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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였구나, 그가 ‘별 헤는 밤’ 쓰던 곳

윤동주
1938~41년 연희전문학교 문과 재학 시절, 시인 윤동주(1917~45)는 서울 종로 누상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1909~88)의 집에서 하숙을 했다.

룸메이트는 같은 학교 후배였던 정병욱(1922∼82).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치면 집 뒤 인왕산을 산책 삼아 오르곤 했다 한다.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시대의 갑갑함을 읊었던 윤동주의 대표작이 이 시기에 탄생했다.

 종로구 청운동의 끝자락, 인왕산으로 향하는 언덕길 위에 윤동주의 시심을 기리는 ‘윤동주 문학관’이 25일 문을 열었다. 2008년까지 이 일대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청운수도가압장이 있던 자리다.

 종로구는 지난해 문학관 건립을 계획하면서 올해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아뜰리에 리옹 서울’의 이소진(45) 소장에게 설계를 맡겼다. 넓이 200m² 밖에 안 되는 이 아담한 공간은 400여 일의 설계 및 공사 기간을 거쳐 문학이 숨쉬는 낭만적인 장소로 탈바꿈했다.

윤동주 문학관의 ‘닫힌 우물’.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했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빛 앞에 건축가 이소진씨가 서 있다. 이 구멍은 원래 물탱크 관리인들이 드나들던 입구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별을 헤는 정원=건물의 첫인상은 수수하다. 그냥 희고 네모난 상자 같다.

이 소장은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동네 사람들의 눈에 익숙해진 수도가압장 건물의 외양을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대신 건물 정면에 큰 창을 달아 청운동과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제 1 전시관인 ‘시인채’가 자리잡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명동 소학교 졸업사진, 친필 시노트 등을 통해 시인의 일생을 돌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 스물여덟 해, 시인의 짧은 생을 증거하는 물건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 문학관 개관을 위해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가 소중하게 보관해 온 삼촌의 유품을 공개했다.

 전시장 끄트머리의 문을 열면 파란 하늘이 보이는 야외 정원이 펼쳐진다. 설계 도중 발견된 물탱크를 활용한 장소다. 용도 폐기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작은 정원을 만들고, ‘열린 우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밤이 되면, 희미한 별이 반짝이는 서울의 하늘이 액자처럼 한 눈에 담긴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별 헤는 밤’) 어쩌면 시인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지 모른다.

 ◆침묵의 공간=정원 옆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깜깜한 방이다.

‘닫힌 우물’이라는 이름의 이 공간은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만들었다. 아직도 습기가 곳곳에 배어있고, 축축한 물 냄새도 난다. 1942년 히라누마 도오슈(平沼東柱)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일본 유학을 떠난 시인은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 갇힌다.

 ‘창 밖에 봄비가 속살거려/6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쉽게 씌어진 시’)라고 읊조렸던 외로운 유학생활, 고된 노역에 시달리던 옥살이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다.

이 소장은 “관람객들이 이 곳에서 시인의 삶을 돌아보며 침묵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물 옆으로 난 계단 100여 개를 올라가면 ‘시인의 언덕’이 조성돼 있다.

언덕에서 바라본 문학관은, 하늘로 뚫린 작은 우물 같은 모습이다. 시 ‘자화상’에서 우물 속에 비친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가다, 그 사나이가 가엾어져 다시 우물로 돌아오던 시인 윤동주. 뒤 늦게 마련된 그의 문학관을 돌아보고 나면, 그의 시와 삶이 한층 가깝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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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