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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 중 급식실 329곳 싹 바꾼다

# 600명이 다니는 서울 강북의 A초등학교는 남녀 대변기 92개 중 서양식 변기는 1개뿐이다. 서울시내 학교 화장실 변기의 절반 이상이 서양식인 점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고 이 학교 화장실이 오래된 것도 아니다. 7년 전인 2005년에 전면 리모델링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교장이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동양식 변기를 고집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시설을 고칠 때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아 생기는 학교 현장의 문제다.

<중앙일보 6월 20일자 4면>

 #지원받은 예산을 엉뚱한 곳에 쓰는 학교도 있었다. 서울의 B고교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실을 고치라고 지원한 2300만원으로 교원휴게실을 리모델링했다가 지난 5월 감사원에 적발됐다. 예산 집행에 대한 관리 감독이 제대로 안 된 것이다. <중앙일보 7월 20일자 18면>


 본지가 지저분한 화장실, 식당이 없는 학교, 비가 새는 교실 등 열악한 학교시설을 고발한 ‘학교 업그레이드’ 시리즈를 통해 보도한 내용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본지 지적에 따라 시설예산 낭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학교시설예산 확충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대책에서 교과부가 중점을 두는 부분은 ▶시설개선 때 사용자 의견을 반영하고 ▶예산 집행시스템을 개선하고 ▶예산 확충과 민간기업 참여를 장려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시설예산 확충이다. 교과부는 이날 “여름방학 동안 급식시설이 없거나 10년 이상 지난 329개 학교에 대해 1517억원을 들여 시설 개선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본지는 시리즈 2회 ‘책상이 밥상인가’에서 식당이 없어 책상에 앉아 밥을 먹는 학생들이 세균과 식중독 등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2003년부터 학교 급식시설 현대화를 해왔지만 중앙일보 보도를 계기로 더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급식시설 외에 노후교실 개축 등 전반적인 시설예산 확대에도 나선다. 교과부는 신설학교 건립이 대부분 끝나는 2015년부터는 기존 학교 시설 보수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 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민간기업의 동참을 장려하기로 했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악취가 심한 학교 화장실에 탈취제를 달아주거나 당장 학생식당을 지을 예산이 없는 학교를 위해 책상에 깔 수 있는 식탁보를 지원하는 등의 방식이다. 교과부는 “현행법으로도 기업들이 학교시설 개선에 참여할 수 있고 세제혜택도 가능하다”며 “교육기부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기부가 학교 업그레이드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시설 예산 지원대상 학교 선정이나 이후 설계 과정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참여를 권장하기로 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부터 지원대상학교를 선정할 때 학부모 등 일반인이 참여하는 ‘시민참여현장검증단’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 예다.

서울에선 올해 시설전문가·시의원·학부모·일반 시민 등 132명이 참여해 내년에 시설예산을 신청한 208개 초·중·고 화장실, 창문 등을 직접 둘러보고 점수를 매겼다. 검증단 평가결과는 내년도 예산안을 짜는 데 반영된다.

올해 검증단에 참여해 10여 개 학교를 돌아본 학부모 손승백(36)씨는 “아이들이 쓸 시설이라는 생각에 집보다 더 꼼꼼하게 보게 된다”며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선 학부모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헌암 교육시설과장은 “예산편성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본지가 7회 ‘줄줄 새는 시설 예산’에서 지적한 예산집행 시스템도 뜯어고친다. 그동안 교과부가 교육청에 내려보낸 돈이 학교시설개선보다는 무상급식 확대 등 교육감 공약사업에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16개 시·도 교육청이 교육환경개선사업비로 쓴 돈은 2008년 2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8600억원으로 3년 만에 3분의 1로 줄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예산편성은 교육청 고유권한이지만 시설예산 등 필수 항목은 일정비율 이상 배정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또 교장이나 행정실장 등이 공사비를 횡령하거나 업체선정 대가로 뇌물을 받는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일정금액 이상의 공사는 교육청이 직접 예산을 집행하도록 권장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1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교육청이 직접 집행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사례를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성시윤·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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