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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기본이 진짜 힘이다

강갑생
사회1부 차장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사람들이 다 타고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닫힌다. 주위에선 “기다려 주세요” “같이 가요”라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문이 거의 닫히려는 순간 팔 하나 또는 발 하나가 쑥 들어온다. 닫히던 문은 손·발에 부딪혀 급히 열린다. 일부 승객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정작 당사자는 미안한 기색도, 사과도 없이 태연하게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일상 속에서 심심찮게 목격하는 장면이다. 이럴 때면 ‘기본’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 사람이 정말 급했다면, 꼭 엘리베이터를 타야 했다면 “기다려 주세요”라고 소리치는 게 기본이다. 소리칠 시간도 없어 무리하게 엘리베이터를 붙잡았다면 탑승객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이런 장면에서 절반 넘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행동한다.



 지하철에서도 유사한 상황은 많다. 전동차 문이 열리고 내리려는데 한사코 먼저 타려고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노인들이지만 중년 또는 젊은 사람들도 제법 있다. 그러다 보면 내리려는 사람들과 타려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게 돼 짜증을 유발한다. 먼저 내리고 그 뒤에 타는 게 기본이다.



 조금만 더 얘기하자면 도로에서 차는 신호에 맞춰 운행하고 멈추고, 보행자는 보행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기본이다. 이 간단한 법칙만 지켜도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동영상이나 DMB 보는 걸 자제해야 하는 것 역시 기본이다. 공무원·정치인은 더러운 돈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소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대부분은 다 익히 알고 있는 얘기다. 그래서 기본이다. 사실 기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 한창 펼쳐지고 있는 런던 올림픽만 봐도 그렇다. 기본이 탄탄한 선수나 팀은 결코 쉽게 패하지 않는다. 승부에는 운이 많이 따른다고 하지만 기본이 없는 팀이나 선수는 운도 외면한다.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다방면에서 두루 기본이 잘 갖춰지고, 지켜지면 강력한 경쟁력과 위기 극복력을 지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은 어떤가. 일상생활의 기본이 자주 무시돼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진다. 고위 공직자나 유력 정치인들은 뇌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연이어 사법처리되고 있다. 나라 곳곳에서 기본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때문인지 대선출마를 위해 당내경선을 치르고 있는 후보들의 ‘슬로건’도 기본을 강조하는 느낌이다.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 내게 힘이 되는 나라, 사람이 먼저다 등등. 문제는 그다음이다. 당선되고 나면 왠지 기본을 쉽게 잊는다. 공정한 인사, 엄정한 주변 관리 같은 기본이 수시로 종적을 감춘다. 그래선 나라가, 국민이 힘들다. 기본을 지키는 게 진짜 힘이고, 그래야 살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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