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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이면 자가용…"빠름 빠름 빠름은 필요없죠"

고요한 물 위에서 홀로 카누를 저으면 바쁜 도시생활을 잠시 잊고 자연 속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사진 물레길]


막바지 휴가철의 토요일 오후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는 꽤나 막혔다. 더위에 지친 도시를 잠깐이나마 떠나려는 사람들, 돈 벌다 쌓인 스트레스에 돈 쓰러 나가는 도시적 역설이 그렇게나 길었다. 경기도를 넘자 차는 다시 제 속력을 냈다. 춘천 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면 춘천시에 닿는다. 남춘천역과 춘천고속버스터미널을 지나면 길은 금세 한가해진다. 여기에서 북한강변을 따라 천천히 달리다 보면 춘천 송암레포츠타운이 나온다.

‘젠틀맨 코리아’ 창간 특집 카누와 함께하는 주말 “물 밖에서 수영하는 기분”



 송암레포츠타운은 나름 규모가 크다. 주경기장·보조경기장·야구장·테니스장·빙상장 등 각종 레포츠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의암호를 둘러나가는 이곳에선 그냥 앉아만 있어도 춘천의 산세와 의암호의 물빛이 시야에 꽉 찬다. 그 물가에 블루클로버라는 3층짜리 건물이 눈에 띈다. 나무 카누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카누를 즐기고 있는 동호인들. [사진 물레길]
 『체육학대사전』(2000)에서는 카누를 ‘노로 젓는 작은 배’라고 정의한다. 꽤 막연한 개념이다. 그래서 통나무를 수박 파먹듯 깎아 만든 배부터 뼈대를 만들고 가죽을 입힌 배까지 모두 카누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말하는 카누는 이 중에서도 ‘캐나디안 카누(Canadian Canoe)’다. 상대적으로 가운데가 불룩하고 양쪽 끝이 뾰족하지만 길이가 긴 편이라서 전체적으로 여유롭게 생겼다. 돛이 달린 카누나 ‘카약’이라 부르는 고속형 카누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주로 캐나디안 카누를 만든다.



 장목순씨가 캐나다에 가지 않았다면 이곳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로봇공학 박사인 장씨는 화성 탐사선 로봇 팔 프로젝트 때문에 토론토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때 그곳에서 처음 카누를 탔고, 곧 카누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국에 돌아올 때는 카누를 만들기 위해 20권의 관련 서적을 챙겨 왔다. 하지만 책만 보고 카누를 만드는 건 키스를 글로 배우는 것과도 같았다. 수소문 끝에 캐나다의 카누 장인인 테드 무어스와 연락이 닿았다. 테드 무어스는 카누 박물관에 자신의 카누를 전시한 부스가 따로 있고, 캐나다에서 영국 여왕에게 선물하는 카누를 만들 정도의 명인이었다.



 “무어스에게 ‘한국에서 카누를 만들려는데 책만 보니 잘 안 된다’고 e-메일을 보냈더니 ‘우선 와보라’는 답이 왔습니다. 그래서 캐나다로 건너가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두 달간 카누 만들기만 배웠죠.” 그렇게 만든 카누는 어땠을까. “그 전에 만든 카누도 겉으로 보면 멀쩡했어요. 하지만 배우고 나서 만든 카누는 이를테면 벤츠 같달까, 본질적인 주행 성능이나 내구성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하지만 장씨 같은 사람만 진짜 카누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도 이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목공일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도 정성만 있으면 얼마든지 카누를 만들 수 있어요.” 그 말이 맞다. 장씨가 배워온 것은 카누를 만드는 절차와 기술의 세세한 본질이었고, 그런 부분을 가르쳐줄 사람이 있으면 나머지는 보통사람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카누제작학교에선 초보자도 직접 나무를 깎아 나만의 카누를 만들 수 있다. [사진 물레길]
 제작 과정을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테드 무어스 선박 제작소 홈페이지(bearmountainboats.com)가 소개하는 카누 제작 과정은 아홉 단계로 나뉘는데, 뼈대·이물·고물을 만드는 데에는 원천기술이 필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모든 부분에 정성을 들이는 것임을 실감할 수 있다. 블루클로버의 카누 제작 교육학교도 하루 8시간씩 총 6일 일정으로 이뤄져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만 가도 한 달 반이면 나만의 카누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곳에서 카누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익범씨는 사단법인 물레길 회장이다. 요즘 회자되는 ‘올레길’에 ‘물’을 조합해 물레길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단다. 한씨도 카누를 만드는 데 있어 기술보다는 정성을 더욱 강조했다. 익숙한 손동작으로 사포와 그라인더를 꺼내 거의 완성단계인 카약을 다듬는 그의 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얇은 나무 대를 일일이 타카 핀으로 고정시키고, 일일이 안팎으로 칠하고, 그렇게 칠한 표면을 곱게 갈아내는 과정은 확실히 기술보다는 정성에 더 가까웠다.



 한씨는 이미 한 척의 카누를 만들었다. 지금 만드는 카약은 그의 두 번째 나무 배다. ‘뭐가 그리 좋길래 이걸 또 만드냐’고 물었다. “우선 가격이에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나무 카누를 수입하려면 700만~800만원은 족히 들어요. 하지만 여기서 직접 만들면 훨씬 저렴하죠. 플라스틱 카누도 수입하려면 400만~500만원이나 해요. 게다가 나무 카누보다 무거우면서도 잘 깨지고.”



