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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하려다 말았다" 구자철 발언 더 충격

한 관중이 11일 한국과 일본의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도중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종우가 경기에서 승리한 뒤 똑같은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 박종우는 경기 후 관중석에서 건네받은 이 종이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종우(23·부산)는 11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런던 올림픽 남자축구 3·4위전에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다. 이날 한국은 전쟁 같은 한·일전에서 2-0 승리를 거뒀고, 한국축구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땄다.

메달 보류된 박종우, 관중이 건넨 종이 무심코 받았다가 …
파장 커지는 독도 세리머니



 한국선수들은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직후 우리 벤치 앞으로 몰려가 ‘만세 삼창’ 세리머니를 했다. 광복절을 앞두고 국민과 승리의 기쁨을 나누자는 취지였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박종우는 관중석에 있던 한국 교민으로부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양팔로 높이 펼쳐 든 채 그라운드를 활보했다. 경기가 끝난 뒤 주장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은 “원래 두 번째 골이 터지면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하려 했지만 ‘독도는 원래 우리 땅인데 너무 유치한 것 같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만세 삼창 세리머니’로 바꿨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런던 올림픽 축구종목을 관장한 국제축구연맹(FIFA)에 박종우 세리머니의 진상조사를 의뢰했다. FIFA는 대한축구협회가 16일까지 제출키로 한 소명자료를 검토한 뒤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FIFA는 일단 박종우의 동메달 수상부터 막았다. 12일 새벽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박종우는 별도의 공간에 격리돼 동료들이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TV로 지켜봤다. 박종우는 1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올림픽축구대표팀 해단식에도 불참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남자 200m에서 금·동메달을 딴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이상 미국)가 시상대에서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로 내뻗어 인종 차별에 항의하고 있다. 두 선수는 메달을 박탈당하고 선수촌에서도 쫓겨났다. [연합뉴스]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 선수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은 1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정치적인 몸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몇 차례 시켰는데 선수가 흥분해 저지른 일”이라고 말했다. 확인 결과 체육회가 올림픽 전에 태릉선수촌에서 두 차례 세리머니 관련 교육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축구대표팀은 별도의 공간에서 훈련하고 올림픽 일정도 다른 종목과 달라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한체육회에서 세리머니와 관련한 공문을 내려보낸 적은 없다”고 했다.



 “독도 세리머니를 하려다 말았다”는 구자철의 발언은 더 충격적이다. 만약 우리 선수들이 골을 넣은 뒤 단체로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했다면 무더기 징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선수들끼리는 “우리 땅을 우리 땅이라고 하는 게 정치적인 의사표현과 무슨 관계가 있나”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운동선수가 정치적인 퍼포먼스로 파장을 일으킨 대표적 예로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당시 ‘검은 장갑’ 사건이 있다. 남자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검은 양말과 검은 장갑을 착용하고 시상대에 올랐다. 가슴에는 ‘인간의 권리를 위한 올림픽 프로젝트(Olympic Project for Human Rights)’의 약자인 ‘OPHR’이 찍힌 배지를 달았다. 흑인 인권 문제를 이슈화한 퍼포먼스였다. 여론은 두 선수에게 호의적이었지만 IOC는 냉정했다. 두 선수를 선수촌에서 쫓아내는 한편 메달을 박탈했다.



 FIFA는 각종 국제대회와 프로축구 리그에서 인종차별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인종주의에 반대한다(Say no to Racism)’는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IOC와 FIFA의 자세를 읽을 수 있는 사례다.



런던=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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