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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중장비 업체 "北, 통일되면 시장 핵"

트랙터·굴착기·휠로더(Wheel Loader·흙을 퍼서 트럭에 옮기는 장비)…. 건설 기계에도 ‘명품’이 존재한다. 세계 1위 중장비 업체인 미국의 ‘캐터필러(Caterpillar)’ 얘기다. 업계에서는 ‘중장비의 벤츠’라는 별칭도 붙는다. 기계 한 대가 억대를 호가하거니와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유지한다는 모토에서다. 캐터필러가 180개국에 진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된 출발점엔 ‘무한궤도’가 있다. 군 장갑차나 탱크의 바퀴로 대표되는 제품. 흔히 굴착기를 ‘포클레인’으로 바꿔 부르듯 이 무한궤도를 캐터필러로 칭하는 경우도 많다.



멈추지 않는 바퀴 제국 ‘캐터필러’ 라빈 부회장

 현재 이 회사는 무한궤도처럼 거침없이 굴러가고 있다. 2008년을 전후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때도 이 회사는 흑자를 기록했다(2008년 순익 35억6000만 달러, 2009년 8억9500만 달러). 최근엔 유럽발 경제위기라는 먹구름이 끼고 있지만 여전히 순항 중이다. 업계의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증가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하다는 건설 관련 업체로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뭘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리치 라빈(60) 캐터필러 건설부문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캐터필러 5개 부문 책임자 중 한 명으로, 아시아 방문차 홍콩에 들렀다.



“세계 경제 앞으로는 좀 나아질 것”



 인터뷰는 2분기 실적 발표가 난 하루 뒤였다. 그래선지 그는 마치 시험 잘 본 우등생처럼 시종일관 자부심이 넘쳤다. 국내외 기업인 대부분이 “힘들다”는 비관을 쏟아내는 요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세계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유럽만 예외일 뿐 꾸준히 성장세인 지역이 많다”는 긍정적 사인을 보냈다. 캐터필러의 실적이 세계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것에 비추어볼 때 좀 더 들어볼 얘기였다.





리치 라빈 캐터필러 건설부문 부회장.
●실적이 좋다. 세계 경기가 나아질 조짐인가.



 “아시아는 내년 6.5~6.8%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예상한다. 중국은 8%까지 오를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올해 캐터필러의 매출 상승 역시 이런 중국의 정책에 기인했다. 미국은 2~2.3% 정도 낮춰 잡지만 11월 대선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미지수다. 유럽 역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그래도 요즘 뉴스를 보면 그리 나쁜 소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남미는 특별히 기대가 크다. 내년 성장률을 4~4.5%로 예상하고, 남미의 엔진 역할을 하는 브라질의 성장도 4%로 기대한다.”



●너무 낙관적인 것 아닌가.



 “유럽 금융시장 상황으로 국한해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4년 전 경제위기 때와는 분명 다르다는 데 회사 경영진의 생각이 일치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자금 공급에 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 봐도 그렇고. 불황의 원인 역시 그때와 다르다. 미국 은행들이 2008년 이후 악성 부채에 대해 대응을 잘 해왔다. 낙관을 하긴 하지만 긴장을 늦추고 있진 않다.”



●2008년에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우리는 위기가 닥치기 훨씬 전부터 모든 임원이 ‘불황 대응 전략’에 따라 경영을 해왔다. 건설 주기에 기초한 것이었다. 알다시피 세계 경기가 출렁일 때마다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광산 개발 투자도 호불황이 생긴다. 우리로서는 여기에 최대한 영향을 덜 받고자 하는 전략을 세웠다. 하강기에 접어들기 앞서 긴축 경영을 벌이고, 침체기에 들어서면 판매 수익이 10%, 20%씩 떨어질 때마다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한데 2008년엔 침체의 정도가 생각보다 놀라울 정도였다. 당시 35%나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고 있었기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일단 우리는 비용을 줄이고 재고를 털어내는 데 집중했고, 결국 최악의 불황에도 흑자를 유지했다.”



●지금은 어떤 주기에 있나.



 “현재 상승 주기에 있다고 본다. 유럽 위기로 지난 12~18개월 동안 제대로 가시화하지 않았긴 했지만. 통상 상승 주기는 5~7년까지 지속된다. 2009년 세계 불황에서 시작됐다고 치면 우리에게 상승세는 2~3년 정도 더 남아 있는 셈이다.”



