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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칼럼] 이주민 정책, 동화에서 융화로 전환해야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지난 한 달 사이에 4박5일씩 두 차례 외국을 다녀왔다. 한 번은 미얀마 출장, 또 한 번은 여름휴가로 다녀 온 몽골 여행이었다. 그 사이 주말에 1박2일로 여수 엑스포 구경을 가서 국제관을 둘러보았으니 짧은 기간에 직·간접 해외여행을 톡톡히 한 셈이다. 덕분에 집 거실 장식장엔 기념품 식구가 늘었다. 미얀마의 전통그림과 나무 조각 불상, 스리랑카의 코끼리, 르완다의 흑인 전사상, 몽골의 마두금 켜는 사람 인형이다.

 특히 그제 끝난 몽골여행의 추억은 아직도 눈과 귀에 삼삼하다.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한 몽골 전통창법 ‘허미’와 마두금의 화음은 그야말로 전율 자체였다. 동국대 박사과정에 유학 중이라는 28세의 몽골인 가이드에게 “한국에 있을 때 가장 그리운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아주 먼 곳을 보는 일”이라고 답했다. 드넓은 초원의 게르에서 하룻밤 자고 나서 그 말을 이해하게 됐다. 끝없는 초원을 바라보며 자랐을 그에게 오밀조밀한 한국의 국토 풍경은 엄청 답답했으리라.

 굳이 출입국 통계를 들이댈 필요도 없이, 휴가철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한국인을 만난다. 나도 몽골의 게르형(型) 식당에서 신문사 입사 동기랑 마주쳐 서로 놀랐다. 나가는 사람이 많으면 들어오는 사람도 많기 마련이다. 관광객뿐이 아니다. 일하러, 결혼하러, 공부하러 등 다양한 동기로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139만 5077명, 총인구의 2.8%다. 10년 사이에 2.5배로 늘었다. 2020년에는 이주민과 그 자녀가 전체 인구의 5.5%를 차지할 것이라 한다.

 외국으로부터의 이민자가 인구의 10% 선에 이르면 토박이 주민과의 갈등이 본격화된다. 이민자의 청소년 자녀들이 주도한 2005년 프랑스 소요사태가 그랬다. 한국 내 이주민은 정책적으로는 아직 관리·지원 대상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미미해서다. 그러나 갈등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제 서울 양천구의 출입국관리소 앞에서 외국인 혐오단체 사람들이 ‘억지 다문화정책 당장 폐기하라’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11일엔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다문화정책의 주요 쟁점 및 입법과제’ 토론회를 몇몇 사람이 “다문화정책은 민족말살 정책”이라고 소리치며 훼방 놓는 일이 벌어졌다.

 우리라고 앞으로 러시아 스킨헤드 같은 극단적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설치지 말란 법이 없다. 안산 원곡동, 화성 향남동 등 전국에 걸쳐 형성된 외국인 집단거주지도 긍정적으로 보면 문화적 다양성의 시금석이지만 자칫하면 높다란 담장이 쳐진 게토(ghetto)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다문화정책을 흔히 동화(同化)에 중점을 두는 용광로(melting pot) 모델과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샐러드 접시(salad bowl) 모델로 나눠 이야기한다. 외국인 유입 초기 단계여서인지 한국의 다문화정책은 말만 ‘다문화’이지 실제로는 용광로 정책이나 마찬가지다. 법적인 뒷받침도 미미하다.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다문화가족지원법이 그나마 최근에 생겼다. 인종차별금지법도 마련돼 있지 않아서 모욕죄 같은 다른 법률에 기대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다. ‘다문화 공존’을 받아들이겠다는 비율이 유럽은 74%인데 비해 한국은 절반도 안 되는 36%다. 이대로라면 다문화가족이 100만 명을 돌파하는 2020년쯤부터 무슨 일들이 어떻게 벌어질지 누구도 장담 못한다.

 동화에서 글자 그대로 다문화로, 융화(融化)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질화에 치중하다 외국인 거주지의 게토화와 폭동사태까지 부른 프랑스보다는 헌법에서부터 다문화주의를 선언한 캐나다 모델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진국들의 시행착오를 분석해 중장기 모델을 치밀하게 설계했으면 한다. 정치적 올바름과 이상주의에 기반한 무조건적 시혜론에 휘둘릴 위험은 물론 경계해야 한다. 미국에서 극단적 다문화주의자들의 주장대로 만든 학교 교과서에 ‘헌법’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아 역으로 ‘문화적 기억상실증’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동화에서 융화로의 정책 전환은 역시 문화 다양성을 북돋는 일이 출발점이다. 몽골 출신 다문화가정 자녀가 마두금·허미와 몽골어를 알고 충분히 자부심을 갖도록 북돋는 것이다. 문화적 자긍심에서 자존감이 형성되고 정치·경제적으로 당당한 ‘새 한국인’들이 탄생한다. 대한민국이 쇠망하도록 방치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차피 다문화 추세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세련된 조종술로 연착륙하는 길뿐이다. 우리 국토의 시정(視程)거리는 비록 짧지만 사람 정책만큼은 긴 안목으로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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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