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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영사협정 20년간 미적거린 외교부



장세정
정치국제부문 차장




영사 분야 외교관의 최우선 임무는 자국민 보호다. 해외에서 국민을 보호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는 거다. 그런데 중국에서 우리 외교관들의 국민 보호 노력이 충분했는지 새삼 의문을 떨칠 수 없다.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49)씨가 중국에서 전기고문을 당했다는 충격적인 폭로 때문이다.



 21세기 개명천지에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중국 공안이 전기고문이란 만행을 버젓이 저질렀다. 김씨는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인간적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20여 년 전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서 50여 일간 구금된 채 몽둥이로 맞았지만 중국에서 당한 전기고문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했을까.



 문제는 김씨만이 아니란 데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중국에는 한국인 피의자와 기결수가 625명이나 된다. 김씨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우리 정부가 일대일 영사 면담을 강행해 인권침해 여부를 챙긴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가 김씨 사건으로 인한 여론 질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면피성 호들갑이라면 곤란하다. 이 시점에 정말 절실한 것은 즉흥적인 일회용 대응이 아니라 인권침해 소지가 큰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시스템 마련이다.



 김씨는 “구금된 지 29일 만에야 영사 면담이 이뤄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원망했다. 바로 이 대목에 주목해야 한다. 1963년 체결된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은 너무 포괄적이라 구체적 인권침해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79년 중국과 수교한 다음 해 미·중 영사협약을 서둘러 체결했다. 다자협약인 빈 협약의 허점을 양자협정으로 보완해 자국민 보호장치를 이중으로 마련했다. 일본도 2008년 일·중 영사협약에 서명했다. 이 덕분에 미국인과 일본인은 중국에서 한국인에 비해 인권을 침해당할 소지가 적다고 한다.



 중국 땅에는 60여만 명의 우리 국민이 생활하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 집단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후진적 인권 상황에 노출될 위험으로 따지면 한국인이 가장 취약하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서 국민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신경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교(92년 8월) 이듬해 처음 시작된 한·중 영사협정 체결 논의를 20년이 되도록 끌어오고 있다. 세부 쟁점에서 의견차를 못 좁혔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일본이 먼저 체결한 것을 보면 결국 의지 문제 아닌가 싶다. 중국 땅에서 중국인 관리의 손에 전기고문을 당하는 ‘제2의 김씨’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영사협정 타결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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