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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4% … 초록마녀가 국내 뮤지컬 흥행기록 새로 썼다

“너를 만나 내가 달라졌어.” 뮤지컬 ‘위키드’는 금발 마녀 글린다(왼쪽·수지 매더스)와 초록 마녀 엘파바(젬마 릭스)의 우정이 큰 골격이다. 대조적인 캐릭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둘은 ‘위키드’의 중심을 잡는다. [사진 설앤컴퍼니]




‘위키드’ 유료 점유율 사상 최고

초록 마녀가 마침내 유령을 넘어섰다.



 95.4%.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현재 유료 점유율이다. 지금껏 ‘유료 점유율 95%’는 국내 뮤지컬계 마의 벽이었다. 특정 배우의 출연 회차가 매진된 사례는 있었지만, 뮤지컬 한 편이 통째 유료 점유율 95%를 넘긴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그 한계를 ‘위키드’가 넘어서며 역대 최고 흥행 뮤지컬로 우뚝 선 것이다. <표 참조>



 5월말 국내에 첫 입성한 ‘위키드’는 7월말까지 두 달간 질풍처럼 달려왔다. 반환점을 도는 순간 맞이한 올림픽이라는 변수에도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위키드’ 종료일은 10월 7일. 후반부에 관객이 더 몰리는 경향으로 보아 ‘위키드’의 위세는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뮤지컬 ‘위키드’가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공연된 건 2003년. 웅장한 무대, 의표를 찌르는 드라마, 소름끼치는 노래 등이 버무려지며 ‘오페라의 유령’을 뛰어넘는 ‘세기의 뮤지컬’로 추앙받았다. 당연히 국내 제작자들도 여러 명 입질에 나섰을 터. 하지만 대부분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위키드’ 국내 수입에 첫 번째 걸림돌은 천문학적인 제작비였다. 이번 ‘위키드’ 내한 공연도 4개월 남짓 공연에 무려 2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다른 난제는 동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를 비틀었다는 점이었다. 서양에선 ‘오즈의 마법사’가 인기 소설이자 영화로 속속들이 그 내용을 알고 있지만, 국내 관객에겐 피부에 와 닿는 스토리는 아니었다. 이질감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동화가 원작이라는 점도 치명적이었다. 이미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에서 경험했듯,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디즈니류의 ‘가족 뮤지컬’은 전패였다.



 하지만 막상 개막을 한 ‘위키드’는 세 가지 우려를 보란 듯 날려보냈다. 브로드웨이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하고도 9년 넘게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점이 호기심을 더욱 유발시켰다. ‘오즈의 마법사’ 변형이 아닌, ‘위키드’ 자체로 브랜드화가 된 측면이 컸다. 신작임에도 불구하고 티켓 오픈 첫날 무려 2만3000여장이 팔려 나가며 성공을 예약했다. 최고가 16만원이라는 비싼 티켓 값에도 “볼 만 하다”란 입소문은 빠르게 번져나갔다. CJ E&M 공연사업부문 김병석 대표는 “원작을 100% 그대로 재연한, 브로드웨이 정통 뮤지컬의 내한 공연이 최근 몇 년간 없었다. 그 갈증을 ‘위키드’가 풀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화가 아닌 철학



 성별, 연령, 계층과 상관 없이 누구나 즐길만한 대목이 최소 한가지쯤 있다는 점은 ‘위키드’의 저력이다.



겉은 그저 화려한 뮤지컬처럼 보인다. 350벌의 의상이 등장하며, 버블머신·6m 크기의 시계 등은 판타지로 이끌기에 충분하다. 1막 마지막 엘파바가 부르는 노래는 그야말로 압권. 얄밉지만 사랑스런 글린다 등 각각의 캐릭터는 살아있으며 애틋한 삼각관계도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대형 뮤지컬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위키드’엔 섬뜩한 현실과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져 있다.



원작에 나쁜 마녀로 돼 있는 초록 마녀가 사실은 착하다라는 설정이 ‘위키드’의 출발점. 그건 “악인은 진짜 나쁜 게 아닌 사회가, 대중이 만들어 내는 것”이란 가치관을 담고 있다. 휘황찬란한 무대로 포장했지만 그 저변엔 우리가 숨기고픈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 셈이다. 왕따와 낙인찍기, SNS를 통한 마녀사냥이 일상화 된 한국 사회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여기에 인종 차별에 대한 은유, 아나키즘 등 정치담론, 선과 악에 대한 근원적 질문, 음모와 권력 투쟁 등이 중첩되며 다층적 해석을 가능케 했다. “킬링 타임용으로 보러 갔다가 뒤통수를 맞고 나왔다”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 철학을 내포한 블록버스터는 뮤지컬 ‘위키드’를 명작 반열에 올리는 결정타였다.



 ▶뮤지컬 ‘위키드’=10월7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5만∼16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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