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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의 판화, 피아노 오르골, 마리오네트 인형 …

아기자기한 프로방스풍 예술품을 특히 좋아한다는 한홍섭 회장. 왼쪽 테이블 위에는 프랑스에서 직접 사 모은 그림과 오르골 컬렉션이 놓여있다.


프랑스 여류 화가의 풍경화에서부터 100년도 더 된 앤티크 가구와 오르골, 마리오네트 인형을 모으는 60대 남자가 있다. 아기자기한 프랑스 문화 예술품을 모으며 누구보다도 행복해하는 ‘쁘띠 프랑스’ 한홍섭 회장의 프랑스 사랑은 삼성동 그의 집 곳곳에 묻어 있다.

‘쁘띠 프랑스’ 한홍섭 회장의 삼성동 집



현관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자 눈 쌓인 마을을 뒤로 하고 누군가 길을 나서는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벽을 따라 비슷한 양식의 그림이 이어지며 집안을 채우고 있다. 초록색 푸른 숲 속에 꽃들이 만발하고 누군가는 개와 산책을 하고 또 누군가는 꽃을 재배하는 모습으로 봄 향기를 가득 채운 그림도 있다. 강아지·고양이와 함께 나들이를 다녀온 여자와 소녀의 모습도 보인다. 모두 프랑스 여류 화가 ‘소피 스트주베’의 작품으로, 밝고 아기자기한 풍경 속에 사람들의 모습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미로의 판화 작품도 보인다. 그리고 소파 옆 사이드 테이블 위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모양의 오르골. 그랜드 피아노 모양의 오르골은 100년이 넘은 앤티크 소품이다. 무용수를 품은 상자와 삐에로 모양의 장식품, 새장도 모두 오르골이다. 주방과 거실 사이에 놓인 그릇장에는 유럽풍 그릇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프랑스 작가의 감수성이 묻어나는 유화와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모두 프랑스 파리와 오를레앙 등 소도시에서 공수된 것이다. 바로 이 집 주인인 프랑스 테마 마을 ‘쁘띠 프랑스’ 대표 한홍섭 회장(66)이 프랑스에서 직접 고르고 구입한 ‘자식 같은 보물’들이다.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소녀가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는 목조 조각품. 프랑스의 유명 시인인 미셸 보낭이 만든 작품이다. “80년대 후반 시내 고급 화랑에서 발견했는데, 가만히 마주보고 있으면 소녀의 얘기가 들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어요. 덜컥 샀는데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서 가져 올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작품 중에 가장 애착이 가서 늘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둡니다.”



20년 동안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만 해도 90여 차례. 지난해에만 4번이나 프랑스에 다녀왔다. 올 때마다 큰 짐이 대여섯 개도 넘는다. 인형과 오르골, 접시와 거울, 소가구 등은 그때마다 쁘띠 프랑스로 공수된다. 아끼는 것,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주택전시관과 갤러리에 우선 순위로 채워진다.



한 회장이 프랑스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79년. “신문을 보다가 피카소의 딸이 소장했던 피카소 유작의 최초 전시회가 파리에서 열린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그런데 때마침 프랑스 출장을 가게 됐죠. 하루 짬이 나서 피카소 유작 전시회에 들렀는데, 정말 좋더군요. 이후 프랑스 출장을 갈 때면 늘 현지 미술 전공자를 가이드로 앞세워 미술관과 박물관 투어를 했습니다.”



프랑스 문화와 예술에 대한 한 회장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해외 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라 더 많은 사람에게 프랑스 문화를 좀 더 쉽고 편하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죠. 미술관을 하나 차려야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는데 결국 일이 더 커진 셈이죠. 하하.”



그가 프랑스 마을을 세워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20여 년 전부터다. 30년 넘게 목재용 페인트 사업을 했던 터라 사업차 유럽에 갈 기회가 많았는데, 유럽 여러 나라 중에서도 유독 프랑스, 프랑스에서도 남부 시골 지역인 프로방스에 매료됐다.



1995년, 가평군에 땅을 13만㎡(약 4만평) 가까이 샀고 그 땅을 10여 년 동안 묵혀두다 2006년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땅값 외에 1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 그리고 2008년 7월 쁘띠 프랑스를 열었다. 페인트 회사는 매각했다. 쁘띠 프랑스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돈이 빠져나가자 가족들이 불안해 했던 건 당연지사. 아내 진용순(63)씨 역시 남편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쁘띠 프랑스는 오픈 후 몇 개월 안에 자리를 잡았고 지난해부터는 흑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아내 진씨는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며 "아무도 잘 될 거라고 믿어준 사람이 없었는데 그래도 잘 추진해서 지금처럼 자리 잡게 된 걸 보면 남편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한 회장이 쁘띠 프랑스 중에서도 가장 애착을 갖는 공간은 마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주택전시관’이다. 200년 가까이 된 목재를 사용한 집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통째로 옮겨 와 복원했다. 내부에는 역시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귀한 장롱과 18세기에 귀족이 사용하던 의자도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 작가인 생텍쥐페리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생텍쥐페리 기념관이나 오르골 전시관, 마리오네트 인형 전시관도 흥미롭다.



한 회장의 꿈은 단순히 프랑스 마을을 조성해 관광지로 만드는 것에 머물러 있지 않다. 쁘띠 프랑스라는 공간을 이용해 프랑스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그의 목표이자 꿈이다. 프랑스 현대 작가들의 작은 작품들을 모아 미술품 골목도 만들고 싶어한다. 고흐 마을의 오베르슈와즈 미술관에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슬라이드로 편집한 전시회를 들여오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부터 문화 예술품들을 친근하게 접하면 생활 자체가 문화적으로 변하죠. 문화 생활이 어렵고 비싸게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내가 즐기고 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몸에 체득되는 거죠. 사람들에게 문화의 풍요로움을 전하는 역할을 하면서 늙고 싶습니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쁘띠 프랑스=경기도 가평, 청평호 인근에 있는 프로방스 풍의 작은 프랑스 마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주택전시관·갤러리·전망대·야외극장·생텍쥐페리기념관·오르골전시관 등을 통해 프랑스 문화를 접할 수 있다. 프랑스풍 주택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문의 031-584-8200, www.pf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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