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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노인들 몹쓸짓, 주민들 알고 있었는데…"

이 평화로운 마을서 8년간 몹쓸 짓 마을 노인들이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난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마을에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통영=송봉근 기자]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 다 알고 있었는데…. 말라꼬(뭐하러고) 캐러 왔노?”

지적장애 성폭행 마을 가보니



 31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륵산 서남쪽 마을. 밭에서 수확한 콩을 다듬던 70대 노부부는 장애인 부부의 집을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구불구불한 비좁은 마을 길을 따라 찾아간 장애인 부부의 집은 비어 있었다.



  60~70대 마을 주민 3명이 남편이 있는 40대 지적장애 여성을 오랫동안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진 뒤 90여 가구 200여 명이 사는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 뒤숭숭해졌다. 마을 입구 돌에 새긴 ‘산울림이 동화 속에 잠기어 세월도 비켜가는 동네, 법보다 순리를 익혀 우러러 섬기고 아끼는 동네’라는 ‘마을 찬가’가 무색해 보였다. 이 마을은 지난달 한아름(10)양을 김점덕(45)이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한 산양읍 신전리 중촌마을과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마을 정자에 모여 더위를 쫓던 할머니들도 말을 걸자 “고마(그만) 가소. 뒤늦게 이게 무슨 난리고”라고 손사래를 쳤다. 한 주민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었지만 ‘쉬쉬’했다. 어차피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마을에서 제3자가 고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피해를 본 장애인 여성의 시누이(53)가 뒤늦게 사실을 알고 경남여성장애인연대에 신고하기 전까지 마을 주민 어느 누구도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지적장애 3급인 이모(42·여)씨에 대한 김모(63)씨의 성폭행이 2004년 시작됐으니 8년 동안 마을 주민들은 모른 척했던 것이다.



 경찰은 현재 이씨를 성폭행한 3명을 수사하고 있다. 이씨가 성폭행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70대 2명과 60대 1명 등 마을 주민 3명이 비슷한 시기에 이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이씨를 마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성 노리개로 삼았던 것이다.



 이씨의 시련은 딸에게도 이어졌다. 역시 지적장애를 가진 큰딸은 2008년 외지 택시기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이 택시기사는 2010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형을 받았다. 장애인이 아닌 작은딸도 성폭행 피해를 당해 고소했으나 가해자가 숨지는 바람에 수사가 중단됐다.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성폭력상담소가 올 들어 접수한 경남지역 장애인 여성 성폭력 사건은 450건에 이른다. 상담소 측은 “주변 사람들이 모른 척하는 바람에 가족들이 뒤늦게 알고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적장애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은 대부분 먹거리를 미끼로 사용한다. 경제적 자립이 안 된 궁핍한 장애인들을 유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씨를 성폭행한 주민들도 “집에 와서 오이 가져가라”며 유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차선 경남여성장애인연대 성폭력상담소장은 “스스로를 지킬 판단력이 떨어지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고 있는 일부 노인에 대한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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