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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올림픽 금메달은 실력과 노력만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요즘 밤잠 설치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 열대야도 열대야지만 런던 올림픽 탓이 크다.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주요 경기가 심야 시간대에 몰려 있다 보니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기 십상이다. 박태환이 나오는 수영 경기를 보고, 한국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축구 경기를 보고 나면 새벽 서너 시가 훌쩍 넘는다. 이 상태로 출근하면 하루 종일 심신이 피곤하다. 아예 회사 근처 찜질방에서 출퇴근하며 ‘본방(本放)’을 사수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어제로 휴가가 끝났으니 나도 당장 오늘부터 고민이다.



 사람들이 올림픽에 열광하는 것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국가대항전이란 이유도 있지만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드라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70억 세계 인구에서 선발된 1만여 명의 선수들이 국가의 명예와 개인의 자존심을 걸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이다. 빗줄기 속에서 한국의 여궁사 3인방은 여자 양궁 단체전 7연패의 신화를 이뤄냈다. 남자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진종오는 마지막 한 발의 부담을 떨쳐버리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판정 논란을 딛고 남자 유도 66㎏급에서 동메달을 딴 조준호, 마지막 1초를 지키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흘린 여검객 남현희, 1초가 영원할 수 있다는 심판의 억지 판정 탓에 분루를 삼킨 여검객 신아람…. 승리에는 승리의 드라마가 있고, 패배에는 패배의 드라마가 있다.



 선수들은 피를 말리는 심정일 것이다.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말은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하는 말일 뿐이다. 일단 출전했으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지상 과제다. 지난 4년간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양에 의해 성적이 결정돼야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미묘한 심리 변화나 예기치 못한 판정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밤 꿈의 한 장면이 메달의 색깔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훈련을 통해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은 단순히 실력과 노력만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그냥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잘나서 금메달을 땄다고 우쭐하는 것은 김정일과 김정은의 가르침 덕에 금메달을 땄다고 자랑하는 것만큼이나 우스운 일이다. 자기 능력으로 뭘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이상은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일본의 원로작가 이츠키 히로유키(五木寬之)는 그것을 ‘타력(他力)’이라고 부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 이외의 커다란 힘이 내 삶을 좌우한다고 믿는 것이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되 마음은 비우고 사는 것이 현명한 삶 아닐까 싶다.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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