 나무 카누가 플라스틱 카누보다 가볍다고? “맞아요. 플라스틱 카누는 30㎏쯤 되는데 나무 카누는 가장 큰 것도 25㎏밖에 안 돼요. 그래도 330㎏까지 실어요. 4인 가족, 어른 둘에 아이 둘은 충분히 타죠.” 나무로 카누를 만드는 건 또한 정신적인 만족이기도 했다. 확실히 그랬다. 내 손으로 4m가 넘는 배를 하나하나 만들어내는 것, 때론 고되고 지루해도 하루하루 사과가 익어가듯 작고 확실한 변화, 그건 ‘빠름, 빠름, 빠름’의 질서만 통용되는 대도시의 정서와는 분명 달랐다.



 카누의 어떤 매력이 이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한씨는 “그건 타보지 않고는 모르는데…”라며 입을 열었다. “카누를 타면 수면이 내 허리 비슷한 곳에 있어요. 그 느낌이 아주 묘하죠. 몸에 물을 묻히지 않고 수영하는 기분이랄까. 조용한 물 위에 혼자 앉아 있는 것도 나름 호젓한 느낌이고. 배우기 쉬우면서도 운동량이 꽤 돼요. 한 시간만 타도 다들 헉헉댈 정도죠. 보통 한 시간에 8㎞쯤 간다고 보면 돼요. 저기 의암호까지 다녀올 수 있는데, 작은 배만 닿을 수 있는 모래톱에 카누를 대고 쉬면 정말 기분이 좋지요.”



 장씨는 새로운 재미와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카누의 매력을 설명했다. “지금까지 수상레저는 동력 보트에 의지한 게 거의 대부분이었어요. 그런 레포츠는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들죠. 그런데 카누는 무동력이니까 훨씬 저렴해요. 소음도 없고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친환경적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한국에서도 카누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그의 말은 허황되지 않았다. 취재하는 동안에도 피부가 뽀얀 도시인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왔다. 그들은 하나둘 카누에 올라타더니 노를 저어 멀리 나아갔다.



 주말마다 아이들과 뭘 할까 고민하는 부모에게 ‘배 짓는 주말’은 분명 매력적이다. 이곳에서 카누제작학교에 등록할 경우 300만원 정도면 나만의, 우리 가족만의 카누를 한 척 장만할 수 있다. 4인 가족의 평균 휴가예산에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리면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보관 문제도 걱정할 게 없다. 집에 카누를 둘 만큼 넓은 공간이 없어도 이곳에 카누를 정박시켜 두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 혹시 소유보다 제작에 관심이 많다면 카누를 만드는 프로그램만 참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3기까지 운영된 카누제작학교 참가자들은 모두 각자 만든 카누를 가져갔다고 한다.



 고기도 먹어봐야 맛을 안다고 했다. 카누도 마찬가지다. 카누를 만들기 전에 이곳에서 카누를 타보며 카누의 참맛을 느껴볼 수도 있다. 요금은 한 시간에 3만원 선. 난이도별로 코스도 다양하다. 카누를 타고 근처 섬에서 캠핑을 즐기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돌아갈 때는 46번 국도를 탔다. 강촌·가평·청평과 대성리라는 한국 유수의 MT촌과 수상레저 명소가 맞닿은 바로 그 길이었다. 해질녘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지났다. 그 전에는 물로만 보이던 강이 이제는 물길로 보였다. 카누 한 척에 의지해 노를 저어가는 길로.



박찬용 젠틀맨 코리아 기자





20일 창간 ‘젠틀맨 코리아’는 35~45세 남성들을 위한 잡지



오는 20일 창간하는 ‘젠틀맨 코리아’(사진)는 제이콘텐트리M&B에서 발행하는 월간 남성지다. 제이콘텐트리M&B는 여성중앙·쎄씨·코스모폴리탄·엘르 등 10개 대중잡지를 발행하는 한국 최대의 잡지사로, ‘젠틀맨 코리아’는 이곳에서 최초로 발행하는 남성 잡지다.



 ‘젠틀맨’의 고향은 이탈리아다. 유력 일간지 3개와 잡지 11개, TV 채널 9개를 운영하는 미디어 그룹인 ‘클라스 에디토리(Class Editori)’가 1998년 창간해 현재 이탈리아 외에도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6개국에서 발행하고 있다. 한국은 ‘젠틀맨’이 처음 진출하는 아시아 국가다.



 ‘젠틀맨 코리아’의 기치는 ‘매력적인 스타일’과 ‘풍요로운 삶’이다. 이를 통해 ‘정신과 물질이 조화를 이룬 이상적인 남자’의 삶을 그린다. 주된 예상 독자는 35~45세 남성. 20~30대 젊은이를 겨냥한 기존 남성지들이 다루지 않았거나 다룰 수 없었던 성숙한 읽을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어른 잡지’의 탄생은 한국 남자들이 단순한 성공을 넘어 좀 더 높은 삶의 질을 원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필연이기도 하다.



 그래서 ‘젠틀맨 코리아’는 풍요로우면서도 실용적인 콘텐트 구성에 중점을 둔다. 감각적이면서도 실생활에서 어색하지 않게 연출할 수 있는 패션,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화제에 올릴 수 있는 각종 이슈, 남자의 주말과 휴가를 위한 레저, 어른의 균형 잡힌 몸과 마음을 이야기하는 건강 등의 기사가 매달 독자들을 찾아간다. 창간호에는 위의 카누 기사를 비롯해 세계적 명사들의 집안 소개와 한국의 대표적 젠틀맨 7인의 스토리, 개막 한 달을 앞둔 광주비엔날레 현장 르포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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