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교과부의 이런 민첩함은 하루 만에 직무유기를 덮기 위한 꼼수로 드러났다. 성폭력 대책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1일 “교육기관에서 일정 비용을 받으며 일하는 지킴이는 원래부터 경력 조회 대상이었다”며 교과부를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이다. 여성부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44조)의 ‘성범죄자는 교육기관에 취업 또는 근로를 제공할 수 없고 교육기관의 장은 취업 중이거나 근로 중인 사람에 대해 성범죄 경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을 그 근거로 댔다. 2006년 전국에 도입돼 퇴직 교원·군인 등으로 구성된 지킴이는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들도 근로자로 볼 수 있어 경력조회가 당연하다는 게 여성부 주장이다.
그러자 교과부가 발끈했다. 윤소영 학교폭력근절과장은 “지킴이는 근로자가 아닌 자원봉사자여서 원칙적으로 경력 조회 대상자로 볼 수 없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2학기부터 특별히 경력 조회를 실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여성부가 잇따른 성폭력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자 교과부를 걸고 넘어지려 한다”고 비난했다.
두 부처가 배움터지킴이 관리 소홀 책임을 놓고 ‘핑퐁’ 하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 특히 교과부는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터지자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며 올 초 담당 부서까지 만들었다. 그렇지만 일부 공무원은 기계적으로 일하는 인상이다. 전국 7000여 개 초·중·고에 8172명이 배치돼 있는 지킴이는 학교 순찰과 학생 지도를 하며 하루 8시간 학교에 머문다. 자질과 인성을 꼼꼼히 검증하고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 지킴이에겐 하루 4만원이 지급돼 사실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 물론 자원봉사 성격이 있어 해석이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방과후학교 강사 등 학교 구성원은 성범죄 경력 조회가 필수인 상황에서 지킴이만 예외로 한 것은 명백한 행정 잘못이다.
이제껏 가만히 있다가 불똥이 튈까 봐 교과부에 화살을 돌리려는 여성부도 볼썽사납다. 중앙부처가 이 모양이니 전국 시·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 학교에 폭력예방 대책이 제대로 스며들리 있는가. 배움터지킴이를 놓고 ‘근로자다’ ‘자원봉사자다’ 신경전을 펼 시간에 두 부처가 만나 현장 중심형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윤석만 사회1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