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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2018년 평창에서도 문학과 노래가 어우러진 멋진 폐막식을 만날 수 있기를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50대 이후에도 최신 가요 두어 곡쯤은 거뜬히 소화해내는 분들이 있다. 생전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할아버지 나이에도 승용차에서 최신 유행곡을 틀어놓고 열심히 익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불행히도 나는 그렇지 못하다. 얼마 전에는 케이블 TV에서 재방영 중인 ‘내조의 여왕’을 재미있게 시청하다 아내로부터 “도대체 언제 적 드라마인 줄 아느냐. 내가 챙겨 볼 때는 그 따위 드라마를 왜 보느냐는 듯 무시하더니…”라는 지청구를 들었다. 할 말이 없었다.



 가요도 그렇다. ‘나까지’ 좋아하게 되면 인기가 식어가는 징조다.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를 어렵게 익혔더니 남들은 딴 동네로 옮겨간 뒤였다. 버스커버스커가 ‘여수 밤바다’ 음반을 낸 게 올해 3월 말이다. 인터넷이고 신문이고 하도들 난리길래 유튜브로 처음 검색해 본 게 여름에 접어들어서였다. 그야말로 ‘벚꽃’이 모조리 ‘엔딩’해버린 뒤였다. 히트가요 종결자라도 되는 걸까. 하긴, 증권사 객장에서 엄마 등에 업힌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장인어른이 “요새 OO주가 인기라는데 나도 사볼까”라고 물어오면 1초라도 빨리 팔아 치워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더라도 ‘여수 밤바다’와 여수 엑스포(5월 12일~8월 12일)의 만남은 정말 절묘했다. 오죽하면 엑스포 공식 주제가인 ‘바다가 기억하는 얘기’(아이유)보다 이 노래가 여수 시내에 훨씬 많이 울려 퍼졌을까. 이전에 내게 여수를 각인시킨 것은 임순례 감독의 명작 ‘와이키키 브라더스’ 영화였다. 20대엔 모르리. 영화에 깔린 희망과 절망, 생의 고단한 무게를. 취객의 강요에 옷을 모두 벗고 기타 치는 가난한 악사의 망가진 꿈을. 마지막 대목에서 주인공은 자기처럼 삶이 후줄근해진 첫사랑 여인과 여수에 간다. 여자는 남자의 반주에 맞춰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애잔하게 부른다. 그에 비하면 ‘여수 밤바다’는 좀 더 밝고, 따뜻하고, 다감하다.



 그제 여수 엑스포에 이어 어제는 런던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새벽부터 폐막식 중계를 지켜보며 과연 무엇이 박람회를, 올림픽을 빛내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셰익스피어, 제인 오스틴, 찰스 디킨스, 톨킨 등 영국 문호들의 작품 구절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깔아놓고 그 위에서 비틀스, 퀸, 핑크 플로이드, 오아시스 등 대중음악의 별들이 한판 놀게 만든 런던 올림픽 폐막식은 너무나 부러웠다. 인천 아시안게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과연 우리도 지구촌을 향해 저 정도 놀이판을 펼칠 역량이 있을까. 이런 걱정이 든 사람이 아마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글=노재현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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