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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춥고 긴 겨울날, 작열하는 태양을 우리는 그리워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마침내 아내가 에어컨을 켰다. “우리 집 에어컨은 장식품이냐” “그럴 거면 에어컨은 뭐 하러 샀느냐”는 가족들의 성화에도 꼿꼿하게 버티던 아내가 자기 손으로 에어컨을 전원에 연결한 것이다. “이 더위에 땡볕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느니 “에어컨 바람이 건강에 좋지도 않다더라”며 한사코 에어컨 앞을 가로막던 아내였다. 역시 그 시원함은 부채나 선풍기 바람에 댈 게 아니다. 전기요금은 나중 문제다.

 극심한 불경기 탓에 통 팔리지 않던 에어컨이 요즘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한다. 가전제품 전문 체인점인 하이마트는 지난달 29일 전국 매장에서 총 1만4775대의 에어컨을 팔아 하루 판매량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에어컨은 보통 한여름이 시작되기 전인 6월 말~7월 초에 가장 많이 팔리지만 올해의 경우 지난달 중순까지 에어컨 매장은 ‘개점휴업’ 상태였다고 한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데다 전기요금 인상 소식이 겹치면서 에어컨 수요가 사실상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견디기 힘든 폭염이 지속되자 어쩔 수 없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불황을 이긴 폭염이다.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폭염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동해안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섭씨 35도를 넘는 고온 현상을 보이면서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 같은 폭염특보가 발령 중이다. 지난달 31일 경북 경산의 기온은 40.6도까지 올라갔다. 서울에선 지난달 28일부터 3일까지 7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했다.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다. 2일 오전 5시20분 기록된 전북 전주의 최저기온은 29도로, 1918년 전주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고치였다. 올봄, 이상 저온 현상 속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이런 무더위를 예견했다는 사람도 있으니 ‘총열량 불변의 법칙’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숨거나 도망간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이 더위다.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어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면 모를까 찜통 더위에 갇힌 한반도 그 어디에 가본들 더위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잠깐의 시원함을 맛보기 위해 바닷가나 계곡을 찾기도 하지만 오가는 길 막히고 사람에 치여 짜증만 더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찬물로 샤워를 하고 돗자리 깔고 누워 선풍기 바람 쐬는 것이 최고다.

 불볕 더위에도 도로에서 아스팔트 공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있다.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도 있고, 고깃집에서 숯불 피우고 불판을 닦는 사람도 있다. 28도로 맞춘 실내 공간도 덥다고 난리지만 그래도 제일 시원한 곳은 사무실이다. 덥다 덥다 하면 더 덥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지난겨울, 우리는 작열하는 태양을 그리워했다. 조금만 견디면 이 더위도 곧 수그러들 것이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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