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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음악 성지에서 바그네리안들에게 인정받다

1 ‘로엔그린’에서 사무엘 윤(가운데)이 열창하는 모습.
1996년부터 터줏대감, 연광철
베이스 연광철(서울대 성악과 교수)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터줏대감이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에서 야경꾼,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탄호이저’에서 헤르만 영주, 2003·2004년 ‘파르지팔’에서 티투렐, 2005·2006·2012년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마르케왕,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라인의 황금’에서 파졸트, ‘발퀴레’에서 훈딩,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파르지팔’에서 구르네만츠 역을 맡았다. 동양인 성악가로서 전무후무한 놀라운 기록이다.이번 ‘파르지팔’ 공연은 프로덕션의 마지막 상연 해였고, 연광철의 구르네만츠는 언제나처럼 바그네리안(바그너 애호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해설자이자 사회자 역인 구르네만츠는 사실상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배역이다.

독일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빛낸 연광철& 사무엘 윤


2 ‘파르지팔’에 출연한 연광철. 사진 Jörg Schulze 3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 등장한 사무엘 윤.4 ‘파르지팔’에서 열창하는연광철(오른쪽).
-연광철의 구르네만츠 공연을 본 청중들이 발을 구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는 현지 반응을 접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슐링엔지프의 ‘파르지팔’과 현저한 해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죠. 난해하고 각자가 알아서 받아들이게 해석한 슐링엔지프보다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정확한 헤르하임의 연출 스타일이 훨씬 더 많은 공감을 얻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연출 덕분으로 공을 돌리시는군요. 바그너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바그너는 단지 어떤 이야기에 음악을 붙인 것이 아니고 자신이 모든 이야기를 이끌어갔죠. 그렇기 때문에 작곡가와 대본가의 작업이 없었습니다. 그를 극작가로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시각이 열립니다. 독일어와 음악의 아름다운 조화, 그리고 깊이 있는 가사도 매력적입니다. 또 오케스트라가 단지 성악 반주에서 머무르는 대다수 오페라에 비해 바그너는 때로 성악이 오케스트라의 악기로 생각될 만큼 오케스트라에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5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사무엘 윤의 모습. 6 바이로이트 극장 전경.© Bayreuther Festspiele /Jörg Schulze.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다른 페스티벌이나 공연보다 더 긴 3개월 동안 연습한다고 들었습니다.
“3개월 정도 연습하는 경우는 새로운 반지 시리즈(니벨룽겐의 반지)가 올라갈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은 6월 중순부터 시작하죠. 연습기간은 약 4주인데 여러 작품이 동시에 올라가기 때문에 일정이 무척 엄격하게 진행됩니다.”

7 ‘탄호이저’의 한 장면.8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한 장면.9 ‘파르지팔’의 한 장면.이상 사진 © BayreutherFestspiele / Enrico Nawrath
-옛날 방식을 고수하며 개런티도 다른 극장에 비해 많지 않은데도 성악가들이 바이로이트 무대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바그너는 직접 설계를 해서 이 극장을 지었습니다. 그 독특한 음향이 가수들을 떠나지 못하게 하죠. 돈을 위해 다른 페스티벌로 옮기는 사람도 많은데, 바이로이트에서 오래 연주하는 사람들은 마치 휴가처럼 연습과 무대와 공연을 즐기게 됩니다.”

-바이로이트 가수로서 어떤 자부심이 있습니까.
“자부심이라기보다는 현장에 있다는 느낌이죠. 리하르트 바그너와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유능한 동료들, 그 속에서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좋습니다.”

-바이로이트에서 영감을 준 지휘자가 있다면.
“다니엘 바렌보임과 크리스티안 틸레만입니다. 그들은 음악을 대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음악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많이 다릅니다.”

-내년에도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참가하십니까.
“내년에는 리하르트 바그너 탄생 기념 연주회에만 참가합니다.”

