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올림픽 경기에…

런던 올림픽에서 여풍이 거세다. 힘과 기술뿐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갖춘 여성들이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올림픽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 1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예선경기에서 슛을 날린 뒤 넘어져 있는 뉴질랜드 여자하키팀 포워드 서맨사 해리슨(21)도 그중 한 명이다. 런던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는 해리슨을 키 1m70㎝에 몸무게 60㎏의 뉴질랜드 오클랜드공대 학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폴 란드 의 외팔 여자 탁구 선수 나탈리아 파르티카(23). [런던 로이터=뉴시스]
‘여풍(女風)’. 2012 런던 올림픽을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는 키워드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개회사에서 “이번 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모든 국가에서 여성이 참가한다”며 가장 먼저 남녀평등을 언급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총 204개국에서 1만500명의 선수 중 4800여 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처음으로 여자 선수를 내보냈다. 카타르는 처음으로 여성 기수까지 내세웠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통제가 엄격한 중동 국가에서 일어난 작지 않은 ‘혁명’이다. 여자 복싱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 채택됐다.

 올림픽은 원래 남자들만의 경기였다. 고대 그리스 시절 여성은 경기에 출전은커녕 참관도 할 수 없었다. 남자들이 나체 상태로 경기를 했기에 더욱 금녀(禁女)의 구역이 됐다. 제2회 근대올림픽인 1900년 파리 올림픽에 이르러서야 사상 처음으로 여자 선수가 출전할 수 있었다. 여자테니스 단식에서 영국의 샤르토 쿠퍼가 우승, 올림픽 첫 여성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흑인 최초로 여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낸 개브리엘 더글러스(미국)가 3일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평균대 경기를 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고대올림픽에서 1600여 년을 넘어선 런던 올림픽. 이제 관중은 여성의 힘과 기술,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열광한다. 이번 런던 올림픽의 여풍 키워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올해 16세에 불과한 중국의 수영선수 예스원이다. 비록 구간기록이긴 하지만 근력과 신장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이는 성인 남자 선수를 넘어섰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여자 개인혼영 400m 우승 때다. 마지막 자유형 50m 구간을 28초93에 끊었다. 같은 날 남자 개인 혼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딴 라이언 로칫(미국)의 구간기록(29초10)보다 빨랐다. 세계 미디어는 그에게 ‘괴물 소녀’라는 애칭을 붙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세계신기록(개인 혼영 400m 결승)과 올림픽신기록(개인 혼영 200m 결승)을 잇따라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기량이 압도적이다 보니 금지약물 복용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대해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예스원은 런던 올림픽의 까다로운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다. 훌륭한 성적이 박수받지 못한다면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한국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지연(24)과 ‘코트 위의 수퍼모델’로 불리는 크로아티아 농구선수 안토니아 미수라(24),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포워드를 맡고 있는 앨릭스 모건(23). [런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헝가리 수영선수 수잔나 야카보스(23). 1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200m 접영 준결승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런던 로이터=뉴시스]
 3일(한국시간) 여자 유도 78㎏급에서 금메달을 딴 카일라 해리슨(22)은 런던 올림픽을 휴먼 드라마로까지 승화시킨 인물이다. 그는 시상대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속엔 깊은 사연이 있었다. 그는 6세 때 유도를 시작했다. ‘자신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서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기는커녕 13세 때 자신의 코치 대니얼 도일에게 성적 학대를 당했다. 이후 3년간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그는 “유도도 싫고 금메달도 싫어 자살하려고까지 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해리슨은 3년 뒤 당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출신 유도 스타 지미 페드로의 도움으로 다시 유도에 매달렸다. 그를 괴롭혔던 도일 코치는 2007년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해리슨은 악몽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혹독한 훈련을 거듭한 끝에 2010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미국에 26년 만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만약 성적 학대 피해자로 머물렀다면 그렇게밖에 안 됐을 것이다. (성적) 피해를 본 아이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삶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시 3일(한국시간) 런던 노스그리니치 아레나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여자 기계체조의 오바마’가 탄생했다. 개인종합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미국의 흑인 기계체조 선수 개브리엘 더글러스(17) 얘기다. 이날 더글러스는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 4개 종목 합계 62.232점을 획득해 61.973점을 얻은 러시아의 빅토리아 코모바(17)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1952년 헬싱키 올림픽부터 시작된 여자 기계체조 60년 역사에서 최초의 흑인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는 전날 단체전까지 우승, 기계체조 2관왕이 됐다.

그의 별명은 ‘날다람쥐’. 1m50㎝의 작은 체형에서 나오는 균형 잡힌 동작이 다람쥐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힘과 탄력, 섬세함을 모두 갖춘 선수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귀여운 용모와 우아한 연기력까지 더해져 런던 올림픽 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더글러스는 9세 때부터 버지니아주 챔피언에 등극하는 등 유망주로 꼽혔다. 시니어 데뷔 1년 만에 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해 미국의 여자단체전 우승을 이끌었다.

 카타르 사격선수 바히야 알하마드(19)는 카타르의 첫 올림픽 출전 여성 선수이자 개막식의 기수다. 그는 카타르에서는 이미 유명한 사격 선수다. 지난해 중동의 올림픽 격인 팬 아랍 게임 사격 종목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도 첫 올림픽 출전은 떨렸다. 알하마드는 출전이 확정된 뒤 CNN과 인터뷰에서 “한 번도 올림픽에 나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출전 확정 소식을 듣고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알하마드는 지난달 28일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 예선에 히잡을 쓰고 출전했다. 성적은 17위. 아쉽게도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는 “중동에선 여자가 사격을 한다는 게 보편적이지 않지만 제가 올림픽에 나가 총을 쏘는 모습을 본다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사격 선수 누르 수리야니 무함마드 타이비(30).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출전했다. [중앙포토]
 여성성을 모성(母性)의 코드로 보여준 선수도 등장했다. 말레이시아의 누르 수리야니 무함마드 타이비(30)다. 그는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경기에 나왔다. 올림픽 개막 첫날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 경기에 나와 결선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관중의 큰 박수를 받았다. 당초 말레이시아 체육회는 타이비와 태아의 안전을 우려해 올림픽 출전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장거리 여행도 문제없다’는 의사의 소견서까지 받아와 체육회를 설득했다. 타이비는 말레이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사격선수이며 이번 올림픽의 유일한 임신부 선수다.