캐터필러의 상징은 특유의 노란색



 무한궤도는 1904년 처음 개발됐다. 캐터필러사의 모태이자 당시 농기구 제작회사였던 ‘홀터 매뉴팩처링 컴퍼니’가 바퀴가 튼튼한 트랙터를 만들기 위해 고안했다. 캐터필러란 이름은 무한궤도가 달린 트랙터를 칭하는 제품명이었다. 여러 개의 철판을 연결해 바퀴 주변에 둘러 바퀴가 갈 곳 앞에 계속 길을 내주는 방식은 ‘혁신’에 가까웠다. 고무바퀴로는 지나갈 수 없는 거친 지형을 쉽게 넘을 수 있었고, 바퀴 폭이 넓어 진흙에도 빠지지 않았다. 농기계용으로 개발된 무한궤도는 용도를 달리하며 더욱 명성을 얻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영국 정부는 장갑차에 트랙형 기술을 적용시켜 세계 최초의 무한궤도 전차를 만들었고, 1922년에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시트로앵이 새 모델인 B2의 뒷바퀴를 고무제 무한궤도로 개조해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며 세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 회사는 1925년 ‘C. L. 베스트 트랙터 컴퍼니’와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바꿨고, 이후 탱크용 특수엔진과 광산용 개발 장비 등 다양한 기계를 개발하면서 영역을 확장해 왔다. 86년 다양화되는 사업분야를 반영해 사명을 다시 ‘캐터필러’로 변경했다. 현재 회사의 모든 기계에는 ‘캐터필러 옐로’라는 이름의 노란색이 칠해지는데, 보통의 노란색에 겨자빛이 더해진 특유의 컬러여서 로고 이상의 브랜드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캐터필러는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나를 비롯해 전 세계에 168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인터뷰 전 둘러본 중국 쑤저우(蘇州) 공장도 그중 하나였다. 아시아 주요 설비공장 가운데 하나로 7만5000㎡ 면적에 13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1년에 5000대 수준인 생산대수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여겼지만 이유는 있었다. 거대한 기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파트를 만드는 데만도 수만 개의 부품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일일이 사람 손을 거치는 작업이 대부분이었다. ‘장인정신’을 내세우는 업체의 자부심을 알 수 있었다.



●품질을 내세우면서 ‘메이드 인 차이나’가 부담스럽지 않나.



 “전 세계 모든 공장을 같은 매뉴얼로 운영한다. 심지어 부품을 놓는 방식까지 말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메이드 인 캐터필러’일 뿐이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는.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 등 우수한 업체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시장인 게 사실이다. 가격 경쟁력보다는 고성능 제품으로 승부할 계획이다.”



●새롭게 주목하는 시장은 어디인가.



 “이미 중국 외에도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와 CIS 등이다. 세 지역 모두 과거 10년간 부침이 반복됐지만 성장세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두드러지게 강하다. 베트남도 빼놓을 수 없다. 세 곳보다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10~15년 새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비(非)아시아 지역 중엔 터키가 굉장히 흥미롭다. 유럽·아프리카·중동에 모두 걸쳐 있는 전략지역이기 때문이다.”



세계 191곳 딜러 조직이 최대 강점



 그는 여기서 북한도 잠시 언급했다. 북한은 사업 능력이 미치는 곳이 아니지만 남북한 통일이 변수라는 얘기였다. “통일이 되기만 하면 한반도는 아주 역동적인 건설장비 시장의 핵이 될 것이다. 통일 이후 북한의 재건, 채광 개발 기회 등을 생각해 보라. 캐터필러로서는 그만큼 매력적인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는 캐터필러 제품 모델이 300가지나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각국의 다양한 고객 수요에 맞추려면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엔진 종류만 수십 가지가 돼야 한다.” 저개발국가라면 저가 제품을 위주로 공급하고, 선진국에선 디자인이나 환경 법규에 맞는 모델을 내놓는 식이다. 그는 “이처럼 각국 사정에 다 맞출 수 있는 건 통합적인 조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통합적 조직이란 뭔가.



 “캐터필러의 최고 경쟁력은 딜러 조직이다. 현재 191곳의 독점 공급 딜러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이 고용하는 직원수만 20만 명이다. 한번 파트너십을 맺은 딜러들과는 수십 년씩 인연을 이어간다. 그들은 우리를 대신해 많은 역할을 한다. 각 지역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그때그때 알려주고 기계 수리 때마다 24시간 부품을 구해준다. 경쟁 업체들이 가장 벤치마킹하려는 부분이 바로 우리의 딜러 조직이다. 한국은 ㈜혜인이 독점 딜러다. 특별히 혜인은 1960년 우리와 인연을 맺은 이래 68년 경부고속도로 건설부터 최근의 4대강 건설까지 한국의 굵직굵직한 사업에 캐터필러가 투입되도록 연결고리가 돼 줬다.”



●캐터필러는 ‘명품답게’ 비싸다. 그런데도 사게 만드는 매력은.



 “가령 공사를 중단하는 자체가 큰 손실이 나는 고객이라면 기계가 멈추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당장 싼 것을 사서 비용을 절감하는 것보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살 것이다. 혹여 수리를 하게 되더라도 서비스가 빠르게, 또 완벽하게 되는 브랜드가 필요하다. 또 캐터필러는 중고시장에서도 가치가 높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다. 캐터필러를 쓰는 고객의 성공을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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