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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중국의 실용주의와 사는 법



정용환


베이징 특파원




“물이 괜히 새나. 틈이 있으니까 새는 거지.”



 얼마 전 중국 외교부가 주최한 내·외신 교류 행사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베이징 유력지의 편집국장이 한 말이다.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에서 나온 무더기 실격 사태에 대해 중국인들은 올림픽 기간 내내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중국의 배드민턴 선수들이 자국 선수들끼리 만나는 대진을 피하기 위해 져주기에 나섰는데 이에 자극받은 한국 선수들도 따라 하다 수렁에 빠졌다.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하는 스포츠의 미덕을 저버린 행위인 데다 올림픽 정신의 망각이라는 점에서 매는 가혹했지만 피할 수 없는 대가였다.



 한국에선 논란도 일기 전에 수치스러운 행위로 낙인찍혀 잊혀졌지만 중국에선 이 사건을 보는 시각이 크게 엇갈렸다. 중국 최대 포털인 시나닷컴이 물었다. ‘배드민턴 집단 실격 사태, 어떻게 보는가’. 사나흘 만에 100만 명이 답했다. 정정당당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41.5%. 강자를 피해 대진을 짤 수 있도록 틈을 준 규정 탓이 크고, 동정의 여지가 있다는 답변이 45.3%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실격 처분 반대론이 거셌다. “축구처럼 조별 최종전을 동시에 진행하면 순위 조작이 불가능한데 이런 예방조치가 없었잖은가. 승리의 여신이 유혹하는데 누가 견딜 수 있을까” “예견된 인재(人災)일 뿐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자국 선수들의 행태를 감쌌다.



 우리 눈에는 비교적 시시비비가 명백한 이런 사안이 중국에선 토론거리가 되는 건 중국인들의 실용주의적 세계관 때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추상적인 명분보다는 결과가 선명한 눈앞의 실리를 우선하는 극단적인 실용주의 말이다.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이 체질화된 중국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틈을 찾아 일탈을 시도하게 만든 규정이 정상이 아닌 것이다. 중국 스포츠계에 만연한 랑치우(讓球)관례도 이런 세계관의 산물이다. 우승 확률이 높은 선수에게 몰아주고 걸핏하면 기권하는 성과 지상주의다.



 실리 중심의 사고가 우리라고 왜 없겠느냐마는 같은 성격의 실용주의라고 치부하다간 이번 사태처럼 황망한 사고를 면키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톱니바퀴처럼 잘 물려 돌아가는 중국의 실리 제일주의. G2 국가로서 경제력에 걸맞은 책임대국의 역할을 애간장이 끓도록 촉구하고 이리저리 볶아봐도 이익 한계 안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중국의 벽이 흔들리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명분과 위신, 평판을 함께 고려하며 그 안에서 실리까지 챙기려는 어설픈 실용주의로는 판판이 깨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중국의 실용주의와 외교안보·군사·경제·사회 등 한·중 교류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맞닥뜨리고 살아야 하는 우리의 운명이다. 지나간 사건에서 실마리를 찾는다면. 그때 우리 선수들이 이 악물고 마음을 다잡으면서 원칙과 일관성으로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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