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뽑아버리고 중도를 갖다놓으면 스스로 위대해진다
스님은 ‘초전법륜(初轉法輪)’ 이야기부터 꺼냈다. 초전법륜은 석가모니 부처가 고행 끝에 불교의 진리를 깨닫고는 최초로 행한 설법. 이 자리에서 부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가자는 이변(二邊)에 친근치 말지니 고(苦)와 낙(樂)이니라. 여래도 이 이변을 버린 중도를 정등각(正等覺)이라 한다.”
이변은 말 그대로 고와 낙이라는 양극단, 이 양극단에서 벗어나되 그렇게 세상을 양극단으로 구분해 보는 생각의 틀까지 버려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부처의 첫 가르침이 중도이니, 8만이 넘는 방대한 불교 경전을 ‘중도’라는 키워드 하나로 풀어낸 성철 스님의 공부가 괜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고우 스님은 “이런 중도의 철학을 체득하면 누구나 스스로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를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중도를 갖다 놓으면 내가 존재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이도 존재하는구나, 내가 위대한 만큼 다른 사람도 위대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것이다.
모순 투성이의 평범한 인간이 이런 중도 철학을 얼마나 굳세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일까. 가령 누군가 부당하게 나를 공격한다면 그 가해자도 중도의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걸까.
스님의 대답은 “힘들겠지만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우리 마음 속에 가해자에 대한 연민이 생긴다”고 했다. 이때 연민은 절대 상대방을 깔보는 게 아니다. 내가 잘났다는 교만도 아니다. 중도의 철학이 철저하게 학습되고 뿌리 내려야 가능한 경지인데, 스님은 “그럴 때 내 마음이 굉장히 위대하다. 정말로 쓸모가 있어,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히 “남이 나를 괴롭힐 때 자기까지 덩달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법문은 “스스로 자기를 보호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로 이어졌다. “누구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자기 긍정, 위안의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