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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금리 내린다더니 고객 1000명 중 8명만 혜택

3년 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정주부 권모(37)씨는 최근 통장을 정리하다 미심쩍은 것을 발견했다. 은행들이 최근 반성 차원에서 앞다퉈 금리 인하를 발표했는데도 자신이 매달 내는 이자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행에 방문해 문의했더니 “높은 금리를 쓰는 고객의 이자를 내린다는 것이지, 모든 고객의 금리를 내려준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 14%이상만 인하 ‘꼼수’

 은행·생명보험사들의 대출 최고금리 인하로 혜택을 보는 고객이 극소수인 것으로 분석됐다.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담합 의혹 등으로 코너에 몰린 금융사들이 또 ‘꼼수’를 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은행들에 따르면 대출서류 조작 의혹으로 비판을 받았던 국민은행은 가계·기업대출 최고금리를 모두 15%로 3%포인트 인하키로 했다. 저학력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해 물의를 빚었던 신한은행도 가계대출 최고금리를 17%에서 14%로 3%포인트 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2~3%포인트씩 최고금리를 내리고 있다. 은행들은 “상생의 가치를 배려하지 못해 반성한다”며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대다수 고객과는 상관이 없다. 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2009~2011년 이뤄진 신규 신용·주택담보대출의 금리 분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출의 96.91%는 금리가 연 8% 미만이었다. 연 14% 이상의 고금리를 내는 대출은 0.84%에 불과했다. 은행권의 최고금리 인하로 실제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대출자는 100명 중 한 명도 안 된다는 얘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권에서 연 10%가 넘는 금리가 적용되는 대출은 연체 이력이 있거나 돈을 갚지 못해 대출 연장을 받는 경우”라며 “대상자가 극히 적기 때문에 은행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실제 A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고객 80만 명 중 0.8%인 7000명 정도가 수혜 대상이다. 금융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하로 국민은행이 연 52억원, 신한은행이 71억원, 하나은행이 10억원 정도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은행들이 20조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감사원 결과를 감안하면 이번 금리 인하에 따른 이익 감소는 말 그대로 ‘쥐꼬리’ 수준”이라며 “극히 일부의 저신용자가 혜택을 보겠지만 이들은 여전히 연 10%가 넘는 금리를 부담스러워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의 약관대출(고객이 받을 보험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 최고금리 인하도 생색내기인 건 마찬가지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10월부터 확정금리형 보험상품을 담보로 하는 약관대출의 최고금리를 연 13.5%에서 10.5%로 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흥국·알리안츠생명 등도 9월부터 3%포인트 정도 인하할 예정이다. 이는 약관대출이 보험사 입장에선 떼일 염려가 없는 대출인데도 그간 높은 이자를 챙겨왔다는 비난이 제기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하지만 뜯어보면 최고금리를 낮추겠다는 약관대출은 대부분 ‘백수보험’(100세까지 보장)을 담보로 하는 상품이다. 이 보험은 시중금리가 연 20% 이상이었던 1980년대 초반에 판매된 상품이다. 이후 배당금 미지급 논란 등이 불거지며 대부분의 가입자가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B보험사의 경우 100여 명만 이 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등 전체 계약에서 백수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안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C보험사 관계자는 “전체 대출 1조4000억원 가운데 이번 금리 인하가 적용되는 대출은 12억원밖에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 고 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금융사들이 소비자를 위하겠다며 결의대회까지 했지만 이런 꼼수를 부리는 걸 보면 아직 멀었다”며 “감독당국이 상품과 영업방식에 대한 감독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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