-2012~13 시즌의 주요 공연 일정은.
“다음 시즌에는 뉴욕 메트에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인’을 하고, 2013년은 드레스덴에서 ‘로엔그린’으로 시작합니다. 뮌헨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몬테 카를로에서 바그너 갈라, 뮌헨에서 베르디 탄생 기념 ‘레퀴엠’, 빈에서 ‘파르지팔’, 베르디 ‘돈 카를로’ 등을 부르고 런던의 프롬스에서 ‘트리스탄’, 다시 뮌헨에서 ‘파르지팔’이 계획돼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파르지팔’도 공연합니다. 최근에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 오네긴’의 그레민으로 데뷔를 했습니다. 아마도 다음 작품은 러시아 작품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커버에서 주역으로, 사무엘 윤
바리톤 사무엘 윤은 2004년부터 바이로이트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파르지팔’에서 두 번째 성주 기사 역으로 출발한 그는 이후 ‘탄호이저’에서 음유시인이자 기사인 라인마르츠 폰 페터 역을 맡았다. 2010년부터 ‘로엔그린’에서 헤어루퍼 역을 맡으면서 지난 3년 동안 같은 역을 바이로이트에서 해왔다. 그리고 올해 개막작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커버(주인공이 아플 경우 출연하게 되는 언더스타디)였던 그는 자신을 찾아온 행운을 놓치지 않았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에서 한국인으로, 또 아시아인으로서 첫 타이틀롤 주역을 맡은 소감은.
“18년간의 유럽 생활 중 가장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을 하나님이 주셨고, 담대하게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저를 위해 기도해 준 제 아내와 가족들, 그리고 저를 응원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유령선장 ‘네덜란드인(이하 홀렌더)’은 어떤 인물이며 어떻게 소화했습니까.
“홀렌더가 자신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7년에 한 번씩만 육지로 올라올 수 있습니다. 매번 실패했기에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죠. 그래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고 냉소적입니다. 젠타라는 사랑하는 이를 얻게 됐지만 오해로 인해 결국 다시 좌절과 고통을 느끼며 바닷속으로 사라지죠. 이 복합적인 캐릭터는 고난도의 성악적 테크닉뿐 아니라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이 역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가수는 세상에 몇 명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연출가인 얀 필립 글로거는 어떤 것을 요구했습니까.
“고뇌하고 방황하며 희망을 잃은 현대인의 모습을 저를 통해 무대에서 투영하려고 했습니다.”

-바이로이트 무대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이곳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는) 정식으로 표를 신청하면 무려 9년이나 걸린답니다. 그만큼 바그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거죠. 이곳에서 주역으로 공연을 한 성악가들은 세계 어느 극장을 가도 존경의 표시를 받게 되고, 그만큼 성악가 커리어에 크나큰 도움이 됩니다.”

-바이로이트에서 노래하는 성악가로서 어떤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까.
“바그너 오페라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으로 재능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부심뿐 아니라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는 거죠.”

-바그너 음악극의 매력은.
“광대한 스케일입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편성에서 나오는 엄청난 사운드와 무대에서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연출적인 가능성 때문이죠. 무대에서 노래하면서도 몇 번이나 소름이 돋았는지 모를 정도로 극한 감정을 안겨줍니다.”

-내년은 바그너 탄생 200주년이라 전 세계적으로도 바그너 공연이 많이 열릴 텐데요.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에서 ‘라인의 황금’, 베를린 도이체 오퍼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 쾰른 오페라에서 ‘파르지팔’,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타이틀롤을 부르게 됩니다. 여름에는 다시 바이로이트에 출연하고, 가을에는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지크프리트 공연을 합니다. 내년 저의 공연의 80% 이상이 바그너 작품이네요.”

-지금까지 안 했던 역 가운데 가장 부르고 싶은 역이 있다면.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역입니다. 여러 극장으로부터 계속 제안을 받았었는데 다른 일정 때문에 겹쳐서 번번이 하지 못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꼭 오겠죠.”

-요즘 이렇게 한국 가수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갖고 있는 소리의 매력도 물론 있지만 더 중요한 건 한국 성악가들이 독일인보다 더 열심히 발음 연습을 하고, 언어의 뉘앙스를 찾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노력을 바탕으로 한 무대에서의 집중력과 다양한 음악적 표현들이 그들의 귀와 마음을 열어준 것이겠죠. 언젠가는 온전히 한국인의 힘으로 제작되고 연주되는 바그너 오페라들이 한국 무대에 자주 올려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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