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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체취 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모교 품으로

연희전문학교 시절의 시인 윤동주(왼쪽)와 윤동주가 직접 필사한 시집원고를 받아 해방 직후까지 보관했던 후배 정병욱. [중앙포토]


시인에게 이 세상은 병자들의 집합소였다. 그래서 시집 제목을 『병원』이라 적었다. 하지만 이내 고쳐 쓰기로 했다. 새로 쓴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인의 육필 원고에는 제목을 짓기 위해 고심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침내 제목을 고쳐 쓴 시인은 고통의 세상에서 하늘의 별에게로 눈을 돌렸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헤는 밤’)

자선시집, 육필 원고, 유품 … 윤 시인 가족들 기증
필사본 세 권 중 두 권 소실 … 후배 정병욱에 준 것만 남아



 일제 강점기, 억압받는 민족의 아픔을 별과 바람으로 노래한 저항 시인 윤동주(1917~45)의 육필 원고가 일반에 공개된다. 윤 시인의 가족(대표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이 14일 육필 원고와 유품 일체를 연세대에 기증하기로 했다. 윤 시인은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에서 1938년부터 41년까지 공부했다.



 학교 측이 기증받기로 한 윤동주의 육필 원고는 총 7종이다. 자선(自選)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비롯해 윤 시인의 첫 번째 원고 노트인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1937)에 실린 시 59편, 산문 묶음 4편 등이 수록돼있다. 이밖에도 윤동주가 소장하던 도서 42권, 연희전문학교 졸업앨범, 사진 자료 등도 기증 목록에 포함됐다.



① 해방 이후 정음사에서 유고시집으로 출간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왼쪽부터 1955년 증보판, 48년 초판본, 55년 문고판이다. ② 윤동주가 1936년 쓴 시 ‘산림’의 육필원고. 퇴고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연세대]


 육필 원고에는 윤 시인의 문학적 향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특히 ‘자화상’ ‘소년’ ‘별 헤는 밤’ 등이 수록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눈에 띈다. 이 원고는 윤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졸업반이던 1941년 절친했던 후배 정병욱(1922~82) 서울대 국문과 교수에게 준 것이다.



 오른쪽 겉장에는 윤 시인이 ‘정병욱 형 앞에’ ‘윤동주 증’라고 쓴 글씨가 또렷하다. 표지 왼쪽, 첫 페이지에 대표작 ‘서시’가 적혀있다. 홍종화 연세대 문과대학장은 “당시 윤동주 시인이 해방 직전 같은 책 세 권을 필사해 하나는 본인이, 둘은 이양하(1904~63) 연세대 영문과 교수와 정병욱 교수에게 각각 한 권씩 주었는데, 모두 소실되고 정 교수에게 주었던 원고만 유일하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마터면 이 원고 역시 소실될 뻔했다. 정 교수는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학도병으로 징집됐다. 그는 전쟁터로 나가기 전 전남 광양의 집에 윤 시인의 친필 원고를 맡겼다. 당시 정교수는 어머니에게 “일본인에게 제발 들키지 말고 잘 숨겨달라. 혹시 동주도 죽고 나도 죽어 못오면 연희전문으로 원고를 들고 찾아가 선생님들과 상의하면 시집을 내도록 도와주실 거다”라고 유언처럼 말했다고 한다.



 해방 후 무사히 돌아온 정 교수는 1956년 이 원고를 다시 윤동주 시인 가족에게 돌려주었다. 윤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는 “집에서 정성스럽게 보관해도 점점 훼손되어가는 게 죄송스러웠다”며 “정병욱 선생이 전장에 나가면서도 연세대에 맡길 생각을 할 정도로 모교에 대한 애착이 강했으므로 학교 측이 잘 관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연말께 기증 절차가 완료되고 보존 작업을 마치는 대로 특별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이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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