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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면 …배고픈 놈이 이긴단다 뛰는 놈, 나는 놈 위에 절박한 놈 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란 노래가 있다.



 그 말이 맞는가 보더라. 짧은 반바지에 소매 없는 재킷, 상큼한 짧은 머리를 하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녀. 지난해 11월, 중앙일보 ‘삶의 향기’에 썼던 ‘장난 삼아 시작한 손찌검이’란 글의 주인공이다. 남편의 폭력을 못 견뎌 이혼했는데 이혼 후에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협박하고 집 근처에 숨어서 “나 없이 너 혼자 못 살 줄 알아” 하며 칼까지 들고 협박하던 남편. 경찰에 신고했더니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도울 길 없다. 흉기로 위협받는 현장에서 즉시 경찰서로 연락하라’란 말에 “그 말은 내 시체 치우러 오겠단 말이냐”며 울던 그 여자. 얼마 후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종합대책으로 도입한 사법 경찰관의 ‘긴급임시조치권’이 생겼고 그가 협박을 할 때마다 그 법을 들먹이며 겁을 준 덕분인지 아직까지는 조용하단다.



 남대문에서 의류사업을 하는 그녀. 이혼 후에도 늘 전 남편의 폭력이 두려워 ‘착한 깡패’ 한 명 소개해 달라는 농담을 자주 하던 그녀에게, 정말로 착한 깡패 한 분이 나타나셨단다. 그녀가 말하는 깡패는 조폭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힘을 잘 써서 그녀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람을 말한다. 그녀가 예뻐진 이유. 바로 사랑이었던 거다. 그녀를 미인으로 만든 사람은 현재 혼자 살고 있는 덩치가 큰 직업군인이란다. 무엇보다도 그의 큰 덩치와 직업이 맘에 들었다. 일주일에 서너 번씩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등산도 한다는데 “요즘 행복해요.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걸 그동안 몰랐네요. 매 맞고 산 지난날이 억울해요” 하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행복한 마음이 들면 들수록 점점 커지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단다. 얼마 전에 ‘이혼해 잘 살고 있는 전 부인을 전 남편이 칼로 찔러 중태’란 기사를 봤는데 전혀 남의 일 같지 않더라고. "데이트할 때마다 집까지 바래다주는 그 사람을 보고 홧김에 전 남편이 칼을 휘두르면 그 사람이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괜히 나 잘못 만나서 말이에요.”



 내가 물었다. 제정신이 아닌 전 남편이 당신을 해코지할 확률은 평생 있다. 그럼 그게 겁나서 평생 숨어 살겠느냐고.



 아니란다. 뒤늦게 만난 ‘착한 깡패’하고 인연을 계속 이어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단다.



 25년 동안이나 남편 폭력 속에서 기도 펴지 못하고 살아온 그녀의 인생. 뒤늦게 싹튼 귀한 사랑. 사람 일이야 모르지만 두려워 말고 지금 사랑 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헤어져 뒤돌아가는 그녀에게 소리쳤다.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기는 줄 아세요? 배고픈 놈이 이긴대요. 더 절박한 놈이 이긴다는 말이에요. 언제 전 남편 만나걸랑 눈을 크게 부릅떠 보세요. 더 이상은 안 돼! 하고요.”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세상에서 살아남는 확실한 방법. 자신이 강해지는 수밖에 없다.



글=엄을순 객원칼럼니스트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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