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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그레이…』 국내 전자책 돌풍 일으키나

올 상반기부터 전자책 시장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영·미권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출간돼 국내 전자책 시장 확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게티 이미지]


영국의 전 텔레비전 방송사 간부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인 중년 여성 E L 제임스(49)는 판타지 소설 『트와일라잇』의 열렬한 팬이었다. 소설읽기에 푹 빠져있던 그는 2009년부터 직접 글을 쓰는 작가로 변신, 인터넷에 연재를 하기 시작한다. 지하철에 앉아 자신의 스마트폰(블랙베리)까지 활용해 썼다는 그의 소설은 호주의 작은 출판사에서 전자책으로 출간됐다. 27세의 억만장자 남성과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1세 여성의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 얘기다. 출판시장의 변화를 예견케하는 드라마의 시작이다.

아마존 전자책 첫 밀리언셀러
국내서도 일주일 새 5000부
로맨스 소설 유난히 큰 인기
30대 남녀, 전자책 가장 즐겨



 이 소설은 호주에서 25만 부 이상 팔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세계 유명 출판사 간에 치열한 판권 경쟁이 벌어졌다. 결국 최대 규모 출판그룹으로 꼽히는 미국 랜덤하우스의 빈티지 출판사가 판권을 따냈으며, 지난 4월 출간된 이 책은 7월까지 단 석 달 만에 세계에서 3000만 부 가량 판매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가 늘면서 전자 책 시장이 확대됐다. 온라인서점 예스24·알라딘은 전용 단말기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전자책 시장 자극한 로맨스 소설=『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세계 출판계에 ‘전자책 대중화’에 공을 세운 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자책으로 먼저 팔리기 시작해 종이책으로 흥행을 이어간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는 점에서다. 뿐만 아니다. 온라인서점 아마존닷컴 사상 100만 부 이상 판매된 최초의 전자책으로 기록됐다. 이미 끓는 점에 도달하고 있던 전자책 시장에서 판도를 가르는 결정적 한 방이 된 셈이다.



 지난 5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출판사상 처음으로 종이책-전자책 비율이 100 대 114로 역전됐다고 보도했다. 『그레이…』가 전자책 돌풍을 일으킨 것은 독자들이 더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야한 소설’을 구매해 즐기게 됐다는 의미로도 분석된다. 서점에 직접 가지 않고도 책을 살 수 있고, 무슨 책을 읽는지 드러내지 않을 수 있으며, 가격도 종이책보다 저렴한 점 등 전자책의 장점이 로맨스 소설의 성격과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전자책은 종이책 가격의 70%에 책정된다.



 그레이 신드롬은 현재 400억원 규모(단행본)의 국내 전자책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에 번역본이 시공사에서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예스24·인터파크의 전자책 순위에서 1~3위(1·2권 합본 포함)를 차지했다.



 김병희 예스24 디지털 사업본부 선임팀장은 “이 소설의 전자책 판매 비중이 19%에 이른다. 올 상반기 전자책 판매 비중이 평균 6%였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자책 매출에서 로맨스 소설이 30~40%를 차지한다”며 “『그레이…』가 국내에서도 전자책 독자를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근형 시공사 디지털 콘텐트팀장도 “『그레이…』 발매 일주일 만에 전자책만 5000부가량 팔렸는데, 앞으로 5만~6만 부까지 판매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은교』 『별을 스치는 바람』 국내 소설도 인기



=국내 전자책 시장의 움직임은 더딘 편이었다. 지난해 단행본 전자책 시장 규모는 400억원 정도로 그리 크지 않았다. 그랬던 시장이 올 상반기에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스24 측은 “올 상반기 전자책 판매가 지난해 대비 242% 성장했다”고 밝혔다.



 분야로는 문학류가 69.6%로 가장 높았으며, 그중에서도 로맨스·스릴러·판타지 등 장르 문학판매가 41.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은 정유정의 스릴러 소설 『7년의 밤』. 외국 미스터리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넬레 노이하우스 지음)도 인기를 모았다. 올 상반기에는 박범신의 소설



『은교』가 전자책으로만 2만5000부 가량 판매됐으며,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스티그 라르손의 스릴러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강태형 문학동네 대표는 “그동안 전자책 분야는 매출을 ‘제로’로 여겼을 정도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전자책 매출액이 무시하지 못할 수치로 나오더니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290%가 성장한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지금까지 약 10만 부 가량 판매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소설 외에는 『스티브 잡스』 『자기혁명』처럼 종이책 베스트셀러가 전자책으로도 잘 팔리지만, 종이책으로 주목받지 않은 전자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사랑과 성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한 『섹스의 재발견 벗겨봐』의 경우가 그런데, 교보문고 전자책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전자책 시장 주도하는 30대=전자책은 누가 많이 읽을까.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대가 주도할 것 같지만, 실상은 30대가 많다. 교보문고 상반기 전자책 판매분석에 따르면 30대가 판매권 수 점유율 36.2%로 가장 높았다. 전자책 시장이 움직이자 국내에서는 그동안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전자책 전용 단말기 시장도 달궈지고 있다. 지난 1월 교보문고가 출시한 새 단말기 스토리K는 지금까지 3만 대 판매됐으며, 예스24와 알라딘은 각각 이달 말, 내달 초 전용단말기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전자책 콘텐트가 다양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한 인프라 구축도 미흡한 실정이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 구글이 곧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다고 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출판사·독자·유통회사가 신뢰할 만한 플랫폼 구축도 제대로 안 돼 있다”며 “출판사들은 전자책 시장을 단순한 종이책 시장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공간으로 파악하고, 콘텐트와 편집의 혁신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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