타이비는 “경기 도중 배 속의 아기가 발길질을 할 때마다 ‘착하게 굴어야지’라고 말하며 타일렀다”고 했다. 신기한 점은 정말로 아기가 그때마다 발길질을 멈췄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자 선수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유도의 워잔 샤흐르카니(16)도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 3일 머리에 딱 달라붙는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경기에 나섰다. 이유인즉, 샤흐르카니는 이슬람 여성의 상징인 히잡을 고집했지만, 규정상 히잡 착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르기 기술이 들어갈 때 질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행히 IOC와 머리를 맞댄 사우디 올림픽위원회가 ‘변형 히잡’의 착용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샤흐르카니는 매트를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첫 경기 시작 1분22초만에 한판으로 패했다.

 여성성의 아름다움에 기량까지 갖춘 선수를 말할 때 러시아 대표팀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미디어는 그중에서도 강력한 리듬체조 금메달 후보인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카나예바(22)를 주목한다. 영국 BBC방송은 대회 전 이미 주인이 정해진 금메달 후보로 카나예바를 꼽기도 했다. 1990년 4월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미 월드컵과 유럽선수권, 올림픽 정상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리듬체조계의 역대 최고 선수다. 카나예바는 실력만큼이나 예쁜 외모로도 유명하다. 손연재(18)의 미모가 한국에서 화제이듯 카나예바도 자국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다. 1m70㎝가 넘는 늘씬한 키에 도시적인 외모로 각종 화보에서 여성미를 물씬 풍겨왔다. 스포츠 시상식에선 여배우 못지않은 도발적인 옷차림으로 매력을 발산하기도 했다. 카나예바는 노력하는 ‘독종 미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18세의 나이로 정상에 오른 이후 1인자 자리에서 한 번도 내려온 적이 없다. 2010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에선 연거푸 전관왕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런던 올림픽 대표로 발탁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올 초엔 6㎏을 감량하기도 했다.

 ‘테니스 요정’ 마리야 샤라포바(25)는 이번 올림픽에 러시아의 사상 첫 여자 기수로 등장하며 올림픽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과 2008 베이징 올림픽에는 각각 국적 문제와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테니스의 그랜드슬램(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우승)을 달성한 샤라포바는 이번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표로 골든 슬램에 도전한다. 샤라포바는 1m88㎝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 순발력으로 전 세계의 ‘테니스 요정’으로 떠오른 선수다. 이 밖에 장대높이뛰기의 ‘미녀새’ 이신바예바(30)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카타르의 첫 올림픽 출전 여자 선수인 바히야 알하마드(19). 머리에 히잡을 쓰고 있다. [중앙포토]
 러시아 리듬체조에 카나예바가 있다면 한국엔 ‘국민 여동생’과 ‘요정’ 등으로 불리는 손연재가 있다. 1m65㎝, 45㎏의 몸에서 나오는 가냘퍼 보이면서도 탄탄한 기본기, 뛰어난 연기력이 매력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때는 ‘영 뷰티’로 불리기도 했다. 카나예바가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면 손연재는 한국인, 그리고 동양인으로서의 역대 최고 성적을 노린다. 첫 번째 목표는 출전 선수 24명 중 상위 10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 9번 연속 ‘백 일루전’(한 다리를 축으로 다른 다리를 360도 회전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은 신수지(21)도 결선 진출엔 실패했다.

결선에 오를 경우 경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후프·볼·곤봉·리본 등 4종목을 재차 연기해 메달을 가린다. 실수 없이 자신의 연기를 펼친다면 한 자릿수 순위 그 이상의 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올림픽은 손연재에게 늘 따라붙는 ‘실력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손연재는 카나예바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2010년 가을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함께 훈련해 왔다. 손연재로서는 독보적 존재인 카나예바를 옆에서 보고 배울 좋은 기회였다. 카나예바 역시 먼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는 손연재를 잘 챙겼다.

 김지영 국제심판 겸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강화위원장은 “카나예바가 연재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언니처럼 잘 챙긴다. 뛰어난 실력만큼 마음도 착하다”고 말했다.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손연재에게 세계 1위의 산 경험담은 그야말로 소중한 자산이다.

 기량과 아름다움을 겸비해 불어오는 ‘여풍’을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런던 올림픽 후원사 P&G의 샴푸 브랜드 펜틴은 한국 리듬체조의 손연재, 미국 수영선수 내털리 코글린(베이징 올림픽 6관왕), 멕시코 다이빙선수 파올라 에스피노사(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러시아 리듬체조의 카나예바(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브라질의 배구선수 자켈리네 카르발료(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아르헨티나의 테니스선수 기젤라 둘코(여자복식 세계 정상급) 등 11명을 런던 올림픽 뷰티대사로 선정했다.

 또 다른 런던 올림픽 후원사인 코카콜라는 미국의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인 앨릭스 모건과 이번 올림픽에 처음 도입된 여자 복싱의 마를렌 에스파르자(미국)를 후원하고 있다. 미국 여자축구팀의 포워드를 맡고 있는 모건은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골을 넣으며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1m70㎝의 늘씬한 키에 모델 못지않은 미모를 자랑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