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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어퍼컷] 있어보이는 ‘강남’을 우습게 만든 싸이

3만여 관객이 운집한 지난 11일 콘서트 ‘훨씬 더 흠뻑쇼’에서 열광적인 무대를 선보인 가수 싸이. 특유의 에너지로 관객을 흥분시키는 ‘공연의 제왕’다운 무대였다. [사진 YG엔터테인먼트]
‘강남양아치’ 싸이가 초대박을 쳤다.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이슈의 주인공이 됐다. CNN,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의 주목 속에 새로운 K-POP 스타로 떠올랐다. 쉽고 재미있는 멜로디와 춤의 중독성이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여럿이 함께 따라 할 수 있는 유희성이 핵심이다. 90년대 마카레나 열풍에 비견되거나 ‘코리안 셔플댄스’로 소개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싸이 음악의 강점인 B급 정서(싸구려 정서)를 내세운 코믹댄스의 유희성이, 글로벌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국내에서는 여기에 패러디 열풍이 더해졌다. 각종 ‘○○스타일’이 쏟아져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강남’을 들고 나오면서 전혀 강남같지 않은 ‘저렴한’ 포장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다. 제목은 ‘강남스타일’이지만, 배경은 지하철이나 동네공원. 가사 역시 그저 하룻밤 즐겁게 놀아보자는 ‘작업송’이다.



 만약 강남스타일이 고작 저런 거라면, 그래 나는 홍대스타일, 대구스타일 하며 패러디가 쏟아져 나온 배경이다. 이를테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모두가 동경하지만 동시에 경원하는 ‘우리 마음의 이중지대’이자 ‘특권’의 상징인 ‘강남’을, 알고보니 홍대, 대구 등과 별로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지역명의 하나쯤으로 내려앉힌 셈이다.



 사실 그간 대중문화 속에서 강남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정치적 색깔을 부여받아왔다. 90년대초 유하의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필두로 ‘압구정동-청담동-대치동’으로 이어지는 대중문화속 강남은 ‘자본주의 욕망의 용광로’ ‘신분세습의 장’이었다. 강남의 세태와 물신주의를 비판한 무수한 드라마·영화,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서민)’들의 이야기(SBS ‘강남엄마 따라잡기’) 등이 이어졌다. ‘무한도전’에서 유재석과 이적이 함께 부른 ‘압구정 날라리’는 무명시절의 설움을 ‘물좋은’ 압구정 나이트를 전전하는 것으로 달래야 했던 유재석의 자전적 스토리이자 루저들을 위한 송가였다.



 최근작인 JTBC ‘아내의 자격’은 ‘대치동 사교육’을 소재로, 골수 강남의 실체와 ‘강남좌파’의 허상을 맹공했다. 극중 방송기자 장현성은 운동권 출신에 기사로는 사교육을 비판하는 486이지만, “세상은 갑과 을이고, 난 내 자식이 갑이길 바란다”며 강남에 입성한 후 무섭게 속물이 되어간다.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JTBC)는 청담동의 원조 강남인들과 청담동에서 만화가게를 하며 강남사람 흉내를 내는 주변인들이 서로 이해하고 인간적으로 공존하는, 비현실적이지만 따뜻한 판타지를 그렸다.



 어쩌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경원이든 동경이든, 정치적 필터없이는 바라보기 힘든 강남을, 그런 일체의 의식적 굴절없이 바라본 최초의 노래가 아닐까. ‘강남스타일’은 대놓고 강남을 동경하지도, 의식적으로 비꼬거나 조롱하지도 않는다. 그저 섹시한 여성과 화끈한 하룻밤을 기대하며, 우스꽝스러운 말춤을 추어대는 양아치 오빠가 있을 뿐이다. 물론 입으로는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말하지만 식스팩, 비싼 차, 엄청난 스펙 같은 강남의 증거들은 온데간데 없다.



 여기서 대중은 강남이 갖고 있는 일체의 특권적 이미지가 일시에 무화되는 쾌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바로 이것이 ‘강남스타일’, 혹은 ‘강남양아치’ 싸이의 힘이다. ‘강남’을 겹겹이 둘러싼 사회·문화· 정치적 외피 따윈 제쳐놓고, 평소의 그답게 ‘양아치, 쌈마이’ 정신으로 낄낄거리며 한바탕 흠뻑 페로몬을 발산해낸 것이, 우리 앞에 전혀 새로운 ‘강남’을 갖다놓았으니 말이다. 그걸 ‘탈정치의 강남’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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