용자와 감정을 나누고 상호작용을 하는 그런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곽소나 교수 같은 차세대 개척자들을 찾아내 소개하는 ‘파워 차세대’ 시리즈를 이번 호부터 시작한다. 한국 사회의 미래 희망을 찾고 ‘선진국 진입’의 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정보기술(IT)·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지만 미래성장동력이 될 고부가 첨단산업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네트워크가 더 중시되는 세상이다. 정치·사회·문화 분야에서도 ‘선진국 따라잡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사회의 온갖 현안들을 혁신적으로 풀어낼 선구자들이 필요하다. IT와 인문학·디자인·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스마트 폰’을 개발한 스티브 잡스는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융합형·창조형 인간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선 낡은 틀과 영역과 장벽을 뛰어넘는 발상, 도전, 실천이 절실하다.

‘파워 차세대’ 시리즈의 자문위원을 맡은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은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의 등장에서 보듯 불과 몇 년 후도 예측하기 힘들 만큼 과학기술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며 “하지만 여기에 한국의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창의성과 개척정신으로 새로운 분야를 뛰는 영 리더들을 발굴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계기사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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