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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가 갑자기 절하기에 나도 모르게 맞절했죠”

남자 유도 송대남(왼쪽)이 2일(한국시간) 금메달을 따낸 뒤 동서지간인 정훈 감독과 한 맞절 세리머니가 화제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유도는 참 뜨거웠다. 남자 81㎏급 김재범(27·한국마사회)과 90㎏급 송대남(33·남양주시청)이 금메달을 따냈고, 정훈(43)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국민 감독’으로 떠올랐다. 남자 66㎏급 조준호(24·한국마사회)가 판정번복에 휘말려 결승 진출 기회를 놓쳤고, 73㎏급 세계랭킹 1위 왕기춘(24·포항시청)이 팔 부상으로 노메달에 그쳐 답답하던 분위기가 막판에 확 달라졌다. 런던 올림픽을 메친 세 남자를 3일 런던 엑셀 아레나 옆 카페에서 만났다. 과묵한 남자들이 말문을 술술 열었다.

 -대회 초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정훈 감독(이하 정): 암담했다. 의무실에 가서 혈압약과 진통제를 받아 왔다. 오늘까지 먹었다. 김재범과 송대남이 잘해 줄 것으로 믿었지만 부상이 워낙 심한 선수들이라 걱정이 많았다. 선수들이 그저 다치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송대남의 결승전 때 퇴장을 당했다.

 정:열성적인 지도자들은 종종 그런다. ‘그쳐’ 사인이 나오면 조용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흥분했다. 관중석에 올라가서 소리 질렀다.

 송대남(이하 송): 감독님이 퇴장당하자 한쪽 날개를 잃은 느낌이었다. 심호흡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띠를 풀었고 시간을 벌었다.

 정:그게 베테랑의 힘이다. 젊은 선수였다면 흥분해서 더 달려들었을 것이다. 대남이가 띠를 푸는 것 보고 ‘됐다’ 싶었다.

 송:경기장이 무척 시끄러웠는데 신기하게 관중석에 계신 감독님이 소리치는 게 들렸다. 감독님 지시대로 했다.

 -무슨 작전이 나왔나.

 송:쿠바 곤살레스가 나보다 열두 살 어리다. 연장전까지 가니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감독님 지시대로 안뒤축후리기를 해서 이겼다.

 -금메달을 딴 후 ‘맞절 세리머니’가 화제였다. 계획된 것인가.

 정:아니다. 너무 좋아서 환호하고 있는데 대남이가 갑자기 큰절을 한 것이다. 대남이는 나와 동서 사이다. 촌수로는 같지 않나.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맞절을 했다.

 -정 감독이 처제를 송대남에게 소개해 줬다던데.

왼쪽부터 정훈 감독, 김재범, 송대남.
 정:그렇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대표팀 감독이 됐는데 대남이가 워낙 성실하고 착해서 눈여겨봤다. 막내 처제와 연이 닿아 가족이 됐다. 장인·장모님께서 자식들을 잘 키우셨다. 그래서 우리가 좋은 날을 맞은 것 같다.

 -김재범은 소외감 느끼겠다.

 김재범(이하 김):전혀 없다. 나도 가족이다. 그 집안에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하하 농담이다. 유도 대표팀에 있으면 모두가 가족이다. 간식 하나를 먹어도 혼자 먹는 법이 없다. 감독님을 늘 ‘같이 먹자’ ‘같이 하자’고 하신다.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우리가 진짜 가족이다.

 -정 감독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것 같다.

 김:물론이다. 어릴 때 감독님 말 안 들은 적도 있었다. 빗나갈 때마다 감독님은 늘 용서해 주셨다.

 -정 감독은 한국에서 인기가 높아졌다.

 정: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나름대로 선수들에게는 카리스마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는 ‘귀엽다’고들 하시는 것 같다. 너무 좋아서, 같이 기쁨을 나누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선수 때 따지 못한 금메달을 제자가, 아니 가족들이 두 개나 따줬다.

 정:아시안게임 2연패를 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도 했지만 올림픽 금메달이 내게 없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준결승에서 종료 5초를 남기고 ‘세리머니를 어떻게 할까’하고 방심하다가 역전패했다. 그래서 동메달에 그쳤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마지막 30초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선수들도 인기 스타가 됐다.

 송:금메달을 따고 맥주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니 사주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맥주 광고 들어오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김:광고? 나도 시켜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

 정:허허. 좋구먼. 난 괜찮아. 대남이가 맥주 광고 찍으면 뒤에서 맥주 마시는 엑스트라로 출연할게. 재범이가 자동차 광고 찍으면 조수석에 앉아 있지 뭐.

런던=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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