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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 번 돈 절반 이상 투자하는 ‘보험설계 여왕’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교보생명은 능력주의 인사를 하고 성과주의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상합니다. 성과주의라고 해서 수단 가리지 말고 무조건 성과를 내라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말하는 성과주의 개념은 그렇게 비정한 게 아닙니다. 구성원들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 성과를 내게 만드는 자율적 성과주의라고 할까요? 직원들은 사명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해 매진하고, 회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과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하는 겁니다.

CEO 일요 경영산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②

성과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보니 요즘은 사내에서 ‘고(高)성과 문화’라는 말을 쓰는데 취지는 같습니다. 금전적 보상도 충분히 해야 하지만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칭찬을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칭찬과 질책도 노하우가 필요하죠. 잘했을 땐 사람을 칭찬하고 잘못했을 땐 행위를 질책해야 합니다. 특히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불필요한 간섭을 피하고 당사자가 요구하는 지원만 해줘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성과주의의 핵심이죠.

매출·이익은 성과의 일부일뿐
그런데 현실에서는 수단·방법 안 가리고 성과를 내면 그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게 성과주의의 본질인 양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고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성과주의에 냉정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성과란 조직의 존재 의의 그 자체입니다. 경영이란 곧 성과의 창출이라고도 할 수 있죠. 경쟁사보다 빠른 속도로 성과를 개선해야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직은 존속할 수 없습니다.

성과란 회사의 성장과 비전 달성에 기여하는 모든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매출·이익만을 성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고객 만족, 직원들의 성장, 불우이웃 돕기 같은 사회공헌 활동, 감독당국이 평가하는 재무건전성도 중요한 성과로 보죠. 특히 중요한 것이 고객 만족 및 사원 만족 그리고 회사의 이익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원을 내부고객이라고 하는데 법적으로는 1인 사업가 신분인 재무설계사도 우리 회사로서는 중요한 내부고객이라고 할 수 있죠.

기업의 성과는 고객·임직원·투자자·정부·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교보생명은 이해관계자별로 성과를 관리해 어느 한쪽이 부진하면 이듬해 그쪽의 성과가 개선되도록 부문별 비중을 조정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회사는 이해관계자별로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s, KPI)를 설정해 관리합니다. 고객 지표가 보장유지율·보장금액이라면 임직원에 대해서는 1인당 소득, 사원 만족도 같은 지표를 활용하죠. 투자자와 정부에 대해서도 각각 재무건전성, 세금 납부 실적 같은 지표를 적용합니다.

진정한 성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차등보상만 확대하면 조직문화가 산성화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삭막해져 장기적으로 성과 개선이 어려워진다는 거죠. 수단을 가리지 말고 성과를 내라는 상사의 일방적인 독려로 구성원들이 ‘나는 성과 내는 기계’라는 생각에 젖는다면 성과주의는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간부급 인사를 할 때 기여도·전문성뿐 아니라 품성·평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도덕성도 능력이라는 거죠. 더욱이 우리 회사 같은 금융회사는 고객의 소중한 재산을 관리해주는 회사입니다.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자산을 많이 보유한 만큼 사회적 책임도 더 크죠.

단적으로 금융회사 임원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야 합니다. 아니할 말로 신창재가 도덕성에 문제가 있고 그래서 부도덕한 지시를 했다고 칩시다. 그 지시를 따랐다가 우리 회사가 잘못된 길로 접어든다면 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하겠어요? 물론 저도 얼마 안 있어 쫓겨나겠죠. 교보생명 같은 대기업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가 소비자단체한테 비판을 받는다면 회사 이익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결국 정도 영업을 해야 한다는 거죠.

중장기 목표인 회사의 비전은 임직원 개개인의 직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야 합니다. 회사 전체의 목표는 부서 단위의 목표로 분해되고 다시 말단에 이르기까지 전 임직원의 개별적인 목표로 치밀하게 쪼개져야 합니다. 그래서 전 임직원이 ‘우리 회사가 비전을 달성하려면 나는 언제까지 나의 목표를 완수해야겠구나’ 하고 스스로 인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전이 회사가 전사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라면 전략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사가 선택하는 실행 방법입니다. 회사의 전략도 개개인이 자신의 직무를 통해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업직 같으면 회사의 전략에 따라 저마다 영업 전략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 목표와 전략을 배분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서 회사의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도 할 수 있죠.

조직은 오늘의 재무적 성과를 내는 한편 내일의 재무성과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재무성과를 수확하는 동시에 재무성과의 일부를 내일을 위해 투자해야 합니다. 보험회사 재무설계사의 입장도 꼭 그렇습니다. 성과가 뛰어난 재무설계사는 신규계약을 많이 따내 많이 벌기도 하지만 평소 고객에 대한 투자를 왕성하게 합니다. 월 1000만원 벌어서 600만원을 재투자하는 식이죠. 다음달 1100만원이 벌리면 이번엔 700만원을 씁니다. 저도 놀랐는데, 실제로 우리 회사 ‘보험의 여왕’에 오른 어느 재무설계사가 월 수입의 절반 이상을 고객에게 재투자하더군요. 회사도 이렇게 투자와 재무성과 창출의 선순환이 일어나야 지속적으로 성장합니다.

사회공헌 활동도 성과 측정해야
기업이 혁신을 성공시키는 데도 성과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제도를 정착시키려면 단기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에는 항상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죠. 반대의 소리를 잠재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대자를 내쫓고 억압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결국 이들을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초기에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거죠. “이것 보세요. 내 말대로 하니까 되잖아요?” 이렇게 반대파를 설득하는 한편 혁신의 파급력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교보생명의 경우 혁신에 드라이브를 건 2000년부터 5년 연속 한국능률협회가 주는 고객만족경영대상을 받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습니다. 금융업계 최초의 일이죠. 이게 고객지향적인 기업문화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도 비용 대비 효과를 철저히 따집니다. 가령 어느 공익단체와 공동으로 어떤 활동을 벌였는데 그 단체가 일을 효율적으로 못하면 다음에 파트너를 교체합니다. 이 역시 성과주의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자기 만족을 위한 게 아니라면 당연히 수혜자 입장에서 성과를 가늠해 봐야 합니다. 같은 비용으로 고객한테 더 많은 혜택을 드리는 게 선이듯이 사회공헌 비용도 수혜자의 만족도가 높아지도록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합니다. 빌 게이츠가 세운 빌 &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그렇게 한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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