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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의 시시각각]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무니다

권석천
논설위원
공무원들께선 이 글을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인들께서도 안 읽으셔도 됩니다. 이 글을 읽어야 할 사람은 ‘샐러리맨’ 혹은 ‘월급쟁이’로 불리는 일반 직장인들입니다.



 회사원이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다 충돌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칩시다. 불행하게도 상대 차량을 운전하던 공무원 역시 사망했고요. 공무원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돼 유족에게 보상금 등이 지급됩니다. 회사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유족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합니다. 가장이 숨지거나 다쳐 일을 못하게 되면 가족 전체가 벼랑으로 몰릴 텐데 어쩌냐고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요? 그런 법이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상법)과 공무원연금법입니다. 같은 사고에서 공무원, 회사원을 차별하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대법원과 국회의 판단이니까요.



 2주 전쯤입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임광호라는 판사가 산재보상법이 헌법에 어긋나는 것 같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했습니다. 왜 회사원과 공무원을 다르게 취급하느냐는 겁니다. 결과는 이제 헌재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 문제가 이번에 처음 제기된 건 아닙니다. 2007년 9월 대법원에서 회사원의 출퇴근길 교통사고를 놓고 격론을 벌였지요. 결론은 7대5.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관 7인의 다수의견을 풀어놓으면 이렇습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연금법 시행규칙에서 출퇴근 사고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상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데 어떻게 인정하느냐. 회사에서 제공한 통근버스 등을 탈 때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 이에 대법관 5인이 소수의견으로 맞섰습니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간은 회사에서 정하는 것 아니냐. 합리적 방법과 경로로 반복적으로 출퇴근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 공무원과 일반 근로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



 그때 소수의견 쪽에 섰던 김영란·박시환·김지형 대법관은 판결문에 아쉬움과 함께 법 개정에 대한 기대를 담았습니다. “출퇴근 중 재해를 명확하게 산재보험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입법을 하루빨리 마련해…업무상 재해를 쉽게 표현한다면 ‘어떤 사람이 근로자라는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재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회는 어떻게 했을까요. 같은 해 12월 산재보상법 전면 개정과 함께 산재보험 대상이 되는 출퇴근 사고를 규정했는데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 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로 범위를 좁혀놓았습니다.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법사위 회의록을 검색해봤습니다. 하지만 왜 그런 문구로 됐는지 의원들의 육성은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천억원의 산재보험 재정 부담 증가,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사업주들의 반발 가능성을 그 이유로 보고 있습니다. 산재보험 재정이 적자라니 뭐, 잘못된 말은 아닐 겁니다. 그럼, 공무원연금은 어떨까요. 매년 1조원 안팎씩 국고, 즉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고 하네요.



 정작 세금을 내는 우린 왜 보상을 받지 못하느냐고요? 그거야 정부에서 법안을 만들어 오면 국회의원들께서 ‘좀스럽게’ 따지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그렇게도 ‘복지 국가’를 부르짖는 여야 대선 후보들은 뭐 하는 거냐고요? 불의의 사고에 대한 안전망부터 구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세금 내라면 군소리 없이 성실 납세를 하는 ‘유리지갑’들이 무슨 결집된 힘을 보여준다고 그들이 신경을 쓰겠습니까. 그들 눈에는 영남이니, 호남이니 하는 지역이나 표밭으로 보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지난 일요일 TV를 보다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일본 소녀 캐릭터 ‘갸루상’이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말할 때 제겐 환청이 들려왔습니다. 회사원은 사람이, 공무원이 아니무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조용히 있어야 하는 것